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연말특사 이슈가 주인공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이 아닌 김경수 전 경남지사 문제로 본말이 전도된 채 최근 정국의 핫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나 마찬가지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복권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기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끼워넣는 것은 법무부와 한동훈 장관의 소관사항이긴 하지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 등 여권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희석시키는 한편 강성 친명세력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대선불복과 국정 발목잡기 일변도로 치닫는 더불어민주당의 세력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경수 전 지사 사면카드는 괜찮은 정치공학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검사출신 한동훈 장관이 혼자 검토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난 8일자로 작성된 김경수 전 지사의 ‘가석방불원서’라는 문건을 보면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가 일찌감치 이를 추진했음을 알 수 있다.
‘킹크랩’이라는 불법 수단을 동원해서 수백만명의 여론을 조작한 대한민국 정치사상 최악의 악질 선거사범으로 꼽히는 문제의 ‘가석방 불원서’라는 문건에서 김 전 지사는 ‘안중근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120년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에도 불구, 항소를 포기하고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인 것처럼, 김 전 지사는 자신이 무죄이기 때문에 형기만료 불과 다섯달전에 풀어주는 ‘알량한 선처’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김 전지사와 같은 ‘친문계’로 꼽히는 민주당의 기동민, 고민정 의원이 김 전 지사에 대해 형집행정지 가석방에 더해 복권까지 요구함으로써, 그들의 본심은 드러났다. 법원에서는 1심부터 대법원까지 유죄를 받았지만 복권을 통해 무죄와 같은 선전기재를 갖고 정치활동까지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김 전 지사와 이들 민주당 의원들은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무부가 형집행정지에 따른 가석방제도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구치소와 교도소의 ‘감방’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현재 법무부는 신규로 구속되거나 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사람을 수감하기 위해 매달 수천명씩 가석방을 하고 있다. 형량의 70% 이상을 메운 사람을 대상으로 일종의 ‘반성문’을 받고 석방하는 것이다.
감방이 모자라서 풀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가석방되기 싫다고 해서 계속 감옥살이를 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감옥에서 먹는 밥, 쓰는 물, 난방비도 세금에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치 권리나 되는 것처럼 자신을 계속 감옥에 있게 해달라는 김경수 지사의 요구는 중대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역으로, 한동훈 법무부장관 등 김경수 전 지사 가석방 추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로서는 이들 친문 좌파들을 다루는 과정에서의 심각한 오판이 드러난 셈이다.
점점 추워지는 이 겨울에 몇 달이라도 빨리 풀어주면 무조건 고마워 할 것이라는 ‘알량한 선처’가 지금 윤석열 정권의 발목을 잡고있는 세력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 그나마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정치평론가인 홍경의 단국대 객원교수는 “애당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김경수 전 지사의 사면이 교환대상이 될 수 없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어줍짢은 정치적 거래를 시도하려다 망신을 당한 꼴”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과 원칙까지 희롱당하지 않도록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객원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