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을 거쳐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보수정당은 자유 민주주의 정체성을 뒷전에 두고 ‘친이-친박’과 같은 계파정치와 개인의 이익, 영달(永達)을 추구하는데 골몰해왔다.

친북 좌파세력의 촛불난동에 놀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조해서 정권을 넘겨주고 지금도 압도적인 원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으로 하여금 ‘30년 영구집권’의 꿈을 꾸도록 만든 것 또한 보수정당의 자멸 때문이었다.

지난 3·9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국민의힘의 자체 역랑 보다는 문재인 정권의 총체적인 국정파탄과 무능, 이재명 후보의 자질미달이 핵심 요인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이후 보수정당, 국민의힘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①딴 목소리, ‘내부총질’이 사라졌다

그동안 여의도 국회, 정당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에게 보수정당처럼 뻔한 프레임에 작문으로 가득찬 기사를 쓰기 편한 곳은 없었다.

당 안팎, 국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정치현상의 본질을 친이-친박간 계파싸움에 두고 개별 의원들의 코멘트를 받아 기사를 쓰기만 하면 됐던 것이다. 국회의원의 코멘트가 해당 언론사 내지 기자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면 ‘친이계 한 의원’ ‘친박계 모 의원’, 이런 식으로 기자나 데스크가 만들어 쓰는 일이 태반이었다.

이것은 언론사나 기자들만의 책임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기자들이 원하는 코멘트를 만들어 주었다. 과거 언론정치의 관행에 정치인으로서 존재감 내지 공명심이 그렇게 만들었다.

윤석열 정권 출범 후에도 정치부 기자들은 과거의 프레임대로 모든 현상을 ‘윤핵관-비윤’으로 재단해 설명하려고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윤핵관’의 핵심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퇴진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지만 현재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이런 식의 계파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당내 모임 등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지적하는 국정운영의 핵심 요인은 여당의 내부 갈등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의 대선불복과 발목잡기로 꼽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내부 목소리를 이용해 비판하려는 친문 좌파매체들의 보도문법은 김어준 같은 사람들의 편파적인 진행과 비평, 좌파 시민단체의 행동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MBC가 윤석열 대통령 미국방문시 비속어 파동을 일으켰을 때, 대부분의 친문 친명 좌파매체들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대상으로 “대통령이 깔끔하게 사과하면 끝날 일”이라는 식의 딴 목소리 내지 ‘내부총질’을 이끌어내려 했지만 단 한명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렬 시절 같으면 익명을 전제로 언론이 원하는 코멘트를 해주는 의원들이 줄줄이 이어졌을 상황이었다. 유승민, 이재오 전 의원 만이 이런 목소리를 냈는데, 그탓인지 이재오 전 의원은 현재 여러 방송매체에 단골로 출연하고 있다.

②윤석열대통령의 ‘자유’,보수의 정체성 발견

15일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이 간담회를 갖고 차기 전당대회 룰을 논의해 ‘100% 당원투표’로 의견을 모은 것은 적지않은 의미를 갖는다. 자유 민주주의, 보수정당으로서의 자기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 등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때 마다 국민의힘 의원 등 당내에서는 “당원이 아닌 일반국민 여론을 반영해야만 민주정당”이라는 식의 허위의식이 팽배해왔다.

하지만 문제의 일반국민 여론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자각한 것이다. 더 이상 일반국민이라는 애매한 표현속에 담긴 ‘이간질’을 인정하지 않고 당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자는 선언으로 받아들여 진다.

앞서 지난 11일 있었던 이상민 행안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에 권은희 의원을 제외하고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 한명도 참여하지 않고 집단 퇴장한 것도 과거의 보수정당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로 꼽힌다.

현재 이태원 참사와 관련, 이상민 장관의 거취를 놓고 형성돼있는 국민의힘 내 여론을 보면 이같은 행동통일이 쉽지않은 상황이었다. 친이-친박이 사사건건 충돌했던 신한국당 내지 미래통합당이었다면 “이상민 장관을 내놓자”는 여론에 당 지도부가 굴복하고 말았을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 과거와 달라진 보수정당의 분위기는 민주당을 앞세운 좌파세력과의 체제전쟁에 대한 위기감이 당내 갈등요인을 압도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치평론가인 홍경의 단국대 객원교수는 “민노총 등 좌파세력을 등에 업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대선불복, 국정 발목잡기 등 외부의 도전이 국민의힘 내 계파갈등을 억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③우려되는 전당대회...윤심팔이와 윤핵관 문제

하지만 내년초로 예정된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 안팎의 우려 또한 적지않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 대표의 요건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뒷받침할 파트너십이 가장 크게 부각되다 보니 ‘윤심팔이’ 내지 ‘윤핵관’ 변수가 낳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안철수 나경원 김기현 등 주요 당권주자들은 하나같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윤핵관 핵심인 권성동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고, 장제원 의원은 김기현 의원을 지원한다는 소문이 나돈다.

현재 윤핵관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권성동 장제원 의원의 일선 후퇴로 별다른 당내 갈등요인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당대회에서 ‘윤심’과 ‘윤핵관’이 핵심 변수가 되고 후유증까지 생기면 국민의힘은 급속도로 친이-친박과 같은 갈등구도도 재편될 수 밖에 없다.

이와관련, 대구에 지역구를 둔 한 국회의원은 “권성동 장제원 의원같은 ‘윤핵관’ 핵심 인사들이 직접 출마하거나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세몰이를 하지 않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을 위해서는 좋을 것 같은데 당사자들이 자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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