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고(故) 이예람 중사 성폭력 사건 부실수사에 연루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전익수(52) 공군법무실장이 '원 스타'인 준장에서 대령으로 1계급 강등됐다.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2일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그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군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같은 해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로 인해 군검찰의 수사는 가해자 감싸기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출범했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중사의 빈소 모습. 이날 특검은 공군본부 전익수 법무실장 등 장교 5명, 군무원 1명, 가해자 장모 중사 등 총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중사의 빈소 모습. 이날 특검은 공군본부 전익수 법무실장 등 장교 5명, 군무원 1명, 가해자 장모 중사 등 총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전익수 계급 강등은 ‘사법적 판단’과 무관한 ‘행정조치’

계급강등은 사법적 판단이 아니다. 재판결과와는 무관하게 군 차원에서 취한 행정조치이다.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국방부는 전 실장을 강등하는 내용의 징계안을 지난 18일 의결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지난 22일 재가해 전 실장은 즉시 대령으로 강등됐다.

군이 전 실장을 보직해임하지 않고 계급강등 조치를 취한 것은 이 중사 유족등의 요구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 실장은 임기제 장군이다. 법무실장에서 해임될 경우 준장으로 자동전역하게 된다. 따라서 군은 법무실장 보직은 유지시킨 가운데 군검찰 및 징계 업무 등에서는 배제시켰다. 전 실장이 별도의 항고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대령으로 전역하게 된다.

사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유족 측의 요구사항이었다.

윤 대통령과 국방부, 유족 요구사항인 ‘강등’ 조치를 수용

이 중사 유족은 전 실장이 최근 공군 공식행사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 지난 15일 군인권센터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 “전 실장을 직무배제한다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말은 거짓말이었냐”면서 강력 항의했다.

이종섭 장관은 지난 10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전 실장의 직무배제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 중사 사건 부실수사의 지휘책임과 특검에 의한 기소 사실 등을 감안해 문책성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실장이 여전히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유족 측이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유족은 “전 실장을 ‘강등’ 중징계로 처벌해 장군으로 전역할 수 없게 해달라”는 내용의 징계요구서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종합민원실에 제출했다.

군은 유족이 입장문을 발표한 지 사흘만인 지난 18일 전 실장 강등을 전격적으로 의결한 것이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민원실에서 고 이예람 중사 부친 이주완 씨와 모친이 전익수 공군법무실장 징계 요구서 제출에 앞서 취재진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민원실에서 고 이예람 중사 부친 이주완 씨와 모친이 전익수 공군법무실장 징계 요구서 제출에 앞서 취재진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전 실장의 강등은 쿠데타와 같은 정치적 사건과는 무관한 비위 혐의로 장군이 강등된 최초의 사건으로 남게 됐다.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반군에 의해 이등병으로 강등된 적이 있었다. 당시 강등은 쿠데타라는 정치적 격변의 진행과정 일부로 이루어졌다.

군인사법 60조, “중징계 받은 장교, 처분 통지 받은 30일 이내 국방장관에게 항고 가능”

전 실장 측은 ‘강등’을 수용하지 않고 항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군인사법 60조에 따르면, 중징계를 받은 장교는 중징계 처분을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 국방부장관에게 항고할 수 있다.

전 실장은 다음 달 전역할 예정이다. 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 실장은 ‘대령’으로 전역하게 된다.

전 실장으로서는 장군에서 대령으로 강등된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군검찰과 특검의 수사결과이다.

전 실장은 두 가지 종류의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 특검 및 군 검찰 수사를 통해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항고해서 다퉈볼 근거가 나름대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전 실장 ‘항고’로 ‘장군 강등’ 논란 2라운드 접어들 듯

첫째, 이 중사가 지난해 3월 2일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같은 해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80여일 간의 초동수사 부실 책임에서 면죄부를 받았다. 이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는 지난 9월 13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전 실장을 부실 초동 수사 책임과 관련해 기소하지 못했다. 수사 정보 유출과 관련한 일부 수사 개입 혐의만 밝혀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면담강요)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자신에게 사건 관련 보안 정보를 전달한 군무원 양모(49)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군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하며 계급과 지위를 이용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었다. 전 실장의 수사 무마 의혹 단서였던 녹음파일도 김 모 변호사에 의해 조작된 내용임이 밝혀졌다. 전 실장이 가해자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 등도 밝혀지지 않았다.

둘째, 이 중사 사망 이후 부실수사 논란이다. 군검찰은 이 중사 사망 이후 수사를 통해 15명을 재판에 넘겼으나 전 실장 등 법무실 지휘부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전 실장 측은 면담 강요 혐의와 관련해서도 특검 기소 당시 입장문을 통해 “담당 군검사에게 전화한 것은 ‘군무원에게 지시한 사실이 없는데 왜 군무원에 대한 구속영장에 내가 지시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물어본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를 갖고 위력을 행사했다고 한다면 피의자가 검사나 재판부에 사실이 아니라고 항의나 변론을 하는 게 모두 죄가 된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전 실장이 이처럼 부실수사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항고할 경우 ‘장군 강등’ 논란은 2라운드로 접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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