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통해 불법 대선자금 조달...‘비자금대선’ 관행 ‘원위치’

결국 사람들의 직감과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다.

작년 가을, 수원 지역의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대장동 의혹이 터졌을 때, 수원과 성남 등 경기 남부 정치권에서는 곧바로 이 사건이 ‘이재명 캠프의 대선프로젝트’라는 소문이 터졌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은 김만배 남욱 등 대장동 일당과 이재명 캠프 인사는 단 한명,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하면서 사건을 은폐했지만, 진실이 밝혀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고, 유동규 전 본부장이 마음을 바꾸면서 대장동이라는 거대한 비리의 몸통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대장동 비리의 실체, 향후 검찰의 수사방향이 적시돼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검찰에서 했다는 아래의 진술이 바로 대장동의 본질이다.

“나와 가족 명의로 된 화천대유·천화동인 1~3호 지분 합계 49.2%의 절반 24.6%는 당시 이재명 시장 측의 몫이었고 700억원 중 세금과 공통비를 제외한 428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이에대해 이재명 대표의 또다른 최측근으로 15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실장은 “저수지에 넣어둔 돈” “필요할 때 꺼내 쓸 것”이라고 말하는 등 대장동 비자금의 성격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이후 치러진 한국의 대선은 돈잔치, 한 마디로 비자금 전쟁이었다. 유신과 5공이후 첫 직선제 대통령이 된 노태우 후보는 전임 전두환 대통령이 물려준 비자금만 수천억원을 선거에 살포했고, 김영삼 김대중 후보 또한 이에는 못 미치지만 최소 수백억원씩의 비자금을 사용했다.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후보가 맞붙은 1992년 14대 대선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선거에 진 김대중 후보는 나중에 “김영삼 후보가 1조원이상의 대선자금을 사용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평생 정치자금 조달, 특히 92년 대선자금 때문에 비자금 정치에 환멸은 느꼈던 김영삼 대통령은 그때까지 대통령의 ‘의무사항’이었던 여당 정치자금 조달 관행을 끊고 전두환 노태우 전임 대통령을 비자금 조성(뇌물) 혐의로 감옥에 보냈다.

하지만 1997년 대선에서도 불법 대선자금 관행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당의 이회창 후보는 국세청 관계자까지 동원해 이른바 ‘세풍사건’을 일으켰고, 김대중 후보 또한 기업 등으로부터 결코 적지않은 대선자금을 조달했다.

이회창 노무현 후보가 대결한 2002년, 16대 대선은 불법 비자금이 동원된 마지막 대선이었다. 이회창 후보는 이른바 ‘차떼기 사건;을 일으켰고, 노무현 후보 또한 기업들로부터 비자금을 조달한 혐의로 안희정 같은 측근이 감옥에 가야만 했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2007년 대선부터는 불법 대선자금 관행이 사라졌다. 선거공영제가 정착됨에 따라 수백억원씩의 선거비용이 국고에서 지원되는데다 그동안 불법 대선자금 사건 여파로 돈을 내려는 기업, 감옥행을 감수하고 모금활동을 하려는 측근들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 대장동비리가 철저히 밝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등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등 경제가 가장 활발하게 돌아가는 지역의 지방권력과 측근들이 개발권을 이용해 대선용 불법 비자금을 만든, 한국정치를 20년 후퇴시키는 범죄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최근 검찰의 대장동 사건 수사를 놓고 반발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지역 토착비리 수사‘라고 반박한 바 있다. 재벌 대기업들로부터 보험료 형식으로 불법 대선자금을 만들던 과거와 달리 대장동사건은 지방권력의 개발권을 이용한 범죄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분석가 홍경의 단국대 객원교수는 “대장동 사건은 지방자치 정착이후 개발권을 갖게 된 단체장 등 토착권력이 어떤 방향으로 부패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권력까지 쥐게 되는 지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연루 등 범죄구성 요건과 상관없이 정계은퇴 등 책임을 져야 할 이유다.

한편 검찰은 16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귀가시킨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