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이태원 참사와 경찰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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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2.11.18 09:53:12
  • 최종수정 2022.11.1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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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 관계자들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2022.10.30(사진=연합뉴스)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2022.10.30(사진=연합뉴스)

1. 이태원 참사, 그 불행한 사태는 왜 발생했을까?

10월 29일의 이태원 참사 이후 20일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그 충격과 후폭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서울 시내의 골목길에서 158명이 압사 사고로 죽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해 온갖 루머가 난무하고 있으며, 경찰을 비롯한 용산구청이나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 그리고 최근에는 유족들의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의 공개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태원에서 할로윈 축제가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이태원의 할로윈 축제가 3년 만에 재개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인파가 몰렸고, 참사가 벌어졌다. 희생자들이 대부분 10대와 20대의 젊은이들이라는 점에서 제대로 피어보지 못한 청춘들에 대한 국민들의 애도가 더욱 많았고, 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는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더 차분하게 이태원 참사를 되돌아볼 시점이다. 이태원 참사를 세월호 사건과 비교하는 이들도 있으나, 두 사건은 그 비극적 결과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차이가 있다. 세월호 침몰 및 구조의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분명한 것과는 달리,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참사의 원인에 대한 규명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선박회사가, 이차적 책임은 이를 관리하는 행정기관에 있다. 만일 이태원 참사가 특정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해서 발생한 문제라면 이와 유사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길거리를 지나다가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책임의 소재가 분명치 않다.

그렇다고 책임이 없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다만,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니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이러한 참사의 원인이 무엇인지가 제대로 규명되어야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수사 과정을 통해 누가 뒤에서 밀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규명되어야 할 것이며, 정말로 기름을 뿌린 사람이 있는지도 확실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취중이거나 마약으로 인해 희생자 숫자가 늘었다는 의혹도 해명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의혹들의 사실 여부뿐만 아니라, 그것이 사실일 경우 참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하게 밝힐 때 비로소 우리는 이태원 참사를 올바르게 매듭지을 수 있을 것이다.

30일 오전 과학수사대원 등 경찰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명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2.10.30(사진=연합뉴스)
30일 오전 과학수사대원 등 경찰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명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2.10.30(사진=연합뉴스)

2. 경찰의 책임, 어떤 경우에 법적 책임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 정치권에서는 ‘무한 책임론’이 이야기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는 정확하게 말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수사를 통해 속죄양을 찾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참사 당일 현장에서 열심히 구조활동을 했던 용산소방서장을 입건한 것이 이런 의혹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참사의 규모가 확인되면서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와 더불어 경찰이나 구청에서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 심지어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실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 바 있다.

그런데 직접 예방조치를 취할 위치에 있지 않은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실은 논외로 하더라도, 그 지역에 대한 관리⋅통제권을 갖고 있는 경찰이나 용산구청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정당한가?

이런 경우에 법적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즉, 이태원 참사가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이러한 예견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함으로써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이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지 않은 경우에만 법적 책임이 부과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 책임은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저히 예견할 수 없고, 회피할 수 없는 참사는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이를 불법이라고 할 수도 없고,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과연 어느 정도의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도의적 책임과 구별되는 법적 책임은 매우 엄격한 요건과 기준에 따라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30일 오전 과학수사대원 등 경찰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명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2.10.30(사진=연합뉴스)
30일 오전 과학수사대원 등 경찰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명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2.10.30(사진=연합뉴스)

3. 참사를 예견할 수 있었나?

이태원 참사의 예견가능성 여부는 향후 수사 또는 각종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지만, 이태원 참사의 예견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기준 몇 가지는 지적될 수 있다.

