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과 경기 4곳(성남·과천·하남·광명)을 제외한 전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한파를 넘어 빙하기라고 여겨지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급격하게 떨어지는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가 10일 서울과 경기 성남(분당·수정), 과천,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등 냉각된 부동산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TV 캡처]
정부가 10일 서울과 경기 성남(분당·수정), 과천,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등 냉각된 부동산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TV 캡처]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지어 급격한 집값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섣부르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두세 배 올랐다가 이제 겨우 10%~20% 정도 내렸는데, 정부가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과 과천 등 4개 수도권 지역을 제외하면 전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고,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내달 1일부터 50%로 일원화되는 등 조치가 시행되면서, 주택 매수 대기자들이 움직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택 매수 대기자는 여전히 관망세?... 대출 규제 완화해도 DSR 규제가 남아 있어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주택 매수 대기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서울 중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규제지역을 해제하더라도 주택 매수 대기자들이 지켜보기만 한다"며, 가장 큰 이유는 ‘올해부터 강화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때문’이라고 짚었다.

금리 인상기에다 DSR 규제로 대출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부 무주택자들의 움직임이 살아날 수는 있지만,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는 지금과 같은 관망세가 지속될 것 같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 7월부터 강화된 DSR 규제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차주별 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을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기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또 개인별 DSR 규제 대상을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1억원 초과 차주를 대상으로 한 개인별 DSR 규제로 인해 LTV 50%까지 받기가 어렵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문턱이 낮아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5억원 이상 주택에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고, LTV는 10%p(포인트) 낮아져 9억원 이하 주택일 경우 50%, 9억원 초과에 대해서는 30%가 적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대출 규제를 완화해도 DSR 규제가 남아 있어, 실질적인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내달 1일부터 50%로 일원화되는 등 대출 규제 완화 조치가 시행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내달 1일부터 50%로 일원화되는 등 대출 규제 완화 조치가 시행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무순위 청약 시 거주지 요건 폐지...청약시장에 온기 돌지 ‘주목’

올해 수도권 청약시장은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영향 등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평균 청약 경쟁률과 당첨 가점이 모두 낮아졌다.

11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수도권에서 공급된 분양 단지의 1순위 6938가구 모집에 2만4047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3.5대 1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만49가구 모집에 35만9038명이 신청해 30.9대 1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경기 청약 경쟁률은 22.2대 1에서 2.2대 1로 떨어졌고, 인천도 30.9대 1에서 8.0대 1로 줄었다.

정부가 경기 대부분 지역과 인천을 규제지역에서 전면 해제하면서 청약 수요는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규제지역은 청약 조건이 완화되고, 대출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입지가 좋고 분양가가 합리적인 곳을 중심으로 청약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주목된다.

우선 수도권에서는 청약 통장 가입 후 12개월이 지나면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고,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세대주·세대원 누구나 청약이 가능해진다. 재당첨 제한도 없다. 특히 무순위 청약 시 거주지 요건이 폐지되면서, 청약기회가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또 민영주택의 경우 가점제 적용 비율이 낮아지면서 청약 가점이 낮은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유리해진다. 비규제지역의 가점제 적용비율은 전용면적 85㎡이하는 40%로 낮아지고, 전용 85㎡초과는 100% 추첨제로 운영된다.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하고, 고금리로 이자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어 청약 시장이 지난해만큼 활기를 띄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한 실정이다. 특히 2~3년 뒤의 기대감으로 청약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주택시장이 침체된 만큼 입주 시점에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파트 매매시장에 온기가 돌아야, 그런 수요가 청약 시장에도 이전된다는 설명이다.

한문도 교수, “규제 해제? 배탈 나기도 전에 설사약 먹은 격”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한문도 교수는 정부의 이같은 규제해제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정부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지만, ‘무작위적인 대책’ 같다면서 ‘배탈이 나지도 않았는데, 설사약을 먹은 격’이라고 진단했다. 연착륙 유도는 좋지만, 맞는 방향인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집값이 생각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미분양까지 늘자, 정부가 두 달 만에 부동산 규제지역을 또 풀었다. 올해로 세번째 규제 해제에 해당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집값이 생각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미분양까지 늘자, 정부가 두 달 만에 부동산 규제지역을 또 풀었다. 올해로 세번째 규제 해제에 해당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한 교수는 “이번 제도로 인해서 일부 여유 있는 사람들이 미분양 지역에 가서 선택적으로 집을 매입하는 것은 건설사 분양에는 도움이 된다”면서도 “실소유자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실소유자 입장에서는 금리를 계산해보면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다’는 것이 한 교수의 주장이다.

‘언제가 실소유자에게는 내집 마련의 적기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한 교수는 ‘미국의 금리와 물가지수가 확실히 잡히는 시기’가 적당한 시점이라면서, 구체적으로는 ‘내년 말이나 후년’이라고 내다봤다. “무주택자의 입장에서는 미리 조급하게 이런 분위기에 동조될 필요는 없고, 조금 더 봐도 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폭등기에 영끌해서 주택을 구매한 젊은이들이 버티는 기준’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에, 한 교수는 “경제 유튜브 등의 가이드라인에 자기 상황을 맞춰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5억에 샀는데 지금 5000(만원)이 손해인 상황에서, 팔았는데 5억이 3억 5000이 된다면, 그때 가서 사는 게 현명한 자본투자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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