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박홍근 "법인세 인하는 103개 슈퍼대기업 특혜"
한국, OECD 국가 중 GDP 대비 법인세 비율 6위

김진표 국회의장이 오는 15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면서 여야에 최종 시한을 제시한 가운데 여야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놓고 물러섬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법인세 개정은 민주당의 이념과도 결부된 쟁점이라 타협이 쉽지 않다. 민주당은 "100여개의 슈퍼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인세 인하는 있을 수 없다"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법인세 인하만 철회하면 모든 협상은 순조로울 것이란 입장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교조적인 생각"이라며 일축한 상태다. 오는 15일까지 여야 합의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12일 예산안 협상을 재개한다. 지난 10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두 차례에 회동을 갖고 협상 타결을 시도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이 바로 이튿날인 1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해 여야 협상은 한 차례 중단됐다.

예산안 합의의 최대 암초는 '법인세 인하'다. 정부·여당은 영업이익 3000억원 초과 법인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출 것을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이를 '초부자 감세'로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야당은 대기업 법인세율을 유지하고 영업이익 2억~5억원의 중소기업 법인세율만 20%에서 10%로 인하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인세 인하 대상을 103개 슈퍼대기업까지 혜택을 줄 것이냐, 5만4404개 중소·중견기업에만 줄 것이냐가 (여야 협상의) 주요 쟁점"이라며 "초부자, 슈퍼부자만을 위한 윤석열 정권의 '답정너 예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법인세 인하가 어떻게 초부자 감세인가"라며 "법인이 이득을 보면 그 법인 주식을 가진 주주에게 이득 배당이 되고 종업원에게 돌아가는 것인데, (민주당은) 교조적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종합부동산세·금융투자소득세와 지역화폐, 대통령실 이전 예산 등도 합의를 앞두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법인세 개정 문제가 여야 합의안 도출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 보고 있다.  

물러설 생각이 없는 민주당은 "국민의힘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만 양보하면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이라며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도 (우리 당이) 어느 정도 양해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되 2년 유예기간을 두자'는 중재안을 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언론에 "중재안을 낸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 (조세) 전문가이고 경제학자인데 (민주당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서민 중심 예산안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단독으로라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재명표' 서민 감세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어차피 시간이 늦어지고 있는데 서민 감세안이라도 최대한 만들어 서민 삶을 지켜내고 경제위기를 극복해나가면 좋겠다"면서 "서민 지원 예산을 증액하지는 못하더라도 서민 삶에 도움이 되게 서민 감세는 이미 법안이 자동 상정돼 있어 얼마든지 처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도 "끝내 합의가 안 된다면 그동안 준비한 감액 중심의 수정안을 발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서민 예산은 정부 예산안에 이미 많이 반영돼 있으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실을 호도하지 말라"며 "이 대표는 '예산 규모'에는 신경 끄고 본인 '형량 규모'에나 신경 쓰기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김 의장은 오는 15일까지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정부안 또는 야당 단독 수정안을 표결 처리할 방침이다.

한편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율을 보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여섯번째로 높다. 12일 OECD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 비율 상승 폭은 OECD 7위였고 상승세가 이어진 최근 5년간에는 2위였다.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 비율은 OECD 평균(3.0%)보다 1.4배 높았다. 한국보다 비율이 높은 국가는 룩셈부르크(5.9%), 노르웨이(5.9%), 칠레(4.9%), 호주(4.7%), 콜롬비아(4.7%) 5개국 뿐이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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