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부터 편의점에서 비닐봉투와 같은 일회용품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식당에서도 고객에게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 등을 제공할 수 없다. 편의점에서 일회용 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돈을 받고 고객에게 파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편의점 비닐봉투 사용 금지 등 일회용품 사용 제한 확대 조처 시행을 이틀 앞둔 22일 서울 영등포구 한 편의점에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의점 비닐봉투 사용 금지 등 일회용품 사용 제한 확대 조처 시행을 이틀 앞둔 22일 서울 영등포구 한 편의점에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정부는 일회용품 제한 확대로 인한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1년 동안은 ‘계도기간’을 두어, 그 기간 동안에는 위반시에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오히려 계도기간 때문에 혼란이 발생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부분의 편의점에서는 이미 비닐봉투 사용 금지에 대비해 왔지만, 급작스레 1년간의 계도기간이 부여됨으로써, 사실상 시행이 보류됐다.

편의점, 제과점 등에서 원칙상 비닐봉투 판매 못하지만 위반시 과태료는 부과 안해

환경부에 따르면, 24일부터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체와 제과점에서는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없다. 이미 제도가 시행 중인 면적 3000㎡ 이상 대규모점포나 165㎡ 이상 슈퍼마켓과 달리 소규모 소매업체에서는 지금까지 비닐봉투 사용이 가능했는데, 사용 제한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번 일회용품 사용 제한 확대는 2019년 대형매장에서 비닐봉투를 금지하는 조처를 시행한 후 처음으로 사용 제한 일회용품을 늘리는 조처이다. 1년 전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확정됐다.

현재 편의점 등에서는 물건을 담아갈 비닐봉투를 공짜로 주지 않고, 100원 정도를 받고 판매해 왔다. 24일부터는 판매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1년간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함에 따라, 조처가 유명무실해지고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환경부가 시행을 불과 20여일 앞둔 지난 1일 갑작스럽게 1년 계도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현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웠다.

1년간 참여형 계도기간 동안 사업자별 자율 감량 유도

정부는 지난해 12월31일 관련 법을 개정·공포하면서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지키지 않고 사용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할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 1일 일회용품 규제 확대 세부 시행방안을 발표하며 1년간 '참여형 계도기간'을 두는 것으로 결정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 대상 확대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지난달 24일, 광주 북구청 청소행정과 자원순환팀 직원들이 관내 한 커피숍에서 홍보 안내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회용품 사용 규제 대상 확대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지난달 24일, 광주 북구청 청소행정과 자원순환팀 직원들이 관내 한 커피숍에서 홍보 안내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계도는 그간의 방치형 계도와는 달리 사업자의 감량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고 지원함으로써 자율 감량을 유도하는 조치로 진행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의 이런 조치가 무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부터 ‘일회용 비닐봉투는 판매하지 않고 물건을 담을 봉투를 요청하는 손님은 재사용봉투(쓰레기종량제봉투)를 살 것’을 안내했다. A씨는 “고객들이 편의점에서 비닐봉투를 공짜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데, 앞으로는 돈을 주고도 못 산다는 것은 모르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게다가 “계도기간 동안에 고객이 비닐봉투를 사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우려했다.

GS25 등 편의점 4사는 생분해성 비닐봉지 사용?...식당에선 종이컵 계속 제공할 듯

실제로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는 11월 전까지 일회용 비닐봉투 발주를 단계적으로 중단했다. 하지만 1년간 계도기간이 도입되고, 생분해성 비닐봉지(친환경 비닐봉투)가 2024년까지 예외적으로 허용되면서, 비닐봉투를 다시 발주하게 해달라는 가맹점주들의 요구에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일회용품 사용 제한 조처가 확대되는 24일은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이 예정돼, 막대풍선 등 일회용 응원용품과 관련한 혼란도 예상된다. 24일부터 체육시설에서 합성수지재질 응원용품 사용이 금지되기는 하지만, 거리응원이나 본인이 직접 가져오는 응원용품은 규제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산에 맺힌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도록 사용하는 비닐도 백화점 등 대규모점포에서 사용이 금지된다. 식당 등 식품접객업소와 집단급식소에서도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젓는 막대를 사용할 수 없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9)씨는 "스테인리스 컵으로 바꾸려다 계도기간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당분간 종이컵을 계속 사용하려고 한다"면서 "환경을 생각하면 종이컵을 안 써야 하는데, 사람 한 명 쓰기가 부담스러운 우리 식당에서는 현실적으로 종이컵을 쓸 수밖에 없다"라고 호소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 계도기간이라도 사업장 등에서는 금지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과태료 부과 1년간 유예 대신 ‘일회용품 줄여가게’ 캠페인 시작

환경부 일회용품 줄여가게 캠페인 포스터. [사진=환경부 제공]
환경부 일회용품 줄여가게 캠페인 포스터. [사진=환경부 제공]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의 행동변화를 이끌기 위한 ‘일회용품 줄여가게’ 캠페인을 벌인다고 23일 밝혔다. 판매자와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해, 일회용품 사용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한 국민 참여형 캠페인이라는 취지라고 한다.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 제한 조처가 확대되는 데 따른 후속 조치에 해당하는 셈이다.

캠페인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키오스크나 배달 애플리케이션 등 비대면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소비자가 일회용기를 이용할지 다회용기를 이용할지 쉽게 고를 수 있도록 선택 기능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매장 내 빨대, 컵 홀더 등 일회용품을 비치하지 않음으로써, 소비자가 불필요하게 많이 사용하던 일회용품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일회용품 줄여가게’ 캠페인은 개별 매장뿐만 아니라, 대형가맹점(프랜차이즈)도 참여할 수 있다. 참여를 희망하는 매장 또는 대형가맹점은 ‘자원순환실천플랫폼’에서 참여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위의 두 가지 노력을 이행하면 된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이번 캠페인 시행에 맞춰 자원순환실천플랫폼을 개편했다. 일회용품 줄이기 제도 안내와 더불어 캠페인 참여 방법, 이행사항, 기타 사항을 안내하기 위하여 전화상담실도 운영한다.

정선화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판매자 및 소비자가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여 실질적인 감량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위해 지속적으로 다각적인 홍보를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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