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주요 언론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 장기화에 대한 반발로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중국 내 시위 상황을 주요뉴스로 실시간 다루고 있다. 중국 당국이 무력 진압에 나서 제2의 텐안먼 사태를 만들지 미국 정부도 주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시위를 "보기 드문 반정부 시위(anti-government demonstrations)"라며 "중국 당국은 특히 텐안먼 광장에서의 유혈진압으로 막을 내린 민주화 시위가 열렸던 대학가 시위를 경계하고 있다. 시진핑의 주요 정책 중 하나가 야기한 휘발성이 강한 이런 상황은 그에겐 당혹스러운 좌절"이라고 보도했다.

집권 3기를 시작한 시 주석이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는 물론 이를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시 주석 퇴진 요구까지 하고 있는 민심을 어떻게 다룰지 전 세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CNN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내 최소 16개 지역에서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면서 "시위에서 사용되어 온 사회주의 노래인 '인터내셔널가'(국제 공산당가)는 1989년 무장군의 잔혹한 진압 전 텐안먼 광장 민주화 시위 당시에도 사용됐다"고 소개했다.

CNN은 "공산당이 삶의 모든 측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반대 의견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을 가하며 시민사회를 쓸어버리고 첨단 감시국가를 건설한 중국에서 대중의 항의는 극히 드문 일"이라면서 "거의 3년간의 경제적 어려움과 일상의 혼란 이후 제로 코로나에 대한 대중의 인내심이 바닥났다는 징후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공안이 시위대와 BBC 등의 주요 외신 기자까지 구타하는 영상이 공유됐다. 향후 시 주석이 폭력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번 시위가 지난 1989년 6월 발생했던 텐안먼 사태와 같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촉발된 시위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집회에서 이슈가 되는 정책이나 법, 명령 등에 평화적으로 항의하는 권리는 허용되어야 한다. 우리는 평화적인 집회 권리를 지지하며 이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바이든 정부가 공식적으로 중국 내 평화 시위를 지지하고 나서는 동시에 중국의 폭력 진압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그동안 신장위구르, 홍콩 등 중국 내 인권 문제를 앞세워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미 정부는 시 주석이 최우선으로 여겨온 '제로 코로나' 전략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백악관 NSC 관계자는 제로 코로나 전략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아시시 자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도 전날 한 방송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전략은 비현실적"이라면서 백신 접종율을 올리는 것 말곤 딱히 대응 수단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 생존 문제까지도 옥죄는 일방적 봉쇄 정책은 그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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