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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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달 29일 이태원 사고 당시 현장 인근에 마약·강력범죄 담당 형사 인력 52명을 투입하면서도 경찰 기동대는 배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 기동대는 사고가 발생한지 1시간여가 지난 오후 11시40분에야 처음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 지휘부가 사태를 뒤늦게 파악한 탓이다.

6일 서울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9일 핼러윈 파티가 열린 이태원 일대에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와 용산·동작·강북·광진경찰서 소속 10개팀 52명의 형사 인력을 배치했다. 이들은 이태원파출소·119안전센터·이태원로·세계음식문화거리 등 사고 장소 근처에서 마약류 점검·단속과 순찰 활동을 했다. 이날 이태원 일대에 배치된 형사 인력은 홍익대(7개 팀 37명) 인근보다 많았지만 단속 실적은 없었다.

지난해엔 유흥시설이 밀집된 마포·용산·강남·서초 등에 경찰 기동대가 배치됐다. 경찰은 2020년 핼러윈 기간에도 강남역·이태원·홍대 등 3곳에 경찰 기동대를 배치하는 계획을 세웠다. 반면 올해 핼러윈 기간에는 기동대 없이 일선 경찰서 형사과와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강력범죄수사대만 투입했다. 예년과 달리 마약 단속에 중점을 두고 기동대 경력 없이 인력 운용 계획을 짠 것이다.

이날 이태원 일대에 배치된 형사 인력이 사고를 처음 인지한 시각은 오후 10시 44분으로 사고 발생 29분 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원파출소 인근에서 마약 단속 및 점검을 준비 중이던 용산경찰서 강력6팀은 사고 발생 22분 뒤인 오후 10시 37분 출동 지시를 받고 오후 10시 44분 현장에 처음 도착했다. 용산서 강력6팀장이 도착 직후 위급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상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형사팀들은 사고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 등 구조작업과 질서 유지 지원을 맡았다.

오후 10시15분 사고 발생 이후 경찰 기동대는 모두 5개 부대가 투입됐다. 이들 모두 당일 저녁 삼각지역사거리∼남영역 구간에서 열린 촛불전환행동 집회에 투입됐다. 사고 발생 1시간2분 뒤인 오후 11시17분 11기동대가 용산경찰서로부터 처음 출동 지시를 받고 오후 11시40분 이태원 현장에 도착했다. 11기동대는 당일 용산 일대에서 열린 집회 관리에 투입됐다. 집회가 마무리된 오후 8시40분부터 용산 지역의 야간·거점시설 근무를 이어가다 이태원 사고 현장으로 긴급 출동했다.

종로 거점과 여의도 거점에서 각각 야간 근무를 수행하던 77기동대와 67기동대는 오후 11시33분, 오후 11시50분 출동 지시를 받고 77기동대는 출동 지시 17분 만인 오후 11시50분, 67기동대는 이튿날 0시10분 지시 20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서초 거점에서 근무하던 32기동대는 오후 11시51분 지시를 받고 이튿날 0시30분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외교시설 근무 중이던 51기동대는 이튿날 오전 1시14분에야 출동 지시를 받고 19분 뒤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의경은 모두 8개 부대가 투입됐다. 의경 부대는 이튿날 0시11분에야 서울경찰청 경비과로부터 출동 지시를 받았다.

앞서 밝혀진 대로 이날 경찰이 집회 현장을 관리하는 동안 이태원 일대에서는 오후 6시께부터 압사 우려 112신고 등 위기 징후가 지속적으로 포착됐다. 하지만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사고 발생 1시간21분 뒤인 오후 11시36분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고 상황을 파악했다. 8분 뒤인 오후 11시44분 서울경찰청 경비과장에게 가용부대를 신속히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혼잡경비를 위한 경찰 기동대 인력 투입이 늦어진 데 대해 책임 추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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