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의사협회 등 이익단체와 야당 국회의원들로부터 ‘불법 상거래’의 온상이라는 식의 비난을 받아온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가 세계 최대 IT·가전·테크 전시회 CES 2023에서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수상했다. 닥터나우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고 17일 밝혔다.

닥터나우 앱. [사진=닥터나우 제공]
닥터나우 앱. [사진=닥터나우 제공]

한국에선 미꾸라지 취급 받아온 닥터나우, 미국에선 혁신 리더로 뽑혀

한국에서는 시장질서를 흐리는 미꾸라지 취급을 받아온 닥터나우라는 벤처기업이 미국에서는 인류의 삶과 미래를 풍요롭게 해주는 혁신 리더라는 칭찬을 받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한국이 산업적 혁신을 추동하는 중소기업보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계층이나 조직의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는 사회라는 사실을 또 한번 드러낸 사례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과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혁신적 벤처기업이 국내 시장에서는 매장될 위험성이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CES 혁신상은 주관사인 전미소비자기술협회(이하 CTA,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가 28개 카테고리 중 세계를 선도할 혁신 기술과 제품을 종합 평가해 선정한다. 이번에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중소 및 벤처기업은 총 35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닥터나우, 비대면 진료 및 처방약 배송 서비스의 혁신성을 높게 평가 받아

닥터나우는 디지털 헬스 부문에서 비대면 진료 및 처방약 배송 서비스의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의료 소비자들의 편익을 증진시켰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진료를 받기 전에 병원 리뷰 등 정보를 미리 확인함으로써,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인 것도 호평을 얻었다. 진료 가능한 과목은 20개에 그치고 있지만 누적 이용자 수는 600만명, 누적 다운로드 수는 300만 건에 달한다. 2500여 곳의 병·의원 및 약국과 제휴를 맺어 비대면 진료 및 처방약 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최근에는 전문 의료인이 5분 이내에 건강 관련 질문에 답을 해주는 24시간 Q&A 서비스 ‘실시간 무료상담’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는 “고객들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 CES 혁신상 수상으로 이어졌다”면서 “앞으로도 시스템 고도화에 집중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닥터나우는 CES 2023에서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수상했다. 사진은 CES 2023 Innovation Awards 홈페이지. [사진=홈페이지 캡처]
닥터나우는 CES 2023에서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수상했다. 사진은 CES 2023 Innovation Awards 홈페이지. [사진=홈페이지 캡처]

직장인 A씨, “동네병원 3개월치 처방전은 3만원인데, 닥터나우 1년치 처방전은 5천원”

그만큼 닥터나우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여주는 비대면 의료 앱이다. 닥터나우 앱을 통해 예약하면 담당 의사로부터 전화가 온다. 증상을 말하면 담당 의사가 처방전을 약국에 보내고, 그 약국에서는 소비자에게 약을 보낸다.

직장인 A씨는 펜앤드마이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탈모약을 닥터나우에서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면서 “3개월치 약을 처방받는 데 드는 오프라인 처방전 비용은 3만원 정도인데, 닥터나우에서는 1년치 처방전이 5천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A씨는 “닥터나우의 비대면 진료는 종합병원이 아니라 동네의원급 등이 참여하는 수준인 것 같다”면서 “닥터나우가 소비자들에게 큰 혜택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네의원들이 무슨 피해를 보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닥터나우의 ‘약 담아두기’ 서비스는 한 달만에 중단돼...서울시 의사회 고발 못견뎌

그러나 닥터나우는 지난 6월 ‘원하는 약 담아두기’ 서비스를 출시 한 달 만에 중단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가 “해당 서비스는 의료법·약사법 위반”이라며 닥터나우를 고발했기 때문이다.

‘원하는 약 담아두기’는 환자가 닥타나우 앱에 나온 의약품 중 원하는 것을 골라 의사의 처방을 원격으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의사회는 의료 관련 알선 행위를 금지한 의료법을 위반했다면서 비판여론을 고조시켰고, 부담을 느낀 닥터나우가 스스로 서비스를 접었다.

이 과정에서 손해를 본 것은 닥터나우와 소비자들이다. 의사회 등 기득계층은 ‘밥그릇 지키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의사회 목소리 대변...닥터나우 ‘불법성’ 의혹 집중 공격

문제의 심각성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그동안 혁신기업인 닥터나우보다는 의사회 등과 같은 기득권 이익단체의 목소리에 의해 좌우돼 왔다는 점에 있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기간 동안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에 대한 집중적인 성토가 이뤄졌다. 전문의약품 불법 광고와 배달약국 운영 의혹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의사회 등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해 닥터나우를 비판하는 데 진보를 자처해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총대를 멨다는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지난 10월 6일 열린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한 약물 쇼핑과 불법광고 등을 조장하는 행위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여드름 치료 전문 의약품 ‘이소티논’의 사례를 들었다. 이 약품이 SNS에서 "여드름약 배달 가능해요" "앱으로 쉽게 처방받으세요" 등으로 광고되고 있고, 전북A 의원이 비대면 진료를 통해 과도하게 처방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의사 출신인 신 의원이 의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신 의원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이소티논 1만2797건이 급여로 처방됐는데, 이중 97%에 달하는 1만2400여건이 전북 소재 A의원에서 나왔다”면서 “이러한 사례가 비대면 진료에 있어 가장 우려됐던 부분이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무시한 채 약물 처방을 조장하고 과잉 의료를 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강선우 의원은 제휴 약국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지난 7월 마련된 비대면 진료 플랫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플랫폼 업체는 환자에게 약국 정보를 제공해 환자가 직접 약국을 고를 수 있게 해야 함에도 닥터나우가 비공개 처리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인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도 닥터나우가 불법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피력한 바 있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법 위반은 시정하겠지만, 생활 속 의료 사각지대 해소하는 중”

비대면 진료 (CG). [그래픽=연합뉴스]
비대면 진료 (CG). [그래픽=연합뉴스]

증인으로 출석한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는 “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례에 대해 시정하겠다”면서도 “서울 도심에서도 저녁 6시 이후가 되면 운영하는 병원이나 약국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닥터나우는 생활 속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육아맘, 직장인, 학생 등 닥터나우 이용자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간은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시간대이며 공휴일, 명절에도 이용률이 높았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제휴 약국 비공개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제휴 약국을 모두 공개했지만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측에서 제휴 약국에 항의하는 일이 있어 오히려 비공개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진료가 끝난 이후 약국을 알 수 있도록 개편했다”며 “이 부분에 있어 가이드라인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닥터나우의 CES 혁신상 수상, ‘타다’의 전철 막으라는 경고음?

반면에 정부는 닥터나우의 시장 안착 쪽에 무게를 두는 입장을 보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월 5일 국정감사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가이드라인을 재점검하고 위법 행위는 엄격히 법적제재 할 것”이라면서도 “의료계에서도 비대면 진료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을 제도화하기 위해 서두르겠다”는 게 조 장관의 결론이기도 했다.

닥터나우의 CES혁신상 수상은 일종의 경고음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택시사업자와 개인택시기사 등과 같은 기득권의 반발에 눌려 ‘타다’와 같은 혁신 서비스가 불법화됐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상기시켜주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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