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사옥 출입문의 삼성 로고. [사진=연합뉴스]
삼성생명 사옥 출입문의 삼성 로고. [사진=연합뉴스]

삼성 사내 메신저에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면 인사고과에서 좋은 평가를 주지 않겠단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글에서 본인을 삼성 파트장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아이폰을 쓰는 하급자가 사내 메신저 및 메일 확인을 늦게 한다며 단체 생활에 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올해 처음으로 파트장 달고 고과평가를 하게 됐는데 아이폰 쓰면서 메신저/메일 확인 늦게 해서 꼭 전화하게 만드는 파트원들이 몇몇 있다"며 "꼰대 마인드인 것 같지만 난 기본적으로 회사라는 단체 생활에 배려가 없는 거라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체방에 급한 거 공지를 해도 이들은 대답도 없다"며 "해도 한참 뒤에 (확인)해서 속에 열불 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했다.

글쓴이는 "아이폰 쓰면서 파트원들에게 불편주는 이들에게 상위고과는 죽어도 주는 일 없을거다"라며 "파트장급 하고 있는 내 주변 동기들도 비슷한 생각있는 사람들 꽤 있다. 관리자급이 되어보니 느끼는 바가 정말 많았던 한 해였다"고 했다.

16일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어느 삼성 파트장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16일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어느 삼성 파트장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 글은 16일부터 인터넷에 급속히 확산되는 중이다. 이에 대해 온라인에선 갖가지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이 글을 비판하는 측에선 '아이폰이 삼성 사내 메신저 어플을 지원 안해주는 것이 문제지 파트원이 문제냐' '글쓴 파트장이 퇴근 후나 주말에 업무지시를 내려놓고 괜히 성내는 것 아니냐' '연락이 안되면 개별 메시지나 메일을 쓰면 되지 메신저를 굳이 써야 하냐' '가장 현명한 방법은 삼성에서 IOS(아이폰 소프트웨어)버전을 내놓으면 된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반면 글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연봉 많이 받으면서 업무용 (안드로이드) 폰 하나 더 장만해라' '근무시간 끝나도 (업무연락이) 주말에도 오고 하니 일부로 삼성 폰 안 쓰는 것이다' '꼰대니 뭐니 하는 사람들은 회사생활 엉망으로 하는 걸로 인식하면 되는 거냐' '삼성 사내 메신저 어플을 아이폰에 지원하게 하라는 말이 상식적이냐'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논란에 대해 '삼성 내부의 현황도 모르는 외부인들이 왈가왈부하는 게 맞는거냐'는 지적을 하며 자신을 현직자라고 밝힌 어느 네티즌은 "내부 사정을 모르면 '저게 왜 꼰대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직자 입장에서 좀 풀어줄테니 판단은 직접 하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 당연한 소리지만 사내에선 인트라넷이 있으며 업무 중 응답은 핸드폰과 전혀 상관없다. 보안 때문에 사외에선 메일 및 메신저 불가능하다 ▲ 사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갤럭시용 모바일 앱을 별도로 지원하지만 필수는 아니다 ▲ 정황상 저 사람이 아이폰이라 답이 늦다고 하는 건 퇴근 후이거나, 성격이 급해 참지 못하는 성격일 가능성이 높다 ▲ 사내에선 퇴근 후와 주말 업무지시 지양하는 분위기다 ▲ 개인정보 저장 등의 문제로 사내 메신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등이었다.

일각에선 '개인이 특정 기업을 다니고 있다면 오직 그 기업의 물품만 사용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즉 삼성 다니면 오직 갤럭시만 사용해야 하고, 현대자동차를 다니면 현대차만 타야 하냐는 것이다. 직원은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고객이자 소비자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 직원도 소비자로서 애플의 핸드폰을 구매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정당한 권리를 인사고과의 잣대로 삼지 말고 회사 윗선이 불편하다면 직원에게 업무용 핸드폰을 지급하는 것이 옳단 것이다.

이번 논란에서 '삼성의 수직적 조직문화'가 여실히 드러난단 지적도 나온다. 공직사회도 아니고 민간기업의 윗선이 무조건 맞추라는 건 말이 안된다는 것. 이러한 지적을 내놓는 측에서는 '상급자가 불편하단 점이 공정해야 하는 고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본지와 연락이 닿은 삼성 재직자 A씨는 "저 글을 쓴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며 "아무래도 주말에 일을 시키고 싶어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러니 '왜 메신저 안 보냐' 이런 태도가 나오는 것"이라며 "정 안되면 카카오톡 등 다른 메신저를 사용하면 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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