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러 매력적 요소 갖췄지만...'노조'가 최대 장벽이란 분석 나와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화상 면담을 하는 장면. 머스크 CEO는 면담에서 "한국은 최우선 투자 후보지"라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로 테슬라 공장이 한국에 들어설 것인지에 대해선 확실치 않다. 오히려 투자를 막는 요소들이 여럿 존재한단 평가도 나온다. [사진=블룸버그]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화상 면담을 하는 장면. 머스크 CEO는 면담에서 "한국은 최우선 투자 후보지"라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로 테슬라 공장이 한국에 들어설 것인지에 대해선 확실치 않다. 오히려 투자를 막는 요소들이 여럿 존재한단 평가도 나온다. [사진=블룸버그]

지난 23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화상 면담 와중 "한국이 최우선 투자 후보지"라 말한 것과 관련해 한국에 실제로 테슬라 공장이 들어설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이 머스크 CEO가 좋아할 만한 여러 유인 요소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한국의 '노조'야말로 테슬라 공장 설립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이란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28일 '테슬라와 한국은 아마도 그럴 듯해 보이는 꿈의 한 쌍이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Tesla and South Korea might not be the Dream Pairing it seems)'란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머스크 CEO는 '노조'를 공공연히 반대해온 사람인데 한국에 투자할 수 있겠냐고 보고 있다.

일단 머스크 CEO가 한국에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는 충분하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머스크 CEO와 테슬라에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 대기업의 공장을 유치한다면 지지부진한 국정수행 지지도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실제로 화상 면담에서 한국은 훌륭한 기술자와 자동자 부품 업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능력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전기차 제조 공급망이 가장 잘 갖춰진 나라로 평가된다. 반도체기업, 전기차배터리 기업, 카메라 모듈 제조사 및 핵심 소형 부품 기업 등이 모두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외국인 투자를 위한 법적 환경도 잘 마련되어 있다고 평했다. 한국의 '외국인투자촉진법(Foreign Investment Promotion Act)'에 따라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이나 외국계 기업이 현금 환급 및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단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투자촉진법'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외국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외국인투자비율 이상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외국인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외국인투자의 고도기술수반여부 및 기술이전효과, 고용창출규모, 국내투자와의 중복여부, 입지지역의 적정성 등을 고려해 그 외국인에게 공장시설의 신설·증설, 연구개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에 필요한 자금을 현금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으며, 이에 해당하는 항목엔 '사업 경영을 위해 공장시설 설치 혹은 증설', '첨단기술 및 첨단제품의 사업을 경영하기 위해 공장시설 설치 혹은 증설'이 포함된다. 머스크 CEO가 한국에 공장을 짓는다면 이 법에 따라 여러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단 것이다. 

한국인들이 테슬라를 좋아한다는 점과 한국에 "빡센(hardcore)" 근로 문화가 있는 것도 머스크 CEO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 개미 투자자들은 90억 달러(한화 약12조)치의 테슬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OECD에서 근로 시간이 가장 긴 나라 중 하나다. 한국인들은 2021년 기준 연평균 1900시간 이상을 근로에 쏟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이 모든 장점을 막는 절대 '장벽'이 있었으니 바로 조직화된 '노조'라고 분석했다. 머스크 CEO는 미국 자동차 노동자 연합(United Auto Workers)를 공공연하게 비판해 온 것으로 볼 때 노조를 매우 싫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ational Relations Labor Board)가 2021년 테슬라가 반복해서 미국 노동법을 위반했다고 판결내릴 정도로, 머스크 CEO와 노조는 앙숙이란 평가다.

지난 24일부터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가 엿새째 총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노조를 가지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만약 테슬라 공장이 실제로 한국에 세워지더라도 노조가 공장의 원활한 운영을 막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트럭 노조가 항구나 산업 복합체를 막고 핵심 수출품의 공급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근로법 때문에 노조의 빈번한 파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고용자가 피고용자를 해고하는 과정이 쉬워 노동유연성이 높은 반면, 한국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5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제23조 제1항)'고 돼 있다. 머스크 CEO 또한 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의 근로기준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그 외에도 한국의 불안정한 '지정학'도 테슬라 공장 유치를 막는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올해 들어 북한이 핵무기·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막연하게 한국의 기업 환경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단 것이다.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29일 오전 광주 서구 기아 오토랜드 광주2공장에서 완성차들이 적치장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완성차를 옮기는 카캐리어 운송이 파업으로 멈춰섰기 때문에 기아 측은 대체인력을 고용해 개별 운송하고 있다. 이러한 파업이야말로 외국인의 한국 투자를 막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란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29일 오전 광주 서구 기아 오토랜드 광주2공장에서 완성차들이 적치장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완성차를 옮기는 카캐리어 운송이 파업으로 멈춰섰기 때문에 기아 측은 대체인력을 고용해 개별 운송하고 있다. 이러한 파업이야말로 외국인의 한국 투자를 막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란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