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이례적 기록 많지만 논란도 많아
일부 서방 국가에서 보이콧 움직임도

1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FIFA 팬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열린 FIFA 박물관 특별전시회 공식 오프닝 이벤트에서 공개된 대회 우승 트로피 모습. [사진=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FIFA 팬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열린 FIFA 박물관 특별전시회 공식 오프닝 이벤트에서 공개된 대회 우승 트로피 모습. [사진=연합뉴스]

20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지구촌의 축제' 월드컵이 개최된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두고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선 보이콧 조짐까지 보이는 등 논란도 거세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은 여러 면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우선 사상 처음으로 중동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이란 새역사를 썼다. 2018년 21번째로 치러진 러시아 월드컵까지 계산하면 지역별 월드컵 개최수는 남미 7회, 유럽 11회, 북미 1회, 동아시아 1회, 아프리카 1회다. 유럽과 남미의 축구 열기를 고려하더라도 두 지역에 지나치게 편중돼 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중동의 첫 월드컵이란 의미가 있단 것이다. 중동에서 처음 열리는 월드컵인 만큼, 10월 중순경 매진된 약 300만장에 달하는 티켓 중 다수가 카타르 국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들에 의해 구매됐다고 블룸버그가 전하기도 했다. 이외에 미국, 멕시코, 영국, 프랑스, 아르헨티나, 브라질, 독일 등 축구에 '진심'인 나라에서도 티켓을 많이 구매했다. 

또한 카타르 월드컵은 역대 월드컵 중 가장 비싼 월드컵이 될 전망이다. 카타르는 2010년 미국과의 유치 경쟁에서 이긴 후 경기장 건축 등 개최를 위한 새단장에 약 3000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돈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현재 환율로 한화 약 402조에 해당한다. 예산이 이렇게 많이 든 데엔 카타르의 기존 축구 인프라가 매우 빈약했단 점이 꼽힌다. 이번 월드컵 일정은 8개의 경기장에서 소화되는데 이중 7곳이 신축, 1곳만이 기존에 있던 것을 개·보수한다. 여기에 호텔 등 관광객을 위한 부대시설도 터무니없이 부족해 이 또한 대규모로 새로이 지어지고 있기도 하다. 타지역인들이 쉽사리 가기 어려운 중동 이슬람 국가가 급작스럽게 외부인을 맞을 준비를 하다 보니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단 것이다.

아울러 카타르 월드컵은 첫 '겨울 월드컵'이란 기록도 갖게 됐다. 카타르는 페르시아만에 접해 있으며 한국 수도권보다 조금 작은 나라로, 사시사철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기후를 가지고 있다. 여름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고 페르시아 만으로 인해 습도까지 높아 선수들의 건강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월드컵 기간을 그나마 덜 더운 겨울로 정할 수밖에 없단 평가다. 여기에 모든 경기장이 돔 구장이며, 에어컨까지 설치됐다. 

카타르 월드컵은 여기에 더해 모든 일정이 수도 도하에서만 소화될 예정이다. 8개 경기장 모두 31마일(약 50km)에 달하는 도하 만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여러 도시에 경기장을 분산 배치하는 역대 다른 월드컵과는 다르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경우 한국은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수원·전주·서귀포 등 총 10의 도시에 경기장을 지었다. 일본의 경우에도 요코하마·사이타마·오사카·미야기·고베·시즈오카·오이타·이바라키·니가카·삿포로 등 10개 지역에 경기장을 분산했다. 가장 최근에 월드컵이 치러진 러시아 역시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소치 등 11개 지역에 12개 경기장을 확보한 점을 고려하면 수도에서만 월드컵을 치르는 카타르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카타르 도하 시내의 한 고층건물 외벽에 손흥민 선수의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카타르 도하 시내의 한 고층건물 외벽에 손흥민 선수의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렇듯 역대 월드컵과 다른 특색을 보유했단 평가를 받는 카타르 월드컵이지만 비판 및 논란도 존재한다. 우선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단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됐다. 지난 2014년 6월 영국 선데이 타임즈가 무함마드 빈 함맘 전 아시아 축구 연맹 회장이 카타르 월드컵 유치를 위해 FIFA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줬다고 폭로한 것이다. FIFA는 무혐의를 주장하는 한편 개최지 재선정도 없을 것이라 주장했지만, 반박이 이어졌다. BBC가 'FIFA의 잘못된 발표(FiFA report Wrong)'이란 제목의 반박 기사를 내보내고 사건을 조사했던 마이클 가르시아 변호사가 정면 반박을 했던 것. 이로 인해 당시 FIFA 제프 블레터 회장이 사퇴하는 등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 자체가 무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개최지 재선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즉 카타르는 첫 단추부터 잘못 꼈단 오명을 쓰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대거 사망해 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여러 외신들이 전한 노동자 사망건수는 최소 6500여건, 최대 6700여건에 달한다. 국제 엠네스티 보고서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만502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망자의 대다수는 석유 부국 카타르로 일하러 오는 인도,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출신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카타르 당국이 사망한 노동자들이 어디에서 일 했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수수방관한 정황이 포착돼 더 큰 비판을 받았다. 카타르 정부는 고작 '37명'만이 사망했다고 밝혀 진상을 은폐·축소하려는 것 아니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알-투마마(Al-Thumama) 경기장 밖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블룸버그/사진가=크리스토퍼 파이크]
알-투마마(Al-Thumama) 경기장 밖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블룸버그/사진가=크리스토퍼 파이크]

아울러 중동 이슬람 국가들에서 공통되게 관찰되는 성소수자 차별·탄압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져 일부 서방 국가들에선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경우 보통 월드컵이 개최되면 에펠탑이나 샹젤리제 등 프랑스 명소 앞에서 길거리 응원을 하지만 이번에는 파리, 마르세유, 보르도, 니스 등 주요 도시들에서 보이콧 현상이 나타났다. 노르웨이 축구 연맹 또한 카타르 월드컵을 전면 보이콧하기로 결정했고 덴마크는 카타르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기 위해 검은 유니폼을 입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즉 카타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인권·노동권 관련 시스템적 문제가 월드컵을 계기로 표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와 H조가 됐다. 한국의 첫 경기는 오는 24일 오후 10시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다. 다음 경기는 28일 오후 10시 가나전이며 포르투갈과는 다음달 3일 새벽 0시에 맞붙게 된다. 통산 11번째 본선에 진출한 한국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세 번째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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