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해외에 '비밀 경찰서'를 개설했다는 폭로가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범정부 차원에서 국내 실태 파악에 나섰다.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 개설과 관련해 말을 아끼면서도 "외국 기관의 국내 활동과 관련해 우리 국내 및 국제규범에 기반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국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군, 경찰의 방첩 조직과 외교부 등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만약 중국이 한국 내에 비밀경찰서를 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는 주권 침해와 사법 방해 소지 등으로 한중 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페인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 9월 '해외 110, 중국의 초국가적 치안 유지 난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21개국에 54개의 비밀 경찰서를 개설했다고 폭로했다. 해당 비밀경찰서의 대외 명칭은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이며 110은 한국의 '112'에 해당하는 중국 경찰 신고 번호다. 

해당 단체는 지난달에도 한국을 포함한 48곳에서도 추가 시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운영하는 해외의 비밀경찰서는 53개국에 걸쳐 총 102개 이상이 됐다. 

해당 단체는 "독자적인 치안 체계를 구축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공산당에 반하는 이들을 탄압하려는 목적"이라며 "밝혀진 시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방첩 당국을 통해 실태 파악에 나선 구체적인 이유는 이 보고서가 난통(南通)시 공안국이 한국에서도 1곳을 운영 중이라 언급하며 "중국 동포나 유학생을 리에종(liasion·협력관)으로 고용해 현지 공무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모든 외국의 국익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대응을 하게 돼 있다"며 "주재국 정부를 통하지 않는 지원 활동은 내정 간섭이자 주권 침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이전에 설치된 곳이 상당수라 반중(反中) 인사 감시 등이 주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반면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공관이 문을 닫는 등 서류 작업이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겪은 중국 국적자들이 많아 만든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자국민의 운전면허 갱신, 현지 주택 등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며 국제법을 준수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당국의 해명과 달리 중국이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보다 몇 년 전이다.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한 해당 단체의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비밀경찰서는 일본과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실체가 확인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19일 도쿄 등 2개 도시에서 중국 공안국이 개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비밀경찰서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경찰도 지난 10월 27일 토론토 일대에 3곳의 중국의 비밀 경찰서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으며, 네덜란드 정부도 지난달 1일 자국 내 '중국 불법 경찰서' 2곳을 즉시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주재국의 승인이 없는데도 공식 외교공관이 아닌 곳에서 영사 업무를 하는 것은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다. 각국 정부는 중국이 국제 규범을 위배한 부분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중국의 해외경찰서 운영에 대해 "우리는 중국의 국경을 넘어선 탄압에 대해 계속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앞서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달 의회에서 "중국 경찰이 뉴욕 한복판에 경찰서를 세웠다니 어처구니 없다"고 분개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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