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이태원, 경찰 책임론은 정당한 분석인가
[정규재 칼럼] 이태원, 경찰 책임론은 정당한 분석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크게 노여워했다고 한다. 사고 4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전화가 11통이나 걸려왔다고 한다. 위험을 경고하는 전화를 경찰이 11통이나 받고도 꼼짝 않고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경찰을 처벌하라는 사이렌이 크게 울리고 있다. 경찰은 공식적으로 동네북이 되었다. 대통령이 “이런 경찰들!”을 외쳤으니 그들은 그 순간 공적이 되는 것이다.

<경고와 대책>
위기를 경고하는 전화라는 것은 그러나 매우 애매하다. 경고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발생 빈도와 위험도는 분명 다르다. 아니 보통의 경우라면 군중을 좁은 골목길에서 압사할 정도로 채운다는 것 자체가 발생 빈도가 거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날 군중은 많이 모일수록 더 군집화하는 소위 축제의 참관인들이었다. 만일 그 골목이 충분히 여유로웠다면 바로 그 이유로 그 골목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양방향 통로였다. 사람들이 빽빽하게 몰려들수록 더 참관인을 끌어당겨 몰려들게 하는 매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이 할로윈 같은 주관자 없는 축제로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압사 위험을 경고하는 112가 울려대는 시점에도 이 골목으로 들어서는 사람은 부단히 증가했을 것이다. 

<112신고 전화의 진짜 내용>
이날 용산서에는 압사를 경고하는 전화보다 마약 성범죄 등을 신고, 경고하는 112가 120건에 달해 몇 배나 많았다. 이 후자의 전화는 우려나 경고가 아니라 바로 신고다. 피해가 발생하여 “나를 구해달라”는 직접적인 전화들이 빗발친 것이다. 이것을 빼고 11건의 압사만 부각해 보고하는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사실상의 조작과 같다. 
이런 경우 경찰을 후자에 더 편성하는 것이 너무도 이성적이다. 그리고 용산경찰서는 그렇게 했다. 마약이나 성범죄 등은 누군가의 구체적 범죄다. 그러나 좁은 골목길에 꾸역꾸역 몰려들어 서로가 압사 당하는 극단적 상태로 진행된다는 것을 생각하기란 극히 어렵다. 그리고 이는 타인에 대해 행해지는 범죄가 아니라 몰려드는 사람들의 행동이 스스로 초래한 일종의 재귀적 결과다.

오직 결과만 들고 경찰 대응을 전면적 실수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정도의 압사 위험은 경찰 입장에서는 그동안에도 수차례 지나갔다. 수십만 운집 참관은 이태원에서라면 그동안에도 여러차례 지나갔다. 무엇보다 거리 행인의 숫자를 줄이는 대책이 가능하였을까. 경찰의 통제는 먹힐 것인가. 아니 먹히는 상황이었나?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보다 경찰은 충분하였나?

<용산 경찰서는 요새 무엇을 주로 하나>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동하면서 용산경찰서에 걸리는 vip 경호의 무게는 당연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진다. 할로윈 경호에 기동대의 배치를 요구하는 일선의 요구가 많았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밝혀졌다. 그러나 모두 거부되었다고 한다. 사고 당일에도 촛불 집회를 차단하기 위해 용산 집무실 방향의 거리에는 기동대가 대거 배치되었다. 
이들의 이동배치를 요구하는 사고 현장 일선 경찰들의 목소리는 거듭거듭 거부되었다. 여기에 거리통제를 맡아왔던 의무경찰은 이미 2년 전 문정권에 의해 폐지가 결정되었고 거리에는 소수의 파출소 소속 경찰만이 목청이 다하도록 고생하는 꼴이 되었다.
당일 112 전화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인력의 축소와 질서유지 등 과업의 비중이 대통령 경호 중심으로 급변하게 되었을 것은 두 번 물어볼 필요도 없다. 물론 모든 사고는 우연의 일치다. 우연이 축적되면서 사고로 가는 힘들이 서로 삐끗하면 터지는 것이다.

<누가 대통령에게 편향된 보고서를 올렸나>
112신고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터졌으므로 경찰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은 실로 1차원적이다. 이동 재배치할 경찰 인력의 부족과 경찰 임무의 우선순위 변동 등이 진정한 경찰 실패의 구조학이다. 압사를 경고하는 녹취록 11건을 곱게 정리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한 자는 누구인가. 바로 그 자가 국정을 크게 혼란에 빠뜨리고 경찰을 불만 세력으로 만들고 저항세력으로 만드는 자다. 그는 112 전체 전화의 내역과 목록은 생략한 채 “압사 위기”라는 단어만 강조한 조작된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런 수법은 범죄를 엮어내는 대통령 주변의 정치검사들이나 하는 짓이다. 또 이런 장단에 장구를 치는 한동훈 장관 등은 대체 경찰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야말로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이 나라 공직자들이다. 그들에게 역심을 부채질하자는 것인가./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주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