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의힘 내에서는 MZ세대 공략이 주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시작은 주호영 원내대표였다. 바람직한 차기 당대표상에 대해 수도권에서 호감도가 높고 MZ세대에 인기가 있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단 것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조건을 공공연히 앞세우고 있다. 당권주자로 꼽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부 총질' 아니냐며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잠잠하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MZ세대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부터 없애라"며 일갈하고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대구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차기 당 대표는)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고 △MZ세대에 인기가 있으며 △공천 잡음을 일으키지 않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했다. 거명되는 기존 당권주자들은 이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는 발언까지 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5일 비대위 회의 직후 "상식·공정·정의의 가치를 바탕으로 시시비비를 가려내는 MZ세대,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하는 그런 지도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또 "차기 지도부 역시 MZ세대, 미래세대, 새로운 물결에 공감하는 지도부가 탄생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 비대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 대표는 수도권 선거를 견인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고, MZ세대와 공감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며 "MZ세대는 상식과 공정, 정의의 가치에 기반해서 시시비비를 독자적으로 가리는 세대다. 그들이 586세대의 미래 대안 세력이 될 것이다. 2024년 총선은 586세대의 퇴조, 그리고 새로운 글로벌 선도 세력의 부상으로 판가름될 것"이라고 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대표적 윤핵관으로 이번 정부 출범 당시 최대 실세로 각광받은 장제원 의원은 MZ세대를 앞세운 정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심판으로서 부적절하다"며 공개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날 오전 친윤계 공부모임 '국민공감' 출범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심판을 보실 분이 기준을 만드는 건 옳지 않다. 부적절하다"며 "그런 얘기를 자꾸 하니까 일을 잘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론도 나오는 것 아니냐. 우리 대통령께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즉각 장 의원의 비판에 "심판이기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이야기이지, 심판이라 하면 안 되는 말이 아니다"라며 "서울 지하철 노조 파업 철회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게 누군가? 제3노조, MZ세대 노조들이 정치투쟁에 참여할 명분이 없다고 해서 파업이 중단됐다. 새로운 물결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은 MZ세대, 미래세대와 늘 공감하는 그런 지도부를 구성하고 그런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대응했다.

당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수도권·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세대) 대표론'에 자신들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7일 KBS 라디오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수도권·MZ세대에서의 지지, 그런 당권 후보가 지금 저밖에 더 있느냐"고 자신했다. 이어 "수도권에서 지면 총선 전체가 참패고 그러면 윤석열 정부는 진짜 하고 싶은 개혁, 5년 내내 하지도 못하고 식물 정부가 된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영남(부산) 출신으로 경기 분당갑을 지역구로 둔 안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영남과 호남은 어느 정도 결정이 돼 있고 수도권에서 누가 이기느냐가 (2024년 총선의) 승패를 가른다"며 "나같이 영남에 기반을 둔 수도권 의원이 지휘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는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젊은 세대에 대한 접근은 MZ세대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를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내용을 곧 출간할 책에 썼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무고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이 전 대표는 "저는 송치 혐의에 부인합니다"라고 입장문을 올린 뒤로 별다른 정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책 집필은 막바지 단계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의 정치 활동 재개가 책 출간 시점에 맞춰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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