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나간 후 MBC기자들이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에게 "무엇이 악의적이냐"며 설전을 벌인 것과 관련해 과거 MBC가 이재명 당대표에게 인터뷰 해줄 것을 절실히 요청하던 모습이 재조명되고 있다. 윤 대통령에겐 '뻗대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MBC가 이 대표에겐 "저희 MBC만 좀 부탁드린다"며 사정하는 모습이 담긴 캡처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당선됐다. 그는 개표 결과 당선이 확실시되자 TV조선, JTBC, KBS, SBS, MBC 등 주요 방송사들과 연달아 생중계 인터뷰를 했다.
그러던 와중 TV조선이 당시 논란이 되던 이 대표의 '여배우 스캔들' 질문을 하자 이 대표는 "다른 이야기하면 안되냐. TV조선의 관심사는 오로지 그것 같다"라고 받아쳤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는 '책임질 부분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의미냐'란 질문에 "저는 그런 이야기한 적이 없다"라며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이라는 가정에 대해 말한 적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송사들이 이 대표에게 민감한 주제에 대해 질문하자 그의 일그러진 표정에서 불편함 심기가 그대로 읽혔다. 이 대표는 SBS 인터뷰 차례가 되자 대변인에게 인터뷰 중단을 지시했고, 대변인의 "MBC까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란 부탁에도 "안돼, 엉뚱한 질문을 자꾸 해서 안돼. 약속을 어기기 때문에 다 취소해"라며 약속된 일정을 취소하려 했다. 이 대표는 "여기(SBS)까지만 하고 이것도 인터뷰하다 딴 이야기하면 인터뷰 끊어버릴거야"라며 "내가 끊어버릴거야. 예의가 없어, 안해"라는 말을 연거푸 했다.
이에 MBC측은 다급해져서 "저희 진짜 (그런 질문) 안 하기로 했어요"라며 "저희 MBC만 좀 부탁드릴게요"라고 했다. 이 대표가 SBS 인터뷰 진행 전 고압적이라 할 수 있는 태도를 보이자, "MBC까지만 부탁드릴게요"라고 재차 사정하기도 했다.
이 사건이 재발굴되면서 인터넷에선 이 대표의 언론 무시 태도를 비판함과 동시에, MBC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과연 당시 MBC가 이 대표에 대해서도 '언론탄압'이란 비판을 했냐는 것. 네티즌들은 '세상에' '(이 대표) 표정 표독스러운 것 봐라' '이재명은 진짜 찢는데 어떡하겠냐' 'MBC 독립 운영을 지지한다' '저 때 MBC가 언론탄압이니 뭐니 소리는 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18일 도어스테핑 이후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MBC측의 '무엇이 악의적이냐'란 질문에 답했다. 이 부대변인은 "음성 전문가도 확인하기 힘든 말을 자막으로 만들어 무한 반복했다. 이게 악의적"이라 했고,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 국회 앞에 미국이란 말을 괄호 안에 넣어 미 의회를 향해 비속어를 쓴 것처럼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 방송을 했다. 이게 악의적"이라고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실시한 도어스테핑보다도 이 비서관과 MBC기자간의 2분 설전이 더 주목을 받았단 평가다. MBC 기자는 "뭐가 가짜뉴스에요. 뭐가?" "질문도 못해요? 질문하라고 단상 만들어놓은 거 아니에요?" "뭘 조작했다는 거에요, 증거를 내봐요" "그럼 뭐 지금 군사정권이에요 여기가?" "이렇게 독재적으로 하는 게 어딨냐" 등의 발언을 하며 이 비서관과 실랑이를 벌였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