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후 칼럼] 일본, 이토추伊藤忠와 세지마 류조瀨島龍三에서 길을 찾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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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2.11.18 09:47:27
  • 최종수정 2022.11.1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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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작금의 세계는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한 대격변이 진행중이다. 미국, 서방 대 러시아를 위시한 비서방권이 단극에서 다극세계로 나아가면서 치열하게 쟁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도 교토삼굴狡免三窟이란 고사처럼 제각기 뒤로는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는 생존과 직결돼 비록 표면적으로는 싸우고 있어도 막후에서는 거래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처럼 에너지와 자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G7의 일원으로 대러제재 행렬에 동참하고 있지만 사할린-1 프로젝트의 천연가스전을 매개로 러시아에 대놓은 끈은 놓지 않고 있다. 미국의 액슨 모빌이 사할린에서 철수했지만 일본의 이토추伊藤忠는 인도국영에너지회사 ONGC Videsh와 함께 사할린 동쪽 해안 유전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있다.

이토추의 사할린 에너지사업.
이토추의 사할린 에너지사업.

 

이달 초 이토추의 CEO 오카후지 마사히로岡藤正広는 영국 F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생존을 위해 러시아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모스크바와의 관계를 단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에너지를 배송할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다른 G7국가들과 함께 오는 125일 러시아에 대한 원유가격 상한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실 대러제재라는 것은 뒤죽박죽이다. 서방세계는 러시아 에너지에 대해 금수조치를 취하면서 중공이 사들인 러시아 에너지를 구매하는, 상식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미 재무부도 대러 제재는 하고 있지만 에너지만큼은 슬그머니 예외로 하고 있다. 그래서 시티뱅크, JP모건 체이스에 대해서는 모스크바에서 영업을 계속 유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다만 코미디 같은 것은 그러한 JP모건 체이스가 러시아 경제 디폴트 가능성에 관한 보고서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토추CEO오카후지 마사히로.
이토추CEO오카후지 마사히로.

 

대러 제재로 에너지 수급에 봉착한 서방국가들은 나름대로 살길을 모색하기 위해 분주하다. 프랑스의 마크롱은 옛 식민지 알제리의 석유가 아쉬워 과거사에 대해 사과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접근하는가 하면 독일의 숄츠는 카타르를 기웃거리고 있다. 이토추의 CEO 오카후지 마사히로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역시 중공, 인도처럼 저렴한 러시아 에너지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오카후지 사장의 이 같은 견해는 러시아의 가스를 공급받지 못하는 유럽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한 카타르 에너지장관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일본 굴지의 종합상사 이토추와 러시아 사할린 에너지에서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이 같은 모습은 과거 쇼와의 침모昭和参謀로 불렸던 전설적인 인물 세지마 류조瀨島龍三를 연상시킨다. 소설 불모지대不毛地帶의 실제주인공으로도 알려져 있는 세지마 류조는 1911년생으로 육군대학을 수석졸업하고 1945년 관동군 참모부 복무하다 소련군에게 잡혀 11년동안 시베리아에 억류되기도 했다. 그는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시베리아에서 지내다 1956년 귀국한 뒤 46세의 나이에 이토추 상사에 취직한다. 그리고 고속승진을 거듭해 1978년 이토추의 회장이 된다. 세지마 류조는 참모본부에서 정보를 수집해 조직의 전략을 수립하던 경력을 활용해 섬유수출업체에 불과했던 이토추를 세계적인 종합상사로 성장시킨다.

 

세지마류조를 모델로 한 야마자키 토요코의 소설 [불모지대].
세지마류조를 모델로 한 야마자키 토요코의 소설 [불모지대].

 

미중. 미러 대립으로 글로벌 정세가 어지러운 가운데 늘 지경학地經學의 추이를 면밀하게 파악해온 이토추는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토추는 일중수교 훨씬 전인 1972년에 중공시장에 진출해 우호상사로 지정된 실력을 가지고 있다. 또 일찌감치 인구가 많은 생활분야, 의식주 분야에 착안해 중공시장에 눈을 돌렸던 이토추는 미중 경제전쟁이 심화된 시점에서도 과감하게 베팅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토추를 이끌었던 세지마 류조는 신문기사만 읽고 1973년 제 1차 오일쇼크를 예견했다는 사실은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이토추의 나아갈 길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행정개혁에도 아이디어를 제공했던 세지마 유조는 스지키 젠코鈴木善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등 일본의 역대총리들과도 교류했다. 또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과도 왕래해 한일관계에 공헌하기도 한 인사다.

 

일본제국군 시절의  세지마 류조.
일본제국군 시절의 세지마 류조.

 

일찍이 전략이 없는 국가는 망한다고 역설한 세지마 류조와 같은 기조를 기업경영에도 유지하고 있는 이토추의 현 CEO 오카후지 마사히로岡藤正広도 상당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비록 사할린-1으로부터 도입하는 에너지 분량이 많지는 않아도 단절하면 곤란하며 언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판단에 FT와 인터뷰까지 가진 것을 보면 그렇다. 일본의 기시다 정부 역시 표면적으로는 할 수 없이 서방의 대러제재를 따라가고 있지만 러시아의 에너지 없이는 국가가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대러관계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이토추 상사.
이토추 상사.

 

자칫 국가간의 관계는 감정적일 수도 있지만 어느 나라든 이웃이 싫다고 해서 이사를 갈 수도 없고 그 이웃을 옮길수도 없다. 또 세계적인 진영논리에 따라 휩쓸리다가도 대립이 언젠가 종식되면 언제 싸웠느냐는 듯 화해모드로 변하는게 국제정세의 본질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라도 국가는 생존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세계지도를 보는 대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이 없는 국가는 망한다는 세지마 류조의 말은 철칙이다. 한국은 미래를 내다보고 국가전략을 어떻게 수립할지 철저한 고민이 있어야 할 때다.

일본과 러시아의 국기.
일본과 러시아의 국기.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 前 MB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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