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들의 임기가 조만간 만료될 예정인 가운데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해 보인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특히 NH농협금융은 잇따른 내부통제 이슈와 건전성 문제로,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징계가 이번 연임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진단이다.

NH농협금융은 지난해 1월 취임한 손병환 회장 임기가 오는 12월 만료된다. NH농협금융은 경쟁사와 비교한 실적이 밀리고 있는 데다 건전성 이슈에 잇따른 내부통제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어 연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농협금융지주는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순이익 기준 4대 금융지주에 포함됐다. 2020년까진 순이익에서 우리금융을 4000억원가량 앞섰으나, 작년 순이익이 뒤처진 이후로 올해 상반기에도 우리금융에 순이익 규모에서 밀렸다. 이로 인해 NH농협은 4대 금융지주에서 5대 금융지주로 밀려난 상황이다. 

NH농협에서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들도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 기간 중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제출된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5대 시중은행 임직원의 윤리강령 위반 혐의는 전체 143건으로 조사됐다. 농협은행은 이 중 무려 절반에 가까운 41.9%를 차지했으며, 사고 금액 비중은 절반이 넘는 58.6%에 달했다.

NH농협은 올해 상반기 악화된 건전성을 감추려는 시도가 적발된 적도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NH농협생명·NH농협손해보험이 이례적으로 RBC(지급여력) 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다. RBC 비율은 자산 건전성의 핵심 지표로, 보험 리스크가 현실화했을 때의 보험금 등 손실금액인 요구자본과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자본량인 가용자본 비율을 계산해 구한다. 보험업법상 100%를 넘겨야 하며, 권고는 150% 이상이다.

NH농협생명은 올해 3분기에도 누적 순이익(1~3분기)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RBC 비율은 107%(잠정)로 보험업법상 기준인 100%를 겨우 넘겨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바 있다.

NH농협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금융지주 회장 인사 발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손병환 회장과 더불어 권준학 NH농협은행장,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이사, 강성빈 NH벤처투자 대표이사 등도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의 거취도 불투명하다.

내년 3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 손 회장은 앞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한 금감원의 문책 경고에 취소소송 1·2심에서 승소하면서 연임 가능성이 커졌지만, 지난달 금융위원회의 징계가 결정적이었다. 

금융위는 그동안 손 회장에 대한 징계를 1년 6개월간 미뤄왔었지만 지난달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로 우리은행에 대해 업무 일부 정지 3개월, 손 회장에 대해선 문책 경고를 내리기로 했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연임은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뒤따랐다.

일각에선 손 회장이 금융위의 징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손 회장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법률 대응은 물론이고 별다른 입장 표명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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