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치 지형을 재편하는 11‧8 중간선거 개표가 닷새째 진행 중인 12일(현지시간)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P통신과 CNN 방송, 에디슨 리서치 등은 이날 네바다주에서 민주당 캐서린 콜테즈 매스토 상원의원이 공화당 애덤 랙설트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표=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표=연합뉴스]

 

네바다주 승리한 민주당, 다음 달 6일 조지아주 결선투표와 무관하게 상원 다수당 차지

이날 밤 개표율 98% 상태에서 매스토 의원은 48.8%를 득표해, 랙설트 후보(48.1%)와 0.7%포인트 차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나머지 개표결과와 무관하게 승부는 결정됐다는 분석이다. 네바다주는 과반 득표자가 없더라도 결선투표를 진행하지 않고,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네바다에서 매스토 의원이 당선되면 상원 의석수는 민주당 50석 대 공화당 49석이 된다.

그런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연직 상원의장으로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상원 과반인 51석을 확보한 셈이다. 새로 선출된 상원의원들은 내년 1월 3일 취임한다.

하원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승리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NBC 방송은 공화당이 다수당 기준인 218석을 넘은 219석을 확보해 민주당 216석에 앞선 것으로 전망한다. CNN 방송은 공화당 211석, 민주당 204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초박빙 선거구가 많아 최종 의석수는 변동성이 높지만 공화당 승리로 점쳐진다.

IRA 유예 추진하는 현대차 정의선의 계산법...IRA 3년 유예 추진할 워녹 당선이 ‘실익’

조지아주 상원 선거에서는 과반 득표가 나오지 않아 다음달 6일 결선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조지아주의 경우 개표율이 99%인 상황에서 현직 상원의원인 래피얼 워녹 민주당 후보(49.4%)와 도전자인 허셜 워커 공화당 후보(48.5%) 모두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 승부를 가릴 수 없었다.

민주당은 네바다주에서 승리함으로써 조지아주 결선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게 됐지만,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워녹 후보의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워녹 후보가 당선돼야 자동차 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IRA 3년 유예안’이 반영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3년 유예안을 발의한 당사자가 민주당 소속 래피얼 워녹 상원의원이다.

우리 정부는 'IRA 3년 유예안'을 미 측에 제안한 상태이다. 워녹 현직 민주당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지난 9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우리 정부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차별 3년 유예'를 미 측에 제안한 상태이다. 워녹 현직 민주당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지난 9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워녹 상원의원은 지난 9월, 북미에서 최종조립한 전기차에만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IRA 조항을 3년 유예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조지아주는 현대차가 지난달 25일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을 연 곳이다.

현대차의 조지아주 공장 신설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IRA의 혜택에서 배제되는 상대적 불이익을 받으면 안된다는 게 지역 정서이다. 워녹 의원이 당선돼야 이 같은 지역정서를 반영해 ‘3년 유예안’을 관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공화당의 IRA 폐기 방침, 실현 가능성 낮아...조지아서 공화당 승리하면 ‘3년 유예’ 추진 주체 사라져

공화당 워커 후보가 당선될 경우, ‘3년 유예안’보다 공화당의 당론이라고 볼 수 있는 ‘IRA폐기’ 쪽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IRA가 폐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력 차기 하원 의장으로 거론되는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 9월 “다수당이 되는 첫날 IRA 관련 예산을 폐기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이 선거 유세 기간 거론한 IRA 폐기를 당론으로 정해 밀어붙인다 해도, 의회 통과는 어렵다. 상·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원을 통과해도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IRA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치적 성과사업을 담고 있기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무리하게 개정안을 밀어붙였다가는 오히려 정치적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에서, 공화당으로서도 결정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공화당의 IRA 폐지 추진은 현대차 입장에서 ‘차별’을 없애는 근본적 방법이지만, 이처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문제점이다. 현대차로서는 실익이 없는 대안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미국 정치가 IRA 폐지를 두고 정치갈등을 빚는 동안 IRA로 인한 현대차의 차별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워녹 의원이 승리해 민주당이 IRA 3년 유예 방안을 관철시키는 게 현실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국 정부와 업계 IRA 3년 유예 의견서 제출...미 재무부 의견 수렴 중

현재 정부와 업계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 적용을 3년 유예하는 등의 제안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앞서 미 재무부는 IRA 하위규정을 마련하면서 지난달 5일부터 한 달 동안 의겸수렴을 진행한 바 있다.

우리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 적용을 3년 유예하는 제안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우리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미 측에 인플레이션감축법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전문가는 IRA 최종 시행에 앞서 미 정부와 적극적인 협상과 설득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사저널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효영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원 부교수는 지난 9월 ‘IRA 의미와 쟁점 및 대응방안’에서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비롯해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시설까지 투자 약속을 한 우리 기업에 대하여 IRA 적용대상으로부터 예외 및 면제를 부여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교수는 EU의 사례를 통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설득 작업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U는 현재 2026년 시행 예정인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부담금의 미국 면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IRA에 대한 EU 생산 전기차의 면제 적용을 확보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부교수는 “우리 정부도 현재 미국과의 통상현안 중 상호주의 차원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지아주는 ‘딥 사우스’에서 ‘경합 지역’으로 변모...워녹과 워커, 박빙의 승부 예상돼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에 나서는 허셸 워커 공화당 후보(왼쪽) vs 라파엘 워녹 현직 민주당 상원의원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에 나서는 허셸 워커 공화당 후보(왼쪽) vs 라파엘 워녹 현직 민주당 상원의원. [사진=연합뉴스] 

워녹 의원과 공화당 워커 후보는 결선투표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 지역인 '딥 사우스(Deep South)'로 여겨졌지만, 최근 민주당의 손도 들어주는 경합 지역으로 변모했다. 2020년 상원 선거에서도 조지아주는 결선투표를 거쳐 막판 재역전에 성공한 민주당이 상원 의석 2석을 모두 가져가면서 총 50석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2020년 11월 선거에서 당시 민주당은 조지아주의 승리를 발판으로 대통령, 연방 상원·하원 의원 선거까지 휩쓰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주에서 49.47%를 득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49.24%)에게 0.23%포인트 차이로 신승했다. 재검표까지 진행한 결과, 두 후보 간 표 차이는 1만2284표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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