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반환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논란의 핵심은 ‘대통령기록물인 풍산개 두 마리를 전임 대통령이 계속 양육하는 것이 대통령기록물법에 위반되느냐’라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르다 정부에 반환한 풍산개 두 마리, 곰이(암컷·오른쪽)와 송강(수컷·왼쪽)이 10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 앞뜰에서 산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르다 정부에 반환한 풍산개 두 마리, 곰이(암컷·오른쪽)와 송강(수컷·왼쪽)이 10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 앞뜰에서 산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 “근거 규정 없는 상태 지속돼 풍산개 반환”...“감사원 감사 나설지도 몰라”

문 전 대통령은 4년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풍산개를 지난 7일 정부에 반환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인 풍산개를 반환한 이유에 대해 “근거 규정이 없는 상태가 지속돼 위법 논란 소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감사원이라면 언젠가 대통령기록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며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명하다. 관리위탁을 하지 않기로 하고, 풍산개들을 원위치시켜 현 정부의 책임으로 적절한 관리방법을 강구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자고 했더니 모 일간지의 수상한 보도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문제를 지저분하게 만들어 버렸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사룟값 논란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모든 비용을 직접 부담해왔다”며 “대통령 기록물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은 “이제 그만들 합시다”며 “내게 입양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현 정부가 책임지고 반려동물답게 잘 양육관리하면 될 일이다. 또한 반려동물이 대통령기록물이 되는 일이 또 있을 수 있으므로 차제에 시행령을 잘 정비해두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팩트 1= 문 대통령 재임시인 3월 29일 풍산개 관리위탁 근거인 6조 3의 2항 신설돼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주장이 팩트와 어긋난다는 것을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근거 규정이 없는 상태가 지속돼 위법 논란 소지가 생겼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3월 29일 개정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서는 이 부분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 3의 2항에 따르면, ‘대통령선물이 동물 또는 식물 등이어서 다른 기관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것인 경우에는 다른 기관의 장에게 이관하여 관리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지난 3월 29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신설한 제6조 3의 2항에 따르면 대통령 선물은 ‘다른 기관의 장에게 이관하여 관리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 3월 29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신설한 제6조 3의 2항에 따르면 대통령 선물은 ‘다른 기관의 장에게 이관하여 관리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사진=채널A 캡처]

3월 29일 개정된 이 시행령이 명확한 근거 규정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마치 풍산개들을 겨냥해서 신설된 조항이라고 여길 정도로 명시적인 규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문 전 대통령은 ‘근거 규정이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3월 29일이라면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에 신설되었다는 점에서, 문 전 대통령이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바로 이 점에서 문 전 대통령이 사룟값 때문에 풍산개들을 반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이 점을 가장 정확하게 비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전 대통령은 명백한 증거를 무시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문 전 대통령 측은 강아지를 파양하면서 ‘법령미비’를 이유로 들었다”며 “하지만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올해 3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신설한 제6조의3에 따르면 대통령 선물은 ‘다른 기관의 장에게 이관하여 관리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즉 문 대통령이 강아지를 데려가는 것에는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팩트 2= 문 대통령 퇴임 직전 ‘양육비용 지급’ 협약 만들었지만 시행령은 개정되지 않아

이어 그는 “문 전 대통령 측은 강아지 사육 비용이 마음에 걸렸는지, 올해 5월 퇴임 직전 새로 작성한 협약서에 비용 지급 조항을 급하게 끼워 넣었다”며 “이후 자신의 뜻대로 비용 지급이 되지 않으니 결국 강아지를 파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 전 대통령 측 오종식 비서관과 대통령기록관 관장은 대통령기록관에 관리 시설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문 전 대통령에게 풍산개를 맡기는 동시에 사육에 필요한 예산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협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당시에 그런 협약이 가능한 근거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 협약 자체가 ‘위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행안부는 6월에 시행령 개정을 입법 예고했으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 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고 책임을 현 정부에 돌렸다. 따라서 문 전 대통령 측이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시행령은 사육예산 지급을 위한 협약의 이행과 관련한 ‘새로운 시행령’인 셈이다. 신설되었다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 3의 3항이 되었을 내용에 해당한다. 바로 이 부분이 ‘사룟값과 관련된 비용 문제’라는 점에서, 문 전 대통령이 ‘비용 문제’로 풍산개를 반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팩트 3= 문 전 대통령의 풍산개 양육은 합법적 행위...사룟값 지불 근거조항만 없을 뿐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양육비 문제로 파양했다는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반려동물들이 명실상부하게 내 소유가 돼 책임지게 되는 입양이야말로 애초에 내가 가장 원했던 방식"이라며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고 밝혔다. 결국 ‘사룟값을 주면 내가 키울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는 발언인 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풍산개 2마리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그러나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위탁관리할 수 있는 근거조항은 신설됐지만, 풍산개 양육비용을 지급할 근거조항 신설은 보류됐다는 게 정확한 진실이다. 문 전 대통령이 사룟값 등을 받지 않고 풍산개를 자신의 집에서 양육하는 것은 합법적 행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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