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난희, 인권위 결정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 냈다가 패소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판결 관련 발언. (사진=MBN 화면 캡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배우자인 강난희 씨가 박 전 시장이 부하 직원을 성희롱했다고 본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15일 박 전 시장이 성희롱을 했다고 판단한 국가인권위 결정은 정당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지난해 1월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 발표를 위해 인권위는 피해자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참고인 진술, 피해자 진술 내용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밤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등의 피해자의 주장을 사실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에 개선책 마련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 씨는 이에 불복해 지난해 4월 행정소송을 냈다. 인권위가 피해자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는 이유다. 강 씨는 지난 8월 23일 행정소송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인권위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최영애 (당시)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전 시장에게) 성 비위가 있는 것처럼 예단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역사는 내 남편 박원순의 무죄를 기록할 것이다. 그 분의 명예를 법의 이름으로 지켜주시고 그의 억울함을 밝혀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허위 진술을 할 동기가 없어 신빙성이 있다.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으로 보낸 셀카 사진과 이모티콘, 글 등을 볼 때 박 전 시장이 성적 언동으로 피해자에게 장기간 정신적 고통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박 전 시장의 성희롱 행위가 인정되는 상황에서 서울시 등을 상대로 개선책 마련을 권고한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서울시 최고권력자인 망인(박 전 시장)을 보좌했고, 이 사건 행위에 대해 망인에게 불쾌감을 표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했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등의 메시지를 보낸 맥락도 "이성 간의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이라기 보다는 소속 부서원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꿈에서 뵌다'는 말의 경우 망인의 성적 언동이 이어지자 대화를 종결하기 위해 사용한 수동적 표현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강 씨 측 대리인은 이날 패소에 대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 당황스럽고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강씨가) 상당히 많이 실망한 것으로 보이고, 항소 여부를 비롯해 반박할 내용을 상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은 지난 2020년 7월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에 따라 그해 12월 수사를 종결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