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부와 국민의힘이 은행권에 대출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코로나19 피해계층과 취약계층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은행권에선 정부의 입김으로 한 해에 3000억원에 달하는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을 당장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정은 6일 국회에서 서민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회를 열었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취약층 대출자를 대상으로 5대 시중은행의 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최대 1년 정도 면제하는 '은행권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한시적 면제 추진' 방안을 보고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고금리 시대의 혜택을 금융권이 누리면서 이득을 많이 내고 있다"며 "금융취약계층에 한정해서라도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할 수 있도록 은행권에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성 의장은 "신용등급이 낮은 분들에 대해 자율적으로 결정됐으면 좋겠다"면서도 "코로나19로 중소 소상공인들 중 어려운 분들이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금융취약계층 범위를 너무 소극적으로 잡지 말고, 6등급 이든 5등급 이든 최대한 내려서 많은 분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지난해 기준 2758억원에 달한다. 올해 이들의 중도상환수수료는 10월까지 1734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중도상환수수료 한시적 면제책을 시행할 시, 5대 은행 수수료 면제액은 연간 최대 6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적용 기간은 시행일로부터 6개월에서 1년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저신용자 등 취약 대출자취약층 대출자의 범위는 신용 등급 하위 30%, 코리아크레딧뷰로(KCB) 7등급 이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전 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적용 대출자 등이다. 다만 최종 적용 대상은 각 은행이 추가적인 검토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은행권에선 시중 은행들 간 경쟁을 통해 이미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자율적인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데다, 일찍 상환이 이뤄지면 그에 대한 자금 운용 계획도 틀어져 결국 다른 곳에서 수익성을 메꾸는 식의 방식을 택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금융 사업에 뛰어들었던 카카오뱅크의 경우 인터넷은행 최초로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주담대 상품 출시와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는 비대면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서비스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 나간 바 있으며, 이에 다른 은행들도 경쟁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전액 면제를 들고 나와 경쟁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엔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이어지면서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거나 인하하는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은행 관계자는 "강화된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일부 은행들은 이미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관리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대출받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고객들이 당장 여유가 생겨 대출금을 갑자기 갚는 사례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들은 고금리로 인해 수익이 개선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고금리로 인해 채권 평가 손실로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BIS비율이 낮아지기도 한다"며 "중도상환수수료를 억지로 줄이기 위해선 다른 분야의 단기 수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은행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