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전셋값 일제히 하락세...월셋값은 오른다

올해 11월까지 누적 전국 아파트값이 2003년 12월 한국부동산원이 집값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는 말이 나왔던 한국 부동산 시장은 가파른 금리 인상과 역대급 거래 절벽으로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값은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4.79% 하락했다. 부동산원이 아파트값 조사를 시작한 2003년 12월 이후 연간 기준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이달에도 가파른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 아파트값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값은 2.02% 떨어져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대 하락세였다. 이달에도 역시 매주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 중이다. 올해 연간 낙폭이 7%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됐다. 올해 11월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1.63% 떨어져 외환위기가 터진 1998년(-13.56%)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올해 집값 하락폭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으로 집값이 하락했던 2012년을 상회해 외환위기 이후 최대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급등했던 집값이 이렇게 올해 하락 전환한 것은 갑작스레 시작된 미국발 금리 인상 기조 때문이다. 잇단 금리 인상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강력한 대출 규제가 겹쳐져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역대급 거래 절벽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월 현재 기준으로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총 1만1천161건으로, 지난해(4만1천987건)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국부동산원 수치를 보면 세종시(-11.99%)와 대구광역시(-9.20%), 그리고 수도권(-6.25%)이 아파트값 하락을 주도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11월까지 4.89% 내려 2012년 1∼11월(-6.05%) 이후 최대 하락이었다. 특히 노원구(-8.44%), 도봉구(-8.17%), 강북구(-6.79%) 등 일명 '노도강' 지역의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내렸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등 강남권 고가 아파트들도 고점 대비 6억∼7억원가량 이상 떨어진 실거래가 이어지며 거래될 때마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세시장도 얼어붙으며 집주인이나 세입자나 '전세의 월세화'를 반기는 신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2020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으로 2년 차가 되는 올해 8월 이후 '전세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던 당초 전문가들의 전망은 일시에 폐기 처분됐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1월까지 벌써 5.23% 하락했고 서울도 5.58% 내렸다. 매매시장과 마찬가지로 2003년 조사 이래 최대 하락이다.

이유는 역시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연 6∼7%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자 부담이 커지자 갱신권을 사용한 재계약이 급증하고 신규 계약은 급감했다. 전세금 인상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수요 등은 늘었다.

전셋값은 떨어지는데 전국의 월세는 11월까지 1.67%, 서울은 0.90% 올랐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 현상에 따른 경제 침체가 가시화되는 국면에서 전문가들은 일제히 내년에도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 예상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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