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집안과 보수정권의 '악연'

유승민 전 의원이 중학생시절 판사로 재직중이던 아버지 유수호 전 의원과 찍은 사진

국민의힘의 ‘아웃사이더’로 정체성을 만들어 가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집안은 대구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명문가로 꼽힌다.

판사출신 법조인이자 정치인이었던 유승민 전 의원의 선친, 유수호 전 의원은 1931년생으로 동갑인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전 CJ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어릴적 대구 수성천변에서 함께 뛰어 놀았던 동네친구였다.

삼성가를 다룬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창업주의 장남(이맹희)이 승계에서 배제되는 것과 관련, 이맹희 회장은 생전 회고록에서 “친구 전두환이 아버지(이병철)한테 나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이 큰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친구들이 끼니때가 되면 “밥은 주로 유수호 전 의원의 집에서 먹었다”는 것이 이맹희 전 회장의 회고이다 보니 당시 유수호 전 의원의 집이 이병철의 삼성가 못지 않은 부자였음을 짐작케 한다.

부산지방법원 판사로 재직하던 유수호는 1971년에 박정희 퇴진시위를 한 혐의로 구속된 부산대 총학생회장 김정길을 석방했는데 이로인해 판사 재임용에 탈락하고 변호사가 됐다. 변호사 시절 그는 수백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불우이웃을 돕는 등 선행을 펼친 내용이 사후에 알려지기도 했다.

유수호 전 의원의 부인이자 유승민 전 의원의 모친 강옥성여사는 지금도 대구 지역사회에서 신망이 높다. 강 여사는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고구마와 김치국’이라는 은유(隱喩)를 통해 아들 유승민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 무렵 강 여사는 대구지역 중진 여성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승민이)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발전, 국정성공이라는 고구마를 먹는데 수월하도록 도와주는 김치국 역할을 했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했다.

박정희 정권에 맞섰던 유수호 변호사가 1978년 12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민주공화당에 공천신청을 했으나 탈락한 대목이 흥미롭다. 그가 국회의원이 된 것은 어릴적 친구 전두환과 경북고 동기 노태우 정호용 등이 정권을 잡은 5공에 들어와서 였다.

요즘의 유승민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선친 유수호 또한 정치인으로서 ‘아웃사이더’의 길을 길었다. 1992년에 민주자유당 대통령후보 경선 파동시 이종찬 진영에 섰다가 민자당을 탈당하고 이종찬이 주도하는 새한국당에 입당했고, 새한국당이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에 흡수되자 정주영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다.

아버지에 이어 판사가 돼 법원장까지 지낸 유승민 전 의원의 형은 김대중 평민당 총재에 대한 구인영장 발부로 화제가 됐다.

1989년 8월 서경원 평민당 의원의 밀입북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지검 공안부는 서 의원이 북한에서 받아온 5만달러 중 1만달러를 김대중 총재에게 전달한 혐의로 검찰 출두를 요구했지만 김 총재는 ‘야당탄압’이라며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김대중 총재를 강제로 조사하기 위해 법원에 구인영장을 신청했는데 서울지방법원 당직판사로 이 영장을 발부해준 사람이 유승민 전 의원의 형이었다.

당시 검찰 주변에서는 판사가 김대중 총재에 대한 구인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에 대비해 일부러 유승민 전 의원의 형이 당직을 하는 날을 잡아 영장을 신청했다는 이야기가 ‘무용담’처럼 나돌기도 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유승민 전 의원의 윤석열 대통령 및 윤핵관을 향한 공격 등 ‘아웃사이더' 행보가 거칠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시 막말 논란이 일자 MBC의 편을 들었고, MBC 기자에 대한 대통령전용기 탑승배제도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가 터지자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파면을 주장하기도 했다.

정진석 위원장의 비대위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투표 100%‘로 룰을 바꾸자 “유승민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지난번 지방선거 겅기지사 후보경선시 ’친윤그룹‘이 미는 김은혜 후보에 패배한 것과 연결시켜 윤석열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의 이런 행보를 보면서 선친 유수호 전 의원의 정치역정과 연결시켜 ’집안내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유승민 집안과 보수정당의 악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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