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5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측근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 씨, 화천대유 이사 겸 전 쌍방울 그룹 부회장 최우향 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서다. 쌍방울그룹 임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여러 의혹에 함께 연루된 상태다. 최 씨는 전남 목포 지역 조폭 출신,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전북 전주 지역 조폭 출신으로 알려졌다. 정재계와 법조계를 아우르는 이들의 사업 확장은 전형적인 '기업형 조폭'의 모습도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15일 이한성, 최우향 씨에 대해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으로 지난 13일 이들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들은 대장동 사업에서 나온 이익을 수표로 인출해 숨겨 보관하거나 허위 회계처리를 해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등 260억원 상당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수사기관의 추징 보전이나 압류 등을 피하려는 목적에서 이들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여론은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에서 드러나는 조폭 출신 및 조폭들의 영향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 씨와 김 전 회장 뿐 아니라 다른 폭력조직도 대장동 사업 현장 관리 등에 동원된 정황이 밝혀지고 있다.

우선 최 씨는 과거 목포 기반 폭력조직('목포새마을파')에서 활동한 인물로 서울로 올라와선 동향의 조폭들과 '연합새마을파'를 결성하고 유흥업소 등을 관리했다고 한다. 건축·철거 현장 용역사업 등을 통해서도 돈을 벌고 세력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0년 쌍방울을 인수하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기업형 조폭'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김 전 회장 역시 전주 지역 폭력조직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기업형 조폭은 대개 명목상 투자와 인수를 사업 영역으로 하지만 실상은 '기업사냥'을 한 후 주가 조작과 기업 자산 매각 등으로 금전적 이익을 뽑아낸다. 2020년 6월 최 씨가 운영하던 '에이펙스인더스트리'는 화천대유에서 30억원을 투자받아 중소기업 인수에 나선 바 있다. 쌍방울그룹은 이재명 대표와 관련해 여러 의혹을 받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변호사비 대납 의혹, 문재인 정부 시절 이재명 경기도의 대북사업 연루 의혹 등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결정적으로 검찰은 위례·대장동 사업 개발로 벌어들인 민간 개발업자들의 돈이 이재명 대표의 선거 등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간 정황까지 파헤치고 있다.

대장동 일당인 민간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가 조폭도 많이 안다"며 "K사도 전주 건달 출신이 운영하고 있는데 거기가 '김만배 똘마니'라고 한다. 한 두어 번 봤는데 김만배한테 굽실굽실했다"고 말했다. K사는 쌍방울의 주요 주주다.

경기도 수원 지역 폭력조직의 수괴급 조직원 A씨도 대장동 사업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사 정영학 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만배 씨와 이들의 사업상 관계가 기술됐는데 실제로 2015년 12월 김 씨는 A씨 딸이 대표로 이름을 올린 철거용역업체 B사와 대장동 개발 현장 관리 용역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지난해 7월까지 성남의뜰(대장동 사업 시행사)과 화천대유 법인 자금으로 총 39억여원을 지급했다. 당시 용역 계약서 특약사항에는 '전문 외부용역의 개입 차단'이라는 조항이 포함됐다. 

남 씨는 광주 지역 조폭 C씨에게도 10억원을 줬다며 "(C씨가) 2014년 12월까지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현장을 관리하며 다른 조폭을 막아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한 최 씨는 '헬멧남'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15일 김만배 씨의 첫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최 씨가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 검정 라이딩 재킷과 빨간 헬멧을 착용하고 오토바이를 몰고 마중을 나와 '헬멧남'이라는 별칭이 만들어졌다. 최 씨와 김 씨의 각별한 관계는 최 씨가 2017년 성균관 부관장에 임명된 이력으로도 주목받는다. 한국유학의 총본산이라는 성균관 부관장직에 오른 최 씨는 김 씨와 주역 공부를 함께 하고, 개발 사업을 통해 금전적 거래 관계까지 맺은 사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에 연루된 회사 이름들은 널리 알려졌다시피 화천대유(火天大有), 천화동인(天火同人). 모두 주역 속 구절들이다. 김 씨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출신으로 화천대유 사내 이사이자 천화동인 1호의 사내 이사로 등기된 이한성 씨와 이 씨가 보좌관으로 모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전 킨텍스 사장)도 성균관대 출신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에는 김만배 씨를 중심으로 숱한 성균관대 80년대 학번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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