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2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유족들이 공동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한 것은 지난달 29일 참사 이후 처음이다.
유족들은 이날 서울 서초구 스탠다드빌딩 지하1층 대회의실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 주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족은 6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요구사항은 ▲ 진정한 사과 ▲ 성역 없는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과 책임 규명 ▲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이다.
이 요구사항은 사망자 34명을 법적 대리하고 있는 민변이 유족과 두 차례의 간담회 끝에 정한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은 사망자와의 기억 보따리를 풀어놓기도 했다.
이종관 씨는 딸 故 민아 씨가 낮에는 직장인으로, 밤에는 방송통신대 컴퓨터학과에 재학한 학생이었다며 밤만 되면 딸이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이 참사와 비극의 시작은 13만 명 인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라며 "당일 경찰이 기동대를 투입하지 않은 것은 일반 시민의 안전이 아니라 시위 관리나 경호 근무에 매몰돼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故 이남훈 씨의 어머니는 "사망 원인도, 장소도, 시간도 알지 못하고 어떻게 아들을 떠나보낼 수 있겠나. 이게 말이 됩니까"라고 했다. 그의 손엔 이 씨의 사망 증명서가 들려 있었다.
이종관 씨는 참사 후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참사 후 정부는 유족들의 모임을 구성하지도, 심리적 안정을 취할 공간을 확보하지도 않았다"면서 "다른 유족들과 합동 봉안당을 만드는 걸 의논해보고 싶었는데 참사 17일이 지나서야 수소문 끝에 유족 몇 분을 만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민변은 "앞으로 어떤 법적 조치를 할지 유족들과 협의 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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