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당의 사당화와 팬덤 정치를 성토하며 이재명 대표를 겨냥했다.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친문재인계, 친이낙연계 등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원욱·김종민 두 의원을 비롯해 강병원·조응천·김영배·홍기원 등 비명계 의원 10여명이 참석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발제에서 "인터넷의 발달로 참여 형태의 민주주의가 발달해 팬덤 정치가 강화돼왔다"며 "민주당의 팬덤 정치도 극에 달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은 "정당의 사당화가 굉장히 심각해지는데 민주당에서는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최근 민주당 모습을 보면 사당화 현상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 선출을 앞두고 대거 입당한 이 대표 강성 지지자 '개딸(개혁의 딸)'을 조준해 "당내 책임 있는 의사결정에 참여하려면 정기적인 토론을 어느 기준 이상 하는 당원이 권리 주체가 돼야 하는데, (당비를) 1천 원으로 하면서 동원된 당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들이) 왜 일반 지지자나 국민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가지는지 차별성이 분명하지 않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 정당'으로 전락해버린 것을 한목소리로 비판한 것이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이 대표의 수족이 잘려나가자, 당내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일"이라는 주장이 표출됐다.

조응천 의원은 '당론'을 정해 강제하는 것 자체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날 "강제 당론은 위법"이라며 "엄격한 규율에 어마어마한 팬덤까지 결합돼 의원들이 매 순간 스스로 비겁하고 졸렬한 경험을 하고 있다. 강제 당론을 풀어 '크로스 보팅'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문계 의원들이 대거 몸담고 있는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연구원'은 지난 22~23일 1박 2일간 인천 영종도의 한 호텔에서 심포지엄 및 총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전해철 의원을 이사장으로 추대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한 언론에 "친문 직계가 민주주의 4.0을 정치적으로 재편하고 2024년 22대 총선 국면에서 비명계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총선이 다가오는데 당의 위기 상황을 가만히 지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도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민주주의 4.0이 정치적 무게감을 키운 내년 초쯤 당에 정치적 입장을 전달하고 총선에서 새로운 민주당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심하자" 등의 주장도 내놨다고 한다.

이낙연계 싱크탱크로 알려진 '연대와 공생'도 앞서 예고한 대로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공식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한 의원들은 "많은 국민이 '민주당이 사당화돼가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당이 사당화돼서는 정권을 되찾을 수 없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과 술집을 갔느냐 안 갔느냐 이런 문제로 당이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설훈 의원은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과거 정치 지도자들은 측근들이 어떤 비리(의혹)에 싸이면 대국민 사과나 성명을 냈다"면서 "떳떳하기 때문에 혼자 싸워서 돌아오겠다. 이렇게 선언하고 당 대표를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라고 이 대표를 공개 압박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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