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정부가 내년 도입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2년 유예하기로 한 가운데, 야당에선 당장 내년부터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최근 들어선 이재명 대표도 금투세 도입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된 양도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연간 5000만원 이상 소득 시 20%, 3억원 초과 소득 시 25%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투세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병행된 것은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와 증권거래세율을 현행 0.23%에서 0.15%로 인하한다는 내용이다. 

당초 금투세는 국회 여야 합의로 2023년부터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정부는 이를 2년 연기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다만 대주주 기준 완화와 증권거래세 인하는 그대로 담고 있어 야당측에서 반발했다.

정부측 주장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금융투자소득세 과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7일 '2022년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주가지수가 고점 대비 30% 폭락해 코로나19 이전으로 거래대금이 감소했다"며 "시장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과세하는 경우 시장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내 상장주식의 세제상 이점이 사라져 해외주식으로의 자본유출을 가속화하고 환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선 "매년 연말 양도세 회피 목적의 개인투자자 주식 매도 현상으로 시장 왜곡이 발생했다"며 "양도과세 완화는 시장 활성화와 일반투자자 혜택 차원의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대주주 여부는 국내 주식 투자에서 양도세 부과의 기준이 된다. 개인의 양도 차익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과세하지 않지만 대주주 요건에 해당할 시에만 20~30%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에선 12월말 대규모 투매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은 12월말로, 주식 보유 금액이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대주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연말만 되면 대량 투매에 나서기 때문이다.

대주주 요건은 그동안 꾸준히 강화되어 왔다. 종목당 지분율 3% 또는 평가금액 100억원 이상인 경우에 대주주로 분류하다가, 2013년엔 코스피의 경우 지분율 2% 또는 평가금액 50억원 이상, 코스닥은 지분을 4% 또는 평가금액 40억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후 대주주의 기준은 더욱 강화되어 2020년 4월부터는 종목당 10억원 이상 갖고 있으면 대주주로 분류됐다. 

이로 인한 시장 왜곡 중 하나는 공시 규정에 따라 회사 임원이 자사주를 매수하거나 매도할 경우 그 결과를 공시해야 하는데, 단지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도했다가 시장이 이를 악재로 받아들이는 경우다. 또 대주주는 배우자나 부모·조부모·자녀·손자 등 직계 존·비속 등의 특수관계자의 보유지분도 합산해 판단하고 있어 이를 현실적으로 일일이 파악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와 관련해 "예정대로 내년 1월에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애초 여야 합의로 의결된 내용은 '금투세 도입-거래세 인하'가 하나로 묶인 것인데, 금투세 도입만 미루는 것은 조세원칙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금투세가 상위 1% 과세임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손해볼 제도는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주식으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낸 투자자 비중은 0.9%에 불과했으며, 시장 상황이 좋았던 2020년에도 5000만원 이상 수익을 낸 투자자 비중은 1.2%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대주주 요건과 관련해선 개인투자자 약 1400만명 가운데 작년까지 대주주로 분류된 인원이 6900명에 그쳤다는 주장이다.

이에 기재부는 최근 10여 년간 평균 주식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한 상장 주식 기준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15만명으로 추산됐다며,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기타 금융상품 투자자를 합치면 실제 과세 인원은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투세 도입 시기와 관련해선 민주당이 현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169석을 차지하고 있어, 민주당이 국회에서 정부안을 부결시키고 당장 내년 1월부터 금투세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에 대한 우려 입장을 밝히면서 유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투세 도입까지 2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법안 세부내용 개정 가능성도 있어 개인투자자들이나 증권사들은 관련 법에 대한 명확한 안내나 설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투세 도입에 따른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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