첫째, 예견가능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10월 29일 사고 당시의 시간대에 그 지역에 어느 정도의 축제 인파가 몰릴 것인지가 충분히 예견될 수 있었어야 한다. 물론 3년 만의 할로윈 축제라는 점에서 예년에 비해 더 많은 인파가 몰릴 수 있다는 점 정도는 충분히 예견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모인 사람들의 증가 숫자가 일반적인 예상의 범위를 벗어났다면, 예견가능성이 없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사고 전날인 10월 28일 저녁 이태원에 매우 많은 인파가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곧바로 10월 29일 사고를 예견할 수 있는 것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10월 28일 약간의 혼란이 있었으나 큰 사고는 없었다는 점이 29일 사고를 예견하기 힘들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10월 29일에는 그 전날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 예견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예견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고 당일 모인 사람들의 숫자, 특히 사고가 발생한 골목에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몰릴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몰렸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뒤에서 밀치는 등의 다른 요소가 작용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즉, 뒤에서 밀친 사람들이 실제 있었고, 그런 행동이 없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될 경우에는, 뒤에서 밀치는 행동까지도 예견할 수 있어야 예견가능성이 인정된다.

넷째, 사고 당일, 사고시간 이전에 112신고가 접수되었던 것도 예견가능성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당시 현장에서 압사 사고 우려를 이야기하는 신고가 들어온 것은 사고 발생 3시간 40분 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부터는 예견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며칠 전에 예견가능한 경우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과 3시간 40분 전에 예견가능하게 된 경우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에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즉, 이 경우에는 회피가능성이 매우 제한된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만일 예견가능성이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참사를 적극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경찰의 법적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예견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책임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31일 오전 경찰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2022.10.31(사진=연합뉴스)
31일 오전 경찰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2022.10.31(사진=연합뉴스)

4. 참사를 회피할 수 있었나?

예견가능성의 문제와 회피가능성의 문제는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예견할 수 없었던 일은 회피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예견할 수 있어도, 회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지진이나 화산폭발, 예고된 폭탄테러 등이 그런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당시 경찰이 참사에 대한 회피가능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몇 가지 기준이 제시될 수 있다.

첫째, 오래 전부터 예견가능한 경우라면 참사를 막기 위해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을 것이고, 따라서 회피가능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컨대 경찰 인력을 많이 투입해서 질서를 유지하고, 위험지역에 대한 통행을 제한하는 등의 사전적 조치들이 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당일의 112신고 이후에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였고, 몇 시간 후의 참사 가능성을 인식했다면, 회피가능성의 범위는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충분한 경찰 인력을 파견하는 것도, 구청 등 관련 기관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에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회피가능성은 다시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밖에 없다.

셋째, 당시 경찰 인력이 현장에 파견되었고, 나름으로 열심히 사고의 예방 및 수습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파견된 경찰 인력이 전체적 상황을 통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러면 과연 어느 정도의 경찰 인력이 투입되어야 참사를 예방 내지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며, 사고 당시에 이러한 정도의 경찰 인력이 동원될 수 있었는지가 문제된다.

넷째, 이와 관련하여 동원될 수 있는 경찰 인력이 부족했다면, 그 원인이 문제된다. 의무경찰의 폐지 등의 정책적 원인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임수수행을 위해 경찰 인력들이 투입되었고 이를 단기간에 참사 예방 또는 수습을 위해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요인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예견가능성과 마찬가지로 회피가능성도 법적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책임을 묻는 것은 법치국가의 책임 원칙에 반하는 속죄양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30일 오전 소방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명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2.10.30(사진=연합뉴스)
30일 오전 소방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명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2.10.30(사진=연합뉴스)

5. 결론: 철저하게 수사하되, 속죄양 만들기는 없어야!

이태원 참사는 분명 유래를 찾기 어려운 대형 참사이며,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비극적 사건이다. 유족들의 슬픔에 공감하면서 국가애도기간이 정해졌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 유족들과 국민들은 참사의 책임 소재를 확인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도 안 되고, 속죄양을 만들어 참사에 대한 유족들과 국민들의 분노를 덮으려 해서도 안 된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겹쳐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참사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이에 대해 분명히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정의의 요청이나, 그러나 책임져야 할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정의에 반한다.

그러므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의 속죄양 만들기 아니라 사고의 원인 및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의 소재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태원 참사는 유족들의 가슴을 무너뜨리고, 많은 국민들을 슬프게 만든 불행한 사태였다. 그런데 엉뚱한 사람을 속죄양으로 만들어 책임을 묻는 것은 이러한 불행을 확산시키는 것이 아닌가?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

장영수 객원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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