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 하루만인 30일 신속하게 수습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참사 다음 날인 30일부터 오는 11월 5일 밤 24시까지 일주일 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또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오전 긴급대책회의에서 "30일부터 11월 5일 24시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해,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할 것"을 지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오전 긴급대책회의에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지원금 등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번 사건이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에 몰린 수많은 개인들이 만들어낸 군중심리가 초래한 우발적 사건인지, 아니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안전 불감증이 낳은 인재(人災)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쟁도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강력한 수습대책은 국민적 비극을 애도하고 이를 신속하게 수습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지만, 안전 시스템 부족과 같은 인재의 측면을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 반면에 로이터 통신은 "일부 목격자들은 저녁이 깊어가면서 (이태원에 모인) 군중이 갈수록 흥분하면 서 통제를 잃는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군중심리가 이 참사의 원인이라는 인식인 셈이다.

윤 대통령 신속한 수습대책 발표, 용산구를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

정부는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이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회의를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 3층 브리핑룸에서 "정부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오늘부터 11월 5일 24시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해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며 "서울 시내 합동분향소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 총리는 "사망자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부상자분들의 빠른 회복을 위해 정부는 필요한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족 위로금 장례비, 부상자 치료비 등 일체를 예산 지원

한 총리는 아울러 "정부는 서울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지원금 등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정부 예산으로 사망자 유족에 대한 위로금 및 장례비, 부상자에 치료비 등 일체의 지원이 이뤄진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대책회의를 마친 후  "정부는 서울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지원금 등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대책회의를 마친 후 "11월 5일 24시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해,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외국인 사상자에 대해서는 재외공관과 협의해 지원이 이뤄지도록 했다.

사망자 유족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서울시 등과 합동으로 장례지원팀을 가동해 지원한다. 유족 뿐만 아니라 부상자 가족 등에 대한 심리 치료도 국가가 지원한다. 이를 위해 국가트라우마센터 내 '이태원 사고 심리지원팀'을 구성 운영한다.

국가애도기간에는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서 조기를 게양한다.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하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31일부터 서울광장과 용산구 이태원 광장 등 서울 시내 곳곳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한다.

천안함 피격 이후 두 번째 국가 애도기간 선포...이태원 참사의 ‘정부 책임’을 인정?

이와 관련 정부는 주말 밤에 벌어진 이번 사태가 개인의 실수나 불운에 의한 문제가 아니라 정부 및 사회 시스템의 결함으로 인한 비극이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사고 당일 밤에 “사고원인을 규명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안전관리 대책에 미흡함이 있다는 점을 전제한 발언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국가적 재난이나 사고와 관련해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한 것은 2010년 북한에 의한 천안함 피격·폭침 이후 두 번째이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로서 빚어진 비극적 사태가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병역의무를 수행하다 국군장병이 숨진 천안함 침몰사고와 마찬가지로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포되기 위해서는 공공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사망자와 유족들에 대해 애도를 표하는 것과는 별도로 심각한 정치사회적 논쟁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책임소재 규명 과정에서 인재(人災) 주장하며 ‘정부 책임론’ 키울 듯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사태 수습과 치유에 방점을 뒀다. 사고 원인과 책임 문제 등에 대해서는 향후 민심의 흐름을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30일 긴급 최고위원 회의를 갖고 난 뒤 “민주당은 다른 어떤 것도 다 제쳐두고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이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과정에서 이번 사태를 인재(人災)로 규정,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날 출범한 당내 기구인 '이태원참사대책본부'(대책본)의 본부장을 맡은 박찬대 최고위원은 사고현장을 방문해 취재진과 만나 "3년 만의 첫 노마스크 핼러윈 축제여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다들 예상했다"며 "충분한 대비가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참사였다"고 주장했다.

사고 수습 및 유족 위로금 지급 문제 등이 마무리되면 사고원인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추궁에 돌입할 태세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긴급 최고위 회의 후 브리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 수습과 대책 마련"이라면서도 "대책기구는 차후에 사고 원인 규명도 아마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섣부른 정치공세가 여론의 역풍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에 대해서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 SNS 상의 발언에 신중을 기해 주고 일체의 정치 및 스포츠 행사를 일단 보류해달라고 주문했다.

세월호 사건 때와 유사한 선동 정치 벌어질 가능성 있어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삼아 ‘세월호 사건’ 때와 유사한 대중 선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삼아 ‘세월호 사건’ 때와 유사한 대중 선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런 가운데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한 게 이태원 참사의 이유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사망자 장례절차, 부상자 치료, 유족의 슬픔 치유 등과 같은 사태수습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중선동’ 정치를 한 것이다.

남 부원장은 30일 오전 페이스북에 "핼러윈 축제에 10만 인파가 몰릴 것이라 예상한 보도가 있었지만 경찰 등 안전요원 배치는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대통령 출퇴근에 투입되어 밤낮 야근까지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 경찰 인력이 700명, 마약 및 성범죄 단속에 혈안이 되어 투입된 경찰 200명, 모두 용산경찰서 관할 인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와 달리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 거란 예상을 하고도 제대로 안전요원 배치를 못한 무능한 정부의 민낯이다. 백번 양보해도 이 모든 원인은 용산 국방부 대통령실로 집중된 경호 인력 탓이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 너무 빠른 선동 정치의 부작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삼아 ‘세월호 사건’ 때와 유사한 대중 선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는 핼러윈 축제를 지배한 군중심리가 빚어낸 우발적 비극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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