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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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제 수사에 돌입한 가운데 민주당은 당 차원의 대응 수위를 놓고 내분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와 함께 민주당이 침몰할 순 없다는 현실론이 곳곳에서 터져나오자 친이재명계가 장악한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집안 단속에 들어갔다. 당 내부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지는 모양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국회 본청 예결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비공개 의원총회 마무리 국면에 연단에 올라 독일 반(反)나치 운동가인 마르틴 니묄러 목사의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라는 시를 읊었다. 높은 톤의 목소리로 그는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에", "그들이 유대인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내게 닥쳤을 땐, 더 이상 나를 위해 말해줄 이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독일 나치가 반대세력을 탄압한 역사를 들어 마치 오늘날 윤석열 정부가 이 대표를 탄압한다는 식으로 주장한 것이다. 박 최고위원 측은 언론에 "누구든 검찰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원팀'으로 이 사정 정국을 잘 헤쳐나가자는 게 낭송 취지"라고 밝혔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구속을 앞두고 검찰 수사에 대한 반론을 담은 책자를 배포했다. 이를 갖고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가르치기까지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럴 줄 알고 아예 의총 참석을 거부하거나 참석해 "우리가 왜 이런 교육을 들어야 하냐"고 반발했다.

오는 28일 이낙연 전 총리의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 재출범을 주도하고 있는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방송에 나와 "이 대표 좌우 팔들이 구속이 됐고 본인 수사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 대표 이후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확실하다"며 "그래서 이 대표나 그의 측근들이 이런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이런 현상을 차단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내부에선 "당 지도부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엄호하는 것도 정도껏이다. 박 최고위원이 마치 영혼이라도 판 것 같다", "한심한 장면이었다. 당 지도부가 자꾸 의원들을 상대로 의식화 교육을 시도한다" 등의 반발 기류가 적잖은 상황이다.

제1야당이 당대표 개인을 위한 방탄 정당이 되어가고 있다는 탄식이다.

김종민 의원은 방송에 나와 "윤석열 검찰의 정치적 목표는 이재명 제거가 아니라 민주당을 방탄 정당으로 만들어 민주당 전체의 신뢰도를 깨는 것"이라며 "(이 대표의) 사법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 개인과 변호인이 철저하게 따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전 최고위원도 "당의 공적 자원과 공적 권력이 당대표 측근들의 결백을 주장하거나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것은 부적절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지키는 것이 당을 지키는 것이고 당원 권리를 지키는 것"이라며 '내가 이재명의 정치공동체다'라는 지지층의 릴레이 선언 캠페인을 홍보 중이다.

현재의 민주당 지도부 자체가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의 여론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태생적 한계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기소되더라도 당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집념이 상당하다고 한다.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가 당원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고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선 후보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 않냐"며 "여기에서 당대표직을 사퇴한다면 그야말로 당이 분열상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이 대표 소환과 구속영장 청구가 수차례 이어지면 민주당 내분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의 체포 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민주당 의원들의 선택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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