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더불어민주당 복당 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린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무엇일까?

박지원 전 원장은 지난달 이재명 대표를 만나 복당의사를 전달하고 복당신청서까지 제출했지만 민주당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친명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승적, 대통합 차원에서 이재명 대표가 박 전 원장의 복당을 수용하자는 의견을 줬고 최고위원들도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2015년 말 민주당을 탈당한 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국정원장으로 발탁했다.

박 대변인은 “최고위원 간 (의견이) 팽팽했지만, 이 대표가 ‘이런 결정을 해야 한다’는 리더십을 발휘해서 반대하는 최고위원들도 당 대표 의견을 대통합,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대선부터 대통합 차원에서 그동안 탈당했던 분들을 받아들였다”며 “그런 차원에서 민주당이 하나의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데 있어 박 전 원장도 같이 가야 한다는 부분에서 이 대표가 결정했고 최고위원들도 수용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민주당내에서 박 전 원장의 복당을 가장 반대했던 사람은 정청래 최고위원이다.

정 최고위원은 18일까지만 해도 자신의 SNS에서 박 전 원장 복당문제와 관련, "사과를 하려면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분탕질, 분당질에 대해 사과할 일"이라며 "이 당, 저 당 옮겨다니는 것이야 그의 취향이겠지만 침뱉고 나간 정당에 다시 복당하려면 그에 걸맞는 조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대했다.

그는 이어 ▲당헌 84조에 따르면 경선불복 탈당자는 10년 간 복당 불가 뿐만 아니라 후보 자격을 박탈한다는 점 ▲문재인 당 대표 시절 문 대표를 흔들고 분당 사태를 일으켜 실체도 없는 '문재인의 호남 홀대론'을 선동해 타격을 입혔다는 점 ▲일단 복당 후 이재명 당 대표 체제를 흔들지 않을 거란 확신이 없다는 점 ▲잠재적 폭탄은 제거해야한다는 점 ▲탈당자들을 다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 등 5가지 복당불가 이유를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한 번 탈당한 사람은 또 탈당할 수 있고 한 번 배신한 사람은 또 배신할 수 있다"며 "정치가 생물이라면 박 전 원장은 한 자리에 서 있는 정치적 식물이 아니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정치적 동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내 97그룹은 뭐하고 있느냐. 586도 물러가라고 한 분들이 분당 사태의 주역 박지원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가. 침묵으로 복당을 허용하자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굳이 복당을 하겠다면 진지한 공개 반성문과 사과문, 분열의 씨앗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정권을 탈환하자는 입장 등을 공개적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민주당내에서 가장 ‘선명한’ 친명계 노선을 보이고 있는 정청래 최고위원의 이같은 박 전 원장에 대한 ‘저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정권을 탈환하자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한 대목이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안팎에서는 추후 당권 및 대권 향배에 박지원 전 원장이 적지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 최근 박 전 원장을 자주 접촉한 사람들은 “박 전 원장이 다음 총선을 넘어 대선에도 의욕을 보이더라”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박 전 원장 본인은 민주당 복귀를 위해 자세를 한껏 낮추는 모양새다. 그는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민주당을) 김대중 대통령이 창당했고 (저의) 혼이 박힌 곳인데 귀신이 쓰여서 안철수 신당으로 갔다. 내 인생이나 정치의 가장 큰 실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자신이 장악한 민주당을 흔들 수 있는 위협요소이자 잠재적 경쟁자인 박 전 원장을 끌이들이는 것을 두고 “최근 정국에서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장동 사건으로 자신의 최측근들이 구속되는 등 검찰수사의 칼날이 턱밑까지 다가온 이재명 대표로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호남, 동교동계의 상징직 인물인 박 전 원장과의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동교동계 출신 당내 중진인 설훈 의원은 최근 연일 이 대표의 퇴진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박 전 원장 또한 국정원장 재임중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으로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는 등 사법처리의 기로에 서있다. 이재명 대표로서는 민주당의 울타리를 더 보강하고 박 전 원장은 민주당이라는 거대 야당의 보호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추후 대장동 수사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를 묶어 ‘윤석열 검찰의 야당 탄압’을 규탄하는 민주당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당 안팍에서는 정청래 최고위원 등 친명계의 우려처럼, 박 전 원장을 끌이들인 이 대표의 결단이 ‘자충수’ 내지 ‘패착’이 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도 적지않다.

박 전 원장이 이재명-이낙연 대선후보 경선시 어느 한쪽 편을 들지는 않았지만 ‘이재명 대세론’에 매우 비판적이었고, 상황에 따른 변신에 능한 ‘대세순응형 정치인’이라는 점이 주된 근거다.

이재명 대표와 박지원 전 원장의 결합을 놓고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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