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사회적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언론을 공기(公器)로 인정하고, 언론인에게 ‘언론의 자유(freedom of speech)’와 함께 사회적 책임도 부여했다. 언론의 자유는 자유주의 사상의 기본적 원칙의 하나이며, 특히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그래서 언론인에게 권력을 비판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를 부여했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하는 ‘왜곡의 자유’까지 부여하진 않았다.

작금 MBC의 ‘자막조작 및 재연자막 미고지 사태’, TBS의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의 불공정 사례, KBS의 ‘검언유착 사건’ 등의 왜곡 보도는 가히 ‘언론의 자해행위(自害行爲)’라 할만하다. 언론의 자해행위는 민주주의 사회를 파괴시킬 뿐만 아니라 언론의 신뢰를 무너뜨려 종국에는 언론 자체를 파멸로 몰아갈 뿐이다. 언론인들은 우리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언론의 자유를 향유할 권한과 함께 언론의 자유를 수호할 책무도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실추구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 시급

현재 TBS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 프로그램의 불공정 방송으로 인해 TBS의 정체성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뉴스공장>은 지난 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생태탕ㆍ페라가모 등 오세훈 후보의 의혹을 부풀려 보도했고, 세월호 고의 침몰설과 천안함 좌초설 제기 등 불공정 방송 사례가 차고 넘칠 정도다. 더구나 김어준씨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후보 공개 지지선언은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했다. 특정후보를 공개 지지한 김씨가 TBS 시사프로그램 <뉴스공장>을 계속 진행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형평성ㆍ균형성ㆍ공정성을 상실할 따름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 이후 김어준의 선동방송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태원 참사 피해 규모가 커진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는 도중 “2017년인지 2018년 인지(박원순 시장 체제) 연도는 정확하게 기억 안 나는데 분명히 일방통행을 했다. 이번에는 그렇게 준비하지 않았던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그럼에도 김어준의 발언은 인터넷상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에 문의했더라면 사실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TBS <뉴스공장>은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사건사고가 발생하거나, 선거가 있을 때 가짜뉴스, 왜곡보도, 선동적 발언 등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사건을 정치화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스공장>은 좌파들을 위한 팬덤정치에 기여했겠지만,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수행에는 커다란 과제를 남겼다. TBS의 시급한 현안과제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진실추구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다.

MBC 뉴스 자막조작: 왜곡과 정언유착 의혹은 후폭풍이 클 수 있어

지난 9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사담(私談)은 잡음이 많고 불분명한데, MBC는 제대로 된 확인 없이 단정적인 자막을 넣어 보도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미국)”이라는 자막을 넣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조작’이고, “XX”라고 자막을 처리함으로써 욕설을 한 것으로 낙인찍은 것은 ‘왜곡’이고, ‘바이든’이라고 자막으로 단정한 것도 ‘왜곡’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당일 오전 10시 7분 MBC의 자막조작 사건이 첫 방송으로 나가기 전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당내회의에서 이 내용을 언급하여 정언(政言) 유착 의혹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다. 대통령의 ‘막말 논란’은 정치문제로 일시적일 수 있지만 ‘조작 보도’는 MBC의 신뢰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더구나 MBC와 더불어민주당의 유착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후폭풍이 클 수 있는 사안이다.

MBC <PD수첩> 영상재연 자막 미고지: 사실상의 악의를 가진 증오 표현

지난 10월 11일 방송된 MBC <PD수첩> ‘논문저자 김건희’ 편에서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하며, 김 여사와 비슷한 인물을 등장시켰지만 대역 배우가 재연했다는 것을 자막으로 알리지 않았다. <방송심의규정>에는 “재연할 경우 이를 실제 상황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연출한 화면임을 충분히 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MBC 시사·보도 제작준칙>도 “사실을 전달할 만한 대안이 없을 경우 재연 기법을 활용할 수 있지만 재연 영상임을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에서 재연 영상은 사실을 왜곡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시사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MBC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김 여사 관련 사실은 확정되지 않은 데다 스틸 사진에 문자를 입혀 보도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MBC가 ‘재연 영상으로 보도한 것은 사실상의 악의’를 가진 증오 표현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KBS의 검언유착 사건: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태

KBS의 검언유착 사건은 2020년 7월 <KBS 뉴스9>에서 당초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의 검언유착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KBS 기자와 또 다른 검사의 유착관계가 발생한 사건’이다. KBS 취재기자의 원고를 보도국 간부들이 데스킹하는 과정에서 제3의 인물과 나눈 대화록이 활용됐다는 의혹이다. 즉, KBS 취재기자가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가 나눈 대화를 직접 녹취한 것이 아니라 제3의 인물의 부정확한 전언을 가지고 단정적으로 특정 세력을 공격하고, 특정 정파를 옹호하는 허위보도를 한 것이다.

당시 채널A 이동재 기자는 녹취록을 공개하며 “그런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고, 한동훈 검사는 ‘허구이자 창작’이라며 KBS 보도 관계자와 허위정보를 제공한 수사기관 관계자 등을 명예훼손 협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리고 ‘KBS 검언유착 의혹사건 진상조사위원회’도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검찰조사에서 그 제3의 인물인 당시 신성식 검사장이 KBS 측에 거짓 정보를 흘린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팩트체크를 해야 할 보도국 간부가 데스킹 과정에서 특정 정파를 옹호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시켰다는 면에서 향후 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KBS의 정체성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태가 될 것이다.

언론의 신뢰 회복 대장정의 시작은 언론의 자해행위 중단부터

지금 우리 언론은 신뢰를 잃고 서서히 존재 가치를 상실해가고 있다. 언론의 신뢰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언론윤리강령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자체 언론윤리규범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 종사자 모두가 지키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기자가 윤리강령을 지키고 싶어도 데스크의 윤리의식이 바르지 않다면 지키기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언론직은 종사자 모두가 단순한 직업(occupation)이 아닌 전문직(profession)으로서 소명의식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직무를 수행하는 전문직화(professionalism)가 최고의 방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10월 30일 한국기자협회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언론이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해 2차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고,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하는 회원사에 대해서는 강력한 징계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31일 지상파방송 3사와 YTN은 “이태원 참사 현장영상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메인뉴스 첫머리에서 앵커멘트를 통해 밝혔다. 이러한 자세는 우리 언론이 전문직으로서 공익(public interest) 중심, 주인정신(self-employed), 자율규제(self-regulative)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면에서 언론의 신뢰회복을 위한 의미 있는 행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책무를 다하기 위해 현장의 경험지식을 축적해 나가면 우리 언론이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는 창조적 역량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진영을 넘어서 전문인들이 펼치는 양질의 저널리즘이야말로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 거듭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우리 언론인들이 바닥까지 떨어진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대장정에 나설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언론의 자해행위부터 중단하는 것이다.

황우섭 객원칼럼니스트 (미디어연대 상임대표, 전 KBS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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