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회장으로 승진, 삼성의 이재용 시대가 본격화됐다.

지난 2012년 부회장이 된 지 10년만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이자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이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4년 쓰러진 뒤 사실상의 삼성그룹 총수로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 해왔지만 공식적으로 회장직에 오름에 따라 '이재용의 삼성시대‘가 문을 열었다. 1968년생, 올해 54세인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부친 이건희 회장이 45세인 1987년에 삼성 그룹 회장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10년 늦은 것이다.

회장 취임 이틀전인 지난 25일 이재용 회장은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사장단과 간담회를 열고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라며 자신의 회장승진을 기정사실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재용의 삼성이 당면한 글로벌 경영환경은 만만치 않다.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반도체 관련 규제와 대만 TSMC의 약진, 반도체 불황 등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7~9월) 실적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나 줄어든 5조1200억원에 불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의한 지난 8·15 사면으로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족쇄는 풀렸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니 진행중이어서 ’사법리스트‘가 여전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의혹, 소위 ’삼바사건‘이 윤석열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는 최측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검사시절 수사, 기소했다는 점이 공교롭다. 이재용 체제의 삼성이 처음 상대하는 정권의 실세 중 실세이기 때문이다.

한동훈 장관은 검사시절 ‘삼성 저격수’로 불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물론,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서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수사를 지휘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임직원들이 공모한 범죄사건으로 만드는데 큰 집착을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50여차례의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차례의 소환조사...법원에서 기각해도 끊임없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검찰개혁 차원에서 지금은 금지된 수사브리핑, 즉 기자들을 상대로 한 티타임 브리핑에서 삼성과 경영진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제 이재용의 삼성시대가 시작되면서 이 회장과 삼성을 둘러싼 윤석열 정권의 최고 실세 한동훈 법무장관의 악연이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 주목된다./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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