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칼럼] K-정치병이 차라리 한국의 성장통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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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2.11.25 10:01:07
  • 최종수정 2022.11.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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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

할로윈데이 참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상황에서, 종교 사제의 비행기 추락 기원은 참사를 기원하는 또 하나의 참사다. 호응을 기대하는 공개적 표현이라는 SNS의 성격상 내면의 희망과 신념을 드러낸 것으로서, 오래전 수용되고 오랜 기간 학습되어 굳어진 세계관이 만든 신념화된, 정치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사고방식이다.

정치는 선악간의 싸움이고 정치적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해서 타도해야 한다고 보며 그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할 의무라는 인식이다. 그런 인식은 토착 왜구를 섬멸하기 위해서 죽창을 들자는 선동이나, 보수를 불태워 죽여야 한다는 언명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분노 조절 장애라고만 볼 수 없다. 토착 왜구론에서 보듯이 과거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정치적 맥락에서 한국인에게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고, 문제의 원인이 정치를 정체성과 결부하여 병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 질병을 K-정치병이라고 부르자.

K-정치병은 그 증상이 조선으로 회귀하는 전근대성에서 확인되듯이, 80년대 586운동권의 사고방식에서 그 기원을 엿볼 수 있다. 당대의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 사고방식이 한 시대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공통의 세계관을 형성하였고 그 세대가 성장하여 사회 주류가 되었을 때에 드러났으나, 어느 순간 그 사유의 기반이 몰락함으로써 K-정치병의 원인이 되었다.

1980년대초 대학 사회에서의 지적 유행은 사회학과 국사학이었다. 사회과학방법론 중에서 맑스주의가 선호되었던 것은 투쟁을 위한 정치 상황과 맞물리는 측면과 함께 대립과 갈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선호되는 대중적 분위기 때문이었다. 헨더슨의 “소용돌이의 한국정치”가 묘사한 성공을 위해서 정치지향적이 되지않을 수밖에 없는 한국적 풍토가 성공을 위한 적절한 도구로서 갈등주의의 관점을 채택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편향된 방법론에 의존하는 정치적 사유이고 한편으로는 실리 추구 현상이다. 편향된 관점을 채택하면 편향된 생각이 만들어지고 이에 기초한 세계관이 형성될 수밖에는 없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가르치는 관점은 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의문시한다. 민주독재라는 이원론으로 정치를 선악 구도로 만들려는 유사종교적 정치 경향성이 상대를 배제하기 위해서 적의 적은 동지라는 처세술의 동기에서 김씨조선을 끌어들여서 정치 수단으로 삼고자 할때에 역사 왜곡은 예정되어 있었다. 공화국의 건국을 부정하고 친일과 반일세력간의 끝나지 않는 투쟁이라는 백년전쟁의 판타지를 창조하여 김씨조선에게 종족의 정통성을 부여함으로써 공화국과 민주정을 부정하였다. 이러한 관점에 기초한 정치 세력이 활동하면 그런 방식으로 정치가 흘러갈 수 밖에는 없다.

경제적 풍요의 시대인 1980년대의 젊은이들이 실제가 아닌 만들어진 허구의 세계를 통해서 세계관을 구축하고 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이 판타지가 지속된 것은 아이러니다. 당시 유행했던 “사회학적 상상력”처럼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들어진 가상의 세상을 기반으로 세계관 구축을 모색하였던 배경에는 그 세대가 첫 번째 TV세대라는 미디어 환경 요인이 있다. 미디어학자 조슈아 메이로위츠는 서구에서의 가구당 TV보급율을 통해서 TV를 처음 접한 세대가 기존의 권위에 저항했던 68운동세대라고 분석하여서 미디어의 영향력이 사회변화를 초래하는 동력이라는 점을 설명하였다. 그의 분석을 한국 사정에 대입하면 386세대 또는 X세대는 한국에서의 첫 번째 TV세대임이 확인된다. 미디어 정치 시대에 들어와서 80년대의 판타지가 만든 상상의 공동체가 정치를 이끌어간 것이다.

그 정치적 상상에 이끌렸던 세대가 이 시대의 주류 세대가 되어서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사회 주류로 등장하기까지 30년간을 유지되어온 제6공화국- 87년 체제는 파국에 이르렀다. 조국 사태와 윤미향 사태 및 대장동 사건등 각종 부패 사건으로 인하여 80년대 학생운동의 환상이 무너지고 그 시대의 세계관의 근간인 80년대의 정치적 사고방식의 모순이 드러났다. 세계관의 전근대성과 현실부적합성으로 판타지는 소멸되었다. 기득권이 된 진영 이익의 추구와 부패 옹호가 저항으로 나타나게 된다.

정체성을 형성하였던 정치적 사유의 기반이 무너지고 상실의 시간이 왔다. 종교인의 참사 기원은 정체성 붕괴로 인한 혼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혼란은 K-정치병으로 나타난다. 이유없는 - 학습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분노와 절제하지 못하는 공격성과 공격을 수행함으로써 정체성을 다시 찾고자 한다. 분노와 공격의 환경을 제공하는 SNS를 통해서 증상은 더 증폭된다. 불안에 떨면서 토착왜구에 대한 분노에 사로잡힌 공격적인 언동이 SNS에 올려지고 있다. K-정치병이 퍼져가고 있다.

치료를 받아서 완쾌되어야 한다. 치료에 대한 격렬한 저항은 한 세대에 걸쳐서 만들어지고 내면화된 세계관의 변화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종족주의적 세계관에 붙들리고 갈등주의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낡은 80년대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19세기적 세계관을 버리고 21세기를 살아가며 이웃과 화해해야 한다. 행복한 삶의 지속을 위해서 변화되어야 한다. 과거 및 미래와 화해를 위한 일이며 자신과 이웃을 위한 일이다.

나아가서 정치 개선이 필요하고 정당 개혁이 요구된다. 스티븐 레비츠키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정당의 정치적 역할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선거 및 정당제도의 실패가 불러오는 극단주의가 민주정을 파국으로 모는 현상을 주목했다. 정치지향적인 정파적 사회를 만들어온 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고 무너진 정치가 복원되어야 하겠다.

분명히 할 것은 K-정치병 문제는 부패 척결등 범죄 해결과는 다른 차원이다. 대장동 사건등 정치 부패사건은 이념 문제나 정치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 개혁에 대한 저항이 격렬할수록 기득권과 부패 범죄가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모두를 위한 모두가 희망하는 세상은 부패와 범죄가 없는 안전한 세상이다.

우리 앞에 있는 현실은 제6공화국, 87체제의 문제를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기회로서 주어진 것이다. 변화와 성장을 위한 성장통이 있는 법이다. 낡은 것을 허물고 새 것을 세워야 한다. 모두를 위한 공화국의 미래를 열자.

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변호사, 전 MBC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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