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통해 인간 뇌에 컴퓨터 칩을 심는 임상실험을 6개월 내에 진행할 것이며, 자신의 뇌에도 컴퓨터 칩을 심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돼지나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단계에 왔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발표에서 "인간 뇌에 컴퓨터 칩을 심는 임상실험을 6개월 내에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YTN 캡처]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발표에서 "인간 뇌에 컴퓨터 칩을 심는 임상실험을 6개월 내에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YTN 캡처]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지난달 30일 기술 발표 행사를 통해 사업 진행 현황과 향후 개발 목표를 발표했다. 머스크는 사람의 두뇌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위해 매우 조심스럽게 준비해 왔으며, 필요한 서류 대부분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뉴럴링크, 맹인이 앞을 보고 전신마비자가 정상인 되는 세상 꿈꿔

이날 행사에서 발표된 뉴럴링크의 기술은 신체 기능 회복을 위한 운동 피질에 초점이 맞춰졌다. 처음 선보인 기술은 선천적 맹인의 시력 회복이었으며, 두번째로 선보인 기술은 척수가 절단된 사람들의 전신 기능 복원이었다.

일론 머스크는 “우리는 전신 기능을 복원하는 데 물리적 제한이 없다고 확신한다”며 “6개월 내 인간 대상의 임상실험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럴링크는 테슬라,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2016년에 설립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개발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생명공학 스타트업이다. 뉴럴링크라는 이름은 신경(Neural)과 컴퓨터(Link)의 합성어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는 신체의 움직임 없이 상상만으로 기계에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머스크는 다가올 미래에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에 대항하려면, 인간도 그에 맞게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뉴럴링크를 설립했다. 컴퓨터 칩을 인간에게 이식해 뇌나 척추에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 운동 능력을 회복하거나, 생각만으로 의사소통을 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게 되면,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은 인공지능(AI) 만큼 빨라질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연결 방법은 간단하진 않다. 두개골을 뚫고 전극을 삽입해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침습식’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엔 타이핑하는 원숭이 모습 공개

2년 전부터는 동물로 실험을 하고 있는데, 2020년 8월에는 뇌에 칩을 심은 돼지를 공개했다. 지난해 4월에는 게임하는 원숭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공개된 영상을 보면, 컴퓨터 칩을 머리에 심은 원숭이가 아무런 동작 없이 생각만으로 게임을 해,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4월 , 아무런 동작 없이 생각만으로 게임하는 원숭이를 공개했다. [사진=YTN 캡처]
뉴럴링크는 지난해 4월 , 아무런 동작 없이 생각만으로 게임하는 원숭이를 공개했다. 게임을 하면 원숭이는 스무디를 먹을 수 있어, 스무디가 제공되는 기구를 손에 들고 있다. [사진=YTN 캡처]

지난달 30일 머스크가 직접 소개한 내용은 ‘원숭이가 문장을 타이핑하는 모습’이었다. 아직까지는 원숭이가 자기 생각을 직접 타이핑하는 것은 아니고, 미리 학습된 조건(이번의 경우는 노란색 자판)대로 타이핑하는 수준이었다. 앞으로는 글자를 연상할 때 나오는 신호를 읽어서 입력하는 것을 연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뉴럴링크에 이같은 발표에 대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선구자로, 해당 분야의 저명한 과학자인 미겔 니코렐리스는 신랄한 비판을 했다. 특히 그는 ‘원숭이가 뇌파로 게임을 하는 기술’에 대해 자신과 다른 과학자들이 수십년간 연구해낸 결과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술은 2014년에 Nature Methods에도 이미 기재됐으며, 뉴럴링크는 단지 이전에 발명된 것을 팔며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사기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했다.

실험 과정에서 원숭이 안락사 문제도 불거져

게다가 지난 2월에는 뉴럴링크가 실험을 위해서 원숭이를 안락사시킨 문제가 불거져 비판을 받았다. 당시 CNN 방송은 ‘뉴럴링크가 원숭이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실험을 하던 중 원숭이가 죽었지만, 학대를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뉴럴링크의 실험 과정에서 원숭이가 폐사하는 문제가 불거졌다. [사진=MBC 유튜브 캡처]
지난 2월에는 뉴럴링크의 실험 과정에서 원숭이가 폐사하는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사진=MBC 유튜브 캡처]

뉴럴링크는 이에 대해 "수의사의 의학적 자문을 거쳐 동물들을 안락사시켰다"며 학대 끝에 죽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의 의사단체 '책임있는의학을위한의사위원회(PCRM)'는 뉴럴링크가 동물복지법을 위반했다며 미국 연방정부에 조사를 요구했다. PCRM은 2017~2020년 뉴럴링크가 미국 데이비스캘리포니아대학교(UC데이비스)와 원숭이 뇌에 칩을 삽입하는 실험을 하면서 최소 15마리의 원숭이가 죽거나 안락사 당했고, 일부 원숭이는 실험 트라우마와 자해로 손가락과 발가락이 잘렸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돼지나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넘어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심겠다는 뉴럴링크의 계획이 발표되자,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면 ‘킹스맨’처럼 독재자가 지배할 수도?

무엇보다도 해킹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뇌와 컴퓨터가 연결되면서 컴퓨터처럼 쉽게 해킹당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뇌파를 모니터링하는 사람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계좌 비밀번호, 현관 비밀번호 등 개인 정보를 빼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독재자가 이런 기술을 활용해 어떤 사상과 이념을 주입해 세뇌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화 ‘킹스맨’을 본 시청자들은 뉴럴링크를 두고 ‘킹스맨의 현실판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악당이 사람들의 뇌에 칩을 심고 이를 통해 조종하는 것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머스크는 지난달 행사에서 연구의 정당성과 척수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삶의 질을 개선해 건강한 삶을 오래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온라인 매체, “머스크가 꿈꾸는 건 영생(永生)” VS. 머스크, “난 불멸을 반대”

하지만 이를 두고 머스크가 영생(永生)의 꿈을 이루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livemint는 “억만장자들은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을 찾는 데 상당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죽음을 지연시키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뉴럴링크를 개발했다는 설을 제기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역시 “일론 머스크가 화성 이주, 뉴럴링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불멸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라는 추정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머스크는 “불멸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고 있다”라며 선을 그었다. 오히려 불멸을 반대하는 입장이라면서 “사람들이 오래 살거나 불멸의 존재가 된다면, 사상이 정체되고 사회가 뒤처진다"라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과 관련한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지만, 아직 승인은 나지 않은 상태이다. [사진=YTN 캡처]
머스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지만, 아직 승인은 나지 않은 상태이다. [사진=YTN 캡처]

일론 머스크는 뉴럴링크를 설립한 초기에 ‘2020년이면 인간에 칩을 삽입해 테스트를 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향후 6개월 이내에 인간의 두뇌에 칩을 심는 임상실험이 성공한다 해도, 계획보다 꽤 늦어진 상태이다. 동물실험보다 인체 임상실험은 보다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는 불분명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뉴럴링크의 임상실험이 아직 FDA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황’이어서, 머스크의 발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