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사고를 추모하기 위한 집회가 5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주최로 열렸다. 주최 측은 오후 6시 기준으로 5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9000명으로 추산했다.
촛불행동은 전날 오후 5시쯤 4개 차로를 2시간 동안 차지하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 집회를 열었다. 주말 동안 서울 외에도 군산, 춘천, 수원, 부안, 부산, 대구, 광주,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촛불 집회가 열렸다. 촛불행동은 주말마다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해왔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도 이태원 사고 책임을 묻겠다면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국민의힘 해체'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근조'라고 적힌 검은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이태원 희생자를 추모합시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퇴진이 추모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현장에서 생존했다는 남성이 이날 연단에 올라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무질서하지 않았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희생자를 옮기고 CPR을 하고 더 많은 사람을 살리려고 자발적으로 도왔다. 제 눈으로 확인했다"며 "한 마음 한 뜻으로 모두가 희생자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용수빈 씨는 "분노스럽다. 비참하다. 우리는 이미 박근혜를 겪었는데, 또 윤석열을 겪고 있다"며 "우리가 세월호로 친구들을 잃었을 때, 너무나도 아팠고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 약속했는데, 또다시 이태원 참사로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이 괴롭고 슬프다"고 말했다.
'조국 백서' 저자이자 촛불행동 상임대표인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국가가 단 한명의 권력자의 안위에만 몰두하면서 국민 안전을 방치하는 사이에, 젊은이들은 좁은 골목길에 갇혀 목숨을 잃고 말았다"며 "무슨 구실로도 어떤 희생양을 만들어도 정부는 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슬픔과 분노를 담아 '살려내라'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살려내라"고 소리치며 "윤석열 XXX야" "국힘이 여당이면 사람이 죽는다"고 외쳤다.
이날 집회 무대 백드롭에는 '무책임한 정부가 참사를 불렀다'는 문구가 적혔다. 집회 사회자는 집회 말미에 "이제부터 진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며 "윤석열을 끌어내리자"고 외치기도 했다.
한편 신자유연대는 같은날 오후 4시 삼각지역 인근에서 맞불 성격의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석자는 600명으로 추산됐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주장 등을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