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년이 된 현재, 양국관계는 건강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이 중국에 대해 보여주는 선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국에 대해 강압적으로 대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려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고구려역사와 관련한 중국의 동북공정사업, 사드관련 중국의 경제보복조치 및 ‘3불(不)’ 강요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지난 10월에 개최되었던 제20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 총서기가 3연임을 확정함으로써,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더욱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의 독재 강화, 마오쩌둥 시기 계획경제로의 회귀, 미국에 대한 공세적 외교 등을 볼 때 그러하다. 

이와 같이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멀어짐에 따라, 중국측은 “체제와 이념이 달라도 서로 존중하며 국교 정상화에 합의했던 수교의 초심을 잃지 말자”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초심을 지키자”고 언급하는 중국의 의도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상황이 어떻게 변하던 간에 한중관계를 우호적인 것처럼 끌고 나가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국이 언급하는 대로 양국관계가 우호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수교가 이루어졌던 1992년 및 2022년의 국제정세 및 양국관계의 현황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보기로 하자. 1991년 냉전이 종식된 후, 미중관계는 실용적인 측면이 강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이는 미국이 추진하는 세계화의 틀 속에 중국을 포함시켰고, 중국도 이러한 미국의 정책에 영합하여 경제발전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는 공세적 외교를 시작했고, 미국은 중국을 강력히 견제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에 대해 경제적으로 디커플링을 하는 등, 미중 신냉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버티기를 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내수경제를 확대하고, 미국에 공세적 외교를 계속하고 있다. 미중 신냉전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한국과 중국의 양자관계이다. 우선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초기에 양국관계는 경제분야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 양국은 정경분리를 추진했고, 경제적 상호보완성을 갖고 있었다. 중국은 ‘구동존이(차이점은 보류하고 공통점은 추구한다)’에 집중했고,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집중했다. 

그리고 수교 초기에 양국은 정치 및 안보적으로 상대방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협력과 인적교류가 많아지면, 중국이 북한을 부담으로 느끼고 한국편으로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한국은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고,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기여하기를 기대했다. 반면에 중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이 정치적, 안보적으로 중국이 원하는 만큼 순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은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내어 중립화 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현재, 양국은 경제적, 안보적으로 냉정한 현실을 맞고 있다. 우선 경제적 측면을 보기로 하자. 첫째, 한중 경제관계는 보완관계에서 경쟁관계로 변했다. 둘째, 시진핑 하의 중국은 마오쩌둥 식의 사회주의로 돌아가고 있어 기업 진출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셋째, 중국의 임금 상승 등으로 중국에 대한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넷째, 중국은 한국에 대해 경제를 외교무기화 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 및 안보적으로 양국이 당초 상대방에게 가졌던 기대는 허망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첫째, 당초 한국은 한반도문제에서 중국의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러한 역할을 할 의사가 없다. 오히려 중국은 미중 신냉전에서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북한의 북한을 부추기려 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한국을 미국에서 떼어내려 하고 있으나, 이는 허망한 기대이다. 한국은 국가이익을 위해 한미동맹을 맺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은 북한의 도발 및 핵개발 저지를 위해 미국과의 안보협력이 필수적이며,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미국의 시장과 기술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현재의 한중관계는 30년 전과 달리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 중국이 양국관계의 ‘초심’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러면 향후 양국관계를 위해 양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양국은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가운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가능한 방안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다. 과도한 기대를 가질 때 서로 놀라거나 과도하게 상대방에게 분노할 수 있다. 

양국이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초심을 지키자”는 인위적이고 피상적인 우호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한중 양국 간에 상호적으로 우호적인 이익들을 구분하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양국은 경제관계를 쿨한 사업파트너로서의 관계로 재정의해야 한다. 양국은 상대방을 친구가 아니라 사업상의 파트너로서 보아야 한다. 이는 양국이 상대방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우호적인 정책을 기대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 둘째, 양국은 정치안보관계에서 이견이 있음을 분명히 할 때,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 양국 간에는 한반도통일, 중국의 동아시아질서 구축문제, 역사문제, 영토문제 등에서 이견이 존재한다. 셋째, 양국이 상호적으로 우호적 이익을 갖고 있는 문화분야의 협력을 추진한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한국을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강압적으로 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타협과 협의의 대상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은 중국에게 ‘신뢰할 수 있는 이웃이지만 함부로 상대할 수 없는 이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는 중국이 한반도에 대해 집착을 보이면서 한국의 순응을 원하는 데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대응방안이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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