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올 들어 세 번째로 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 현상이 나타난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1.9%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등 주요국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진입했고 한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초입 단계"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도 이달 말 내놓을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을 1%대로 낮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은은 지난달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 당시 "내년 경제성장률이 지난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내년 경제가 2.1% 성장할 것이라 예상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 성장률을 2.3%로 예상했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조만간 전망치를 내려잡을 분위기다.

지난달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언론에 "수출이 너무 빨리 나빠지고 있고 금리도 이 정도면 소비,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내년 1%대 성장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가 1%대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때는 1970년 이후 단 네 차례로 1980년(―1.6%) 1998년(―5.1%), 2009년 (0.8%), 2020년(―0.7%) 등이다.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여파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10월 수출입 동향 발표 직후 "반도체 단가 급락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위축이 IT 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증가세 반전이 쉽지 않을 전망"고 말했다. 수출마저 증가세로 전환되긴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다. 올해 10월 수출은 2년 만에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고, 월간 무역적자도 25년 만에 최장 기간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 압사 사고가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던 2014년 4월이 포함된 그해 2분기(4∼6월)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2% 감소했다. 이에 더해 KDI는 내년 취업자 수가 8만4000명 늘어 올해 증가 폭(79만1000명)의 10분의 1에 그칠 것이라 추정했다. 민간 소비도 고용도 악화일로인 상황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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