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탑(Tower of London) 인근의 왕립조폐국(Royal Mint Court)의 전경. 이 건물 및 부지를 중국이 사서 새 대사관을 지으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사진=Construction Enquirer]

런던탑(Tower of London) 인근에 새 대사관을 지으려던 중국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 지역을 관장하고 있는 타워 햄리츠 런던 자치구 의회(Tower Hamlets Council)가 1일(현지시각) 저녁 이를 거부한다고 의결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런던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옛 왕립조폐국(Royal Mint Court) 자리에 유럽에서 가장 큰 대사관을 지을 계획을 수립하고, 지난 2018년 3월 2억5500만 파운드(한화 약 4056억원)를 들여 조폐국 건물 및 토지를 매입했다. 현재 주영 중국대사관은 런던 말리본 구역(Marylebone Neighborhood)에 있다. 왕립조폐국 건물을 허물고 새로이 지을 대사관 건물을 설계한 곳은 데이비드 치퍼필드 건축사무소(David Chipperfield Architects)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영 중국대사관 신축 소식이 나오면서 영국 내에서 이와 관련한 논쟁과 항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왕립조폐국 부지 근처에 살고 있는 거주민들이 지역의 보안 문제, 개인 사생활 문제,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타워 햄리츠 자치구 의회는 51건의 항의 문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문서들엔 중국대사관이 들어설 경우 지역이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될 수 있으며 CCTV가 다수 설치될 것이므로 감시를 받을 수 있단 우려가 담겼다.

왕립조폐국 건물을 알아보기 쉽게 붉은 선을 그은 모습. [사진=블룸버그]
왕립조폐국 건물을 알아보기 쉽게 붉은 선을 그은 모습. [사진=블룸버그]

타워 햄리츠 자치구 의회가 중국대사관 이전을 공식 거부하기 전 간접적인 거부 의사를 작년에 밝히기도 했단 분석이다. 왕립조폐국 근처 거리 이름을 '천안문 광장, 위구르 및 홍콩 가(街)'로 바꾸겠다고 밝혔던 것이다. 이는 영국이 신장위구르에서 알 수 있듯 중국의 인권 후진적인 소수민족 정책에 규탄하는 외교적 처사로 간주됐지만, 대사관 이전에 대한 의사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왜 런던탑 근처로 대사관을 옮기려 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소수민족 탄압, 대만 무력통일 불사 천명, 미국을 비롯해 주변 국가들과의 갈등, 고압적인 외교 자세 등의 문제로 전 세계로부터 '왕따' 신세가 됐고 영·중 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보다 조용한 런던탑 근처로 대사관을 옮겨 대사관 앞 항위 시위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영국으로서도 자국의 유서 깊은 문화재이자 세계문화유산인 런던탑 근처에 중국대사관이 들어서는 게 달갑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왕실조폐국의 전경.

런던탑은 런던을 관통하는 템스 강 북부에 위치한 성채로, 약 900여년 전 '정복왕' 윌리엄 1세가 잉글랜드를 점령한 후 실시한 축성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군사 요새 중 하나다. 노르만인이었던 윌리엄 1세가 토착민 앵글로색슨인들의 반발·반란을 막기 위해 지은 성이었던 것이다. 런던탑은 또한 그에겐 왕궁이기도 했다. 

런던탑은 헨리8세의 첫 이혼을 결심케 했던 두번째 왕비이자 명군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 앤 불린(Anne Boleyn)이 처형당한 곳이기도 하다. 그후 정치범수용소이자 감옥으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식 명칭은 '국왕 폐하의 궁전 및 요새인 런던 탑(His Majesty's Royal Palace and Fortress of Tower of London)'이다.

런던 탑의 전경.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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