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7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토끼 머리띠' 남성을 조사한 결과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토끼 머리띠 남성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사람들을 고의로 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당사자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7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토끼 머리띠' 남성을 조사한 결과 혐의점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7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토끼 머리띠' 남성을 조사한 결과 혐의점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특수본, “밀어”라고 외친 당사자로 지목됐던 토끼 머리띠 남성 ‘무혐의’ 종결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토끼 머리띠 남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쳤으며 휴대폰 위치나 폐쇄회로(CC)TV상 혐의점이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목격자들 사이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에서 일부 사람들이 "밀어" 등을 외치며 고의로 밀었다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됐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는 이태원 인파 사진 속 '토끼 머리띠'를 착용한 남성이 "밀어"라고 외친 인물로 지목됐다.

하지만 당사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일 이동 경로 등을 제시하며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토끼 머리띠 남성'은 방송을 통해 결백을 주장하며 무분별한 신상털이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펜앤드마이크 11월 6일자 ‘'토끼 머리띠' 남성 "얼굴 공개하고 모욕한 사람들 고소"’제하 보도 참조.

'토끼 머리띠 남성'은 지난 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사고 당시 현장에 없었다고 주장하며 참사 당일 친구들과 주고받은 카톡과 사진, 교통카드 결제 내역 등을 공개했다. A씨가 공개한 내역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9시 55분 이태원역 승차, 오후 10시 17분 합정역 하차 기록 등이 확인됐다.

경찰의 늑장 조사, 유튜버는 이미 각시탈 인물의 ‘밀기’ 의혹 새롭게 제기

지난 2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된 토끼 머리띠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행적과 이동 경로 등을 밝히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당시 사람들을 밀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다른 이들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신원 확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찰이 관련 혐의자를 찾아냈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이태원 기획 테러’ 가능성을 언급한 유튜브 ‘양꾼TV’는 ‘찾았다, 이제 시작입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밀기꾼’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을 지목했다.

양꾼TV가 공개한 동영상에서는 각시탈을 쓴 두 사람의 얼굴이 확인된다. 양꾼TV가 여러 동영상을 통해 ‘단소’를 들고 현장을 지휘한 것으로 추정하는 바로 그 인물들이다. 이 인물은 펜앤드마이크가 ‘아보카도 오일’을 고의로 흘렸을 것으로 의심하는 그 인물과 동일인물이다. ▶펜앤드마이크 11월 7일자 ‘이태원 참사 원인에 대한 ‘충격적 제보’ 잇따라, 경찰 수사에서 진실 밝혀야’ 제하 보도 참조.

양꾼TV는 각시탈을 쓴 두 사람이 이태원 테러를 주동한 '밀기꾼'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각시탈을 쓴 두 사람 옆에 당초 밀기꾼 혐의를 받은 '토끼 머리띠'를 쓴 사람이 보인다. [사진=유튜브 캡처]
양꾼TV는 각시탈을 쓴 두 사람이 이태원 테러를 주동한 '밀기꾼'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각시탈을 쓴 두 사람 옆에 당초 밀기꾼 혐의를 받은 '토끼 머리띠'를 쓴 사람이 보인다. [사진=유튜브 캡처]

양꾼TV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충격적인 부분은 각시탈을 쓴 두 사람의 바로 옆에서 ‘토끼 머리띠’를 한 사람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사건 발생 당일 토끼 머리띠는 현장에서 판매되기도 했다는 증언이 다수 확인된다. 따라서 경찰이나 각 언론이 초기부터 특정한 토끼 머리띠 남성은 억울한 피해자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더 큰 문제는 양꾼TV를 비롯한 각종 유튜브와 블로그 등에서 ‘각시탈을 쓴 두 사람’을 밀기꾼으로 특정하고 있는데도, 경찰이 손놓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동영상을 제보 받아 분석한 양꾼TV 등을 비롯한 유튜브보다 못한 수사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점이 확인된다.

특수본, 커지는 ‘아보카도 오일’ 의혹 현장 조사 없이 CCTV 만으로 ‘짐빔’이라 단정

‘토끼 머리띠 남성’에서 헛발질을 한 경찰의 수사력은 ‘아보카도 오일’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7일 기자 간담회에서 특수본은 ‘각시탈을 쓴 사람들이 참사 발생 전 아보카도 오일을 뿌렸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폐쇄회로(CC)TV상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빔(Jim Beam·미국 위스키 브랜드의 한 종류)으로 확인했고, 사진 촬영 위치로 보아 일단 혐의점이 없어보인다"라면서 "소환조사를 통해 최종 혐의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각시탈을 쓴 두 사람이 들고 있는 병은 '짐빔' 병이 아니라, '아보카도 오일' 병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각시탈을 쓴 두 사람이 들고 있는 병은 '짐빔' 병이 아니라, '아보카도 오일' 병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경찰의 이같은 태도에 ‘아보카도 오일을 뿌린 두 남성’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어벤저스는 7일 이와 관련해 다시 한번 경찰의 수사력을 비판했다. 신지호 전 국회의원은 “경찰은 왜 짐빔이라고 특정하느냐?”라면서 두 사람을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경찰이, 짐빔이라고 특정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망자의 유류품 중 신발 바닥을 조사해보면, 묻어 있는 성분이 술인지 물인지 아보카도 오일인지 확인 가능한데, 사건 발생 9일째가 되도록 경찰이 이런 것 하나 밝히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마음 같아서는 우리가 수사를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까지 직격했다.

두 사람은 경찰이 특정한 버번 위스키 ‘짐빔’ 사진과 ‘아보카도 오일’ 사진을 비교한 뒤, 각시탈을 쓴 두 사람이 들고 있는 병에 대해서도 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아보카도 오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짐빔은 병이 투명한 반면 아보카도 오일 병은 검은색에 가까운데, 각시탈을 들고 있는 두 사람이 들고 있는 병은 투명한 것이 아니라 검은색에 가깝다는 점을 들었다.

유튜브 '어벤저스'는 '아보카도 오일' 병(왼쪽)과 '짐빔' 병을 나란히 비교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 '어벤저스'는 '아보카도 오일' 병(왼쪽)과 '짐빔' 병을 나란히 비교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그리고 각시탈을 쓴 두 사람이 들고 있는 사진을 확대하면, 아보카도 오일 병에 씌어 있는 초록색 글자가 어렴풋하게 확인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아보카도 오일을 산 것으로 추정되는 이태원의 마트에 가서 ‘판매 기록’을 확인하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태원의 마트도 확인하지 않고 ‘짐빔’이라고 추정하는 경찰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한 것이다.

다만 아보카도 오일이라는 점을 숨기기 위해서, 짐빔 병에 담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짐빔’이라고 얘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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