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시멘트 운수종사자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화물연대의 운송 방해와 불법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 산업현장의 법치주의를 확립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산업 현장의 피해가 크게 확산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가 경제의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은 다행"이라는 입장을 냈다.

경총은 "우리 산업과 수출의 기반이자 국민 생활과 직결된 철강, 자동차, 정유, 화학 분야 등도 한계에 다다른 만큼 피해가 더욱 커지기 전에 업무개시명령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며 "화물연대는 업무에 복귀해 물류 정상화와 경제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국가 경제의 혈관인 물류를 볼모로 한 집단운송거부는 경제 위기를 심화시킨다"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경제주체가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화물연대가 지금이라도 집단운송거부를 중단하고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 등도 산업현장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며 정부가 다른 업종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을 적극 검토하고 불법 행위에 단호히 대응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업무개시명령 발동 직후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무슨 권한으로 강제노역에 해당하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느냐"라면서 "올해 4월 발효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의 ILO 제87·29호 협약 위반이며 정치적 견해나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한 징역형 노동을 금지한 105호 협약에도 반한다"라고 지적했다.

ILO 29호는 '강제노동 협약', 87호는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105호는 '강제노동 폐지 협약'이다. 이 중 105호 협약은 국가보안법 등과 상충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아직 국내에서 비준되지 않은 조항이다. 

ILO는 제29호 '강제노동 협약'과 관련해 처벌의 위협 하에 강요된 노동 또는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제공한 것이 아닌 노동을 강제노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강제노동에 포함되지 않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전쟁 ▲화재와 홍수, 기근, 지진, 극심한 전염병이나 가축 유행병 등과 같은 재난·재해 ▲인구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 등 비상 상황의 사례를 들고 있다.

민주노총측은 이번 업무개시명령 제도가 '강제노동 금지' 원칙의 예외로 인정되는 전쟁이나 화재, 홍수 등의 재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ILO 협약상 강제노동 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부와 재계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업무개시명령이 포함되어 개정된 것은 2004년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년 5월과 8월 두 차례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물류 대란'이 발생하자 정부가 과거 의료계에 발동했던 조치를 참고해 화물자동차법에도 업무개시명령 조항을 넣어 개정한 것이다.

과거 업무개시명령은 김대중 정부 당시인 2000년 의료계가 의약분업에 반대해 무기한 집단휴진에 돌입하자 정부가 공공성을 이유로 발동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며 집단휴진에 돌입하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한편 정부의 이번 업무개시명령에 화물연대가 삭발투쟁으로 맞서면서 산업계 피해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국적으로 시멘트 공급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레미콘 제조사들은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다. 부산에선 레미콘 반출량이 평소의 7분의 1수준으로 줄면서 글로벌 선사들의 환적화물이 많은 부산항이 제 기능을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제주지역에서도 레미콘 제조사들이 시멘트를 공급받지 못하면서 대부분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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