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단체장과 만찬을 하고 기업의 투자·고용 확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 사태에 대한 업무복귀 명령 등 민노총 총파업에 대한 원칙적 대응으로 보수진영 내 결집을 이끌어내면서 지지율 상승세 초입에 들어갔다. 이번 연말과 내년 초까지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 랠리가 이어질지는 경제 문제가 좌우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12일 재계 안팎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최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과 비공개로 저녁 식사를 했다. 만찬에 전국경제인연합회 측은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대통령 당선인 시절 인수위 사무실에서 경제단체장들과 도시락 점심을 함께 했다. 이후 9개월 만에 만남으로 이날 만찬에선 화물연대 파업 철회와 법인세율 인하 법안,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등에 대한 얘기가 주로 오갔다고 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특별한 주제는 없었고 연말이라 식사 한번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제단체장들은 법인세율 인하 법안의 국회 통과 필요성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화물연대 파업 철회와 관련해 "정부가 법과 원칙을 잘 지켜서 해결돼 감사하다"고 밝힌 경제단체장들에게 "앞으로도 모든 것에 있어서 법과 원칙에 따라 할 테니 기업들은 걱정하지 말고 투자·고용 측면에서 잘 도와달라"고 했다.

경제 6단체는 지난 11일 공동 성명에서 "경쟁국보다 불리한 현 법인세법을 개선하지 않고 기업에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제 위기와 대전환기에 놓인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투자 여력을 갖출 수 있도록 10일부터 열리는 국회 임시회에서 법인세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할 수 있기를 간곡히 당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2월 들어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승 기류를 보이고 있다. 화물연대 및 지하철 노조의 파업에 대한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공정과 원칙', '결단력' 등이 보수 지지층에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 중단으로 언론 노출이 줄어 '도어스테핑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점도 보수 지지층의 이탈을 막은 것으로 분석됐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임기 초에 20%대로 지지율이 하락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층의 지지 유입으로 40%까지 회복하는 데에는 집권 2년 차 10월까지 거의 2년가량 걸렸다"며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했지만 중도층과 20·30대에선 변동 폭이 크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갤럽과 NBS 조사 등에서는 중도층과 20·30대의 윤 대통령 지지율이 여전히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들은 "경제 상황이 불안한 가운데 민노총과 야당의 공세에 위기의식이 커진 보수층이 결집했다"며 "민심은 경기 흐름과 함께 움직인다. 정부가 야권의 '무능 프레임' 공세에 맞서 경제가 나아질 수 있다는 비전 제시와 민생 회복을 위한 정책의 지속적 추진 등을 통해 위기 극복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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