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노조는 '약자 단결' 아닌 '강자 결속'...10%대 노조조직률에도 실질 지배력 과다
파업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조합원'에 위력 행사...폭력 조직과 다름 없어
'산업계 숨통 끊겠다'는 노조, 노동운동의 진정성 사라지고 '파업기술자'로 전락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새는 양 날개로 난다’라는 비유가 가장 정확하게 적용되는 곳이 노사균형이다. 생산은 기본적으로 노동과 자본을 결합하여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사회는 노사 간 균형에서, 노(勞)로 심하게 기울어진 사회가 되었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한국사회에서 노동개혁은 노(勞)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노사 간 ‘평평한 운동장’(level of playing field)으로 만드는 것이다.

‘노(勞)에 기울어진 운동장’에 우려를 표하는 쪽은 ‘반(反)노동적 사고’를 가진 것으로 치부되어 늘 공격의 대상이 돼 왔다. 노동자는 약자라는 사회적 통념이 ‘친(親)노동적 사회’에 힘을 실어주었고 친노동적 사고는 정상적인 ‘사회적 초기값’(default)으로 수용되었다.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은 헌법에 의해 그 존재와 활동의 정당성이 인정되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 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반(反)노동적 사고’는 존재할 여지가 없었다. 반노동적 사고는 헌법 정신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노(勞)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문제는 그 ‘지나침’이다. ‘과유불급’이 문제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이래 연례행사로 치러진 민노총이 주도한 파업의 목표는 ‘노동자들이 단결해 물류를 세우고 대한민국을 멈추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O 약자 단결이 아닌 강자 결속의 노동조합 조직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일탈은 기형적인 노동조합조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21. 12. 30에 발표된 ‘2020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2020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14.2%이며 전체 조합원 수는 280만명이다. 조직 형태별 조합원 수는 산별노조 소속이 169만명(60.4%), 기업별노조 소속이 111만명(39.6%) 이다, 상급단체별로는 한국노총이 115만명(41.1%), 민주노총이 113만명 (40.4%), 상급단체 없는 미가맹 노동조합이 42만명 (14.9%)이다.

부문별 노동조합 조직률은 민간부문 11.3%, 공공부문 69.3%, 공무원부문 88.5%, 교원부문 16.8%이다. 사업장 규모별 조직률은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이 49.2%, 100~299명 10.6%, 30~99명 2.9%, 30명 미만 0.2%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아직도 노조조직률이 10% 초반대에 머물러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대표하기 에는 부족하지만, 산별조직률이 개별노조 조직률 보다 높으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지배력이 과다하다. 부문별 노조조직율은 민간보다는 공공부문의 조직률이 높으며, 공공부문에서도 공무원의 조직률이 높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정착 노조가 필요한 100~299명의 근로자 노조조직율은 10%에 머물고 있다. ‘약자 단결이 아닌 강자 결속’의 기형적인 노조조직으로 요약된다.

O ‘비조합원’에 위력을 행사하면 노동조합은 폭력조직에 다를 없음

노동조합은 자발적 결사체이다. 조합에 가입할 그리고 동시에 가입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행위는 ‘노동자의 신청’이라는 청약의 의사표시와 ‘노동조합의 승낙’이라는 의사표시의 합치에 따라 성립되는 계약이다. 따라서 강제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시키는 것은 불법이다. 이를 연장하면,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리고 파업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조합원’에 위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이 아니고 폭력조직에 지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안전운임제’ 연장을 놓고 화물연대가 파업을 벌인 적이 있다.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이 아닌 화물자동차 운송업체, 즉 자영업자의 연대이다. 따라서 화물차주는 파업에 동조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주에 위력을 행사했다.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경우, 작업장을 점거해서는 안 된다. 작업장 내의 각종 기계 장치 등은 기업소유로 엄밀히 말하면 주주의 것이다. 노동자는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기 때문에, 파업을 명분으로 기계 장치 등을 검거해서는 안된다. 파업을 하려면 작업장 밖으로 나가서 피켓 시위를 하고, 비조합원의 출입을 통제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적업장 점거는 당연시 되고 있다.

지하철도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지하철을 타면 출입문에 스티커가 붙어 있다. “모두가 안전한 지하철, 시민이 안심하는 서울. 인력감축으로는 시민을 지킬 수 없습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으로 되어 있다. 노동조합은 인력감축에 대해 항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스티커를 지하철 차량에 붙여서는 안 된다. 지하철 차량이 노동조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하철 차량은 공사소속 자산이고 광의로는 국민의 자산이다. 인력감축에 대해 항의한다면 제 3의 장소에서 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귀족 노조는 파업에 대한 기본 인식이 잘 못되어 있다.

O 핵심 타격해 '산업계 숨통 끊겠다‘는 것이 노동운동 인가?

민노총의 파업이 점차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 민노총은 ’파업기술자‘로 전락하고 있다. 가감 없이 표현하면 파업이 점차 악랄해 지고 있다. ‘

민주노총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오는 24일 0시부터 지역별 전략 거점 점거에 들어간다. 지역별로 핵심 산업을 골라 타격을 주려는 목적이다. 광주는 일반화물·농산물 부문을 멈추고 강원은 시멘트, 경남은 조선 기자재 등의 산업 현장을 봉쇄한다. 대구와 경북은 구미산업단지, 대전은 자동차 부품 산업, 부산은 부산항 수출입 컨테이너를 봉쇄한다. 서울·경기는 평택항과 의왕내륙 컨테이너 터미널을 막아서 수도권 전반의 물류 흐름을 차단할 계획이다. 국가 기간산업이라 부를 만한 핵심 거점들을 공격해 치명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파업이 아닌 전쟁이다. 민노총이 적(敵)일 수는 없다.

파업을 해서 충격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고금리, 고물가, 고부채’로 총제적 위기 상황에 처한 지금이 파업 적기이다. 민노총은 실제 동계파업을 추진하고 있다. 11월과 12월에 예고된 파업일정은 다음과 같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총파업 10.4만명(11.24), 화물연대 총파업 2.5만명(11.24),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20만명(11.25), 학교 비정규 총파업 9만명(11.25), 서울교통공사 노조 총파업 1만명(11.30), 전국철도노조 총파업 2.1명만(12.2) 등이다. 연 인원 45만명을 파업에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인원이 파업이 참여할 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몇 년간 경험하지 못한 역대급 ‘동투(冬鬪)’가 될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민조총은 ‘대한민국호’의 바닥에 구멍을 뚫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민노총은 대한민국 경제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닌 가?

O 에필로그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속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 징후가 포착되고 있음에도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계의 연대 총파업이 벌어지면 한국 경제는 그들의 바람대로 ‘최악의 셧다운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것을 바란다면, 노동운동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이번 동계 파업의 뇌관은 2개이다. 하나는 ‘안전운임제’이다. ‘안전요금’을 보장해야 안전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운임을 올려주지 않으면 난폭운전을 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안전운전은 문화이며 직업윤리에서 나온다. 최저임금제의 폐해를 그렇게 경험하고도, ‘화물업계의 최저임금’인 안전요금을 고집하는 것은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

또 다른 뇌관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2·3조를 개정해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손해를 끼쳤을 때 배상하는 것’은 민법의 기본 정신이다. 노란봉투법은 파업을 조장하는 법으로 기능할 것이고, 가장 이득을 보는 집단은 귀족노조가 될 것이다.

‘노(勞)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가진 자를 편 든다’는 진영 논리 프레임에 갇혀 제대로 그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 기반을 허무는 파업에 수수방관하고 당할 수만은 없다.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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