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4가지 중대 변수가 좌우
무르익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4가지 중대 변수가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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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9개월을 넘기면서, 이번 겨울이 종전 협상을 위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한 직후 여러 차례 평화회담이 진행됐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토 양보 요구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접점을 찾기가 어려웠던 상황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6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6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만 해도,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로 쉽게 끝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지원을 받으며 강력하게 반격하면서 전쟁은 장기화됐다.

4월 초 러시아군에게 점령됐다가 해방된 키이우 인근 부차 등 수도권 여러 도시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드러난 것도 평화회담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군이 완전히 철수하기 전에는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의 달라진 입장이 관측되고 있다. 당초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야만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나서 동부 돈바스와 헤르손 등 남부 일부 지역을 수복하면서 러시아군이 크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평화 협상설이 제기되고 있다.

① 젤렌스키 대통령, 10개의 평화협상안 제안에 이어 푸틴에게 공개 대화 제안

당초 푸틴 대통령과는 협상하지 않겠다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지금은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며, 10개의 평화협상안을 제안했다. 핵 안전과 식량 안보, 러시아 전쟁범죄에 대한 특별재판소 설치, 러시아와의 최종 평화 조약 등의 10단계 평화 계획이 담겼다.

10개 평화 계획은 ▲방사선(원전) 및 핵무기 안보 ▲식량 안보 ▲에너지 안보 ▲모든 포로 및 민간인 억류자 석방 ▲유엔 헌장 이행 ▲러시아 군 철수 및 적대 행위 중단 ▲정의 실현 ▲환경 파괴 방지와 환경 보호 ▲전쟁 격화 방지 ▲전쟁 종식 확인 등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4개 지역 강제 합병을 강행하자 푸틴 대통령과는 직접 협상하지 않겠다는 법령에 서명, 푸틴 대통령이 아닌 '후임'과 대화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달라진 입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키이우 인디펜던트의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우크라이나 영자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이 협상을 원한다’는 힌트를 받았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크렘린궁에 전형적인 비공개 협상이 아닌 공개 대화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후임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에서 한발 나아간 태도로 풀이된다.

②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정권 수립하려던 푸틴의 계획 사실상 실패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막후 협상 대신 직접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지만,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이런 신호를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TV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원하지만, 공개적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공개 협상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은 원한다면 우크라이나가 협상장에 돌아오게 할 수 있고, 우리의 우려를 고려할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원하지만, 공개적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공개 협상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일반적으로 공개 협상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젤렌스키 대통령이 현지 언론에 푸틴의 신호에 관한 발언을 한 것은 지난 16일(현지시간)인데, 그 전날인 15일에도 러시아는 100여발의 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 이처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대화가 시작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협상을 원한다’고 의사를 밝혔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군 재정비를 위한 시간 벌기’ 일환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종전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완전 점령하거나 친러시아 성향의 정권으로 교체하려던 계획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투에서 엄청난 인적, 물적 손실을 입으면서 30만 명 동원령까지 내렸지만 전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양측 모두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③ 서방과 미국의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돼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 온 서방국 사이에서도 전쟁이 9개월째로 접어들어 장기화하면서 피로감을 보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쟁으로 식량과 원유,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자국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그간 우크라이나 원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미국에서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차지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5일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현지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면담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번스 국장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14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의 세르게이 나리시킨 국장을 만난 직후 이뤄져 더욱 주목받았다.

지난 15일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현지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지난 15일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현지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최근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외교적 해법을 통한 종전 방안을 떠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협상론이 자칫 우크라이나에 타협을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하며 "협상은 어디까지나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몫"이라고 밝히고 있다.

④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엇갈리는 종전협상 조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종전 협상이 시작된다면,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과 안전 보장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15일 G20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제안한 10개의 평화협상안 중 ‘유엔 헌장 이행’을 강조한 점도, 이같은 취지로 풀이된다.

유엔 헌장은 다른 국가의 영토를 무력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게다가 젤렌스키 대통령은 10개의 평화협상안을 제시하면서 "'3차 민스크 협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에 대해 "그것은 러시아와 평화회담을 여는데 관심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고 논평한 바 있다.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루한스크, 도네츠크)의 정부군과 친러 반군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2014~2015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체결한 협정이다. 1차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중재로, 2차는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정상이 참여하는 이른바 '노르망디 형식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게다가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 완전 철군을 협상 조건으로 고수하고 있어, 당장 협상이 시작될 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미 국방부 청사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인들을 군사적으로 자국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완전 철수를 '군사적 승리'로 규정하고 있음을 거론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승리 확률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러시아가 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치적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전쟁 책임자 처벌과 막대한 전쟁 피해 배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종전 협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양측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전쟁으로 인한 사상자 발생과 인도적 위기는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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