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전반이 끝난 후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 선수가 동료들에게 '로커룸 스피치'를 하는 모습. [사진=영국 메트로]

지난 19일(한국시각)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전반전까지 아르헨티나에 압도적인 격차로 밀리던 프랑스를 각성시킨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망)의 짧은 연설이 공개돼 화제다. 음바페는 동료들에게 월드컵 결승전은 4년에 한 번 오는 기회라며 전반전의 악재를 딛고 다른 결과를 빚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영국의 메트로지가 21일(현지시각) 전했다.

음바페는 전반전이 끝난 후 다소 실의에 빠진 것으로 보이는 동료들에게 상의를 벗고 일어난 채 '로커룸 스피치(lockerroom speech)를 했다. 음바페는 '전반전에 했던 것보다 더 나쁘게 할 순 없다'며 '경기장으로 돌아가서 아르헨티나가 압도하게 그냥 두거나, 혹은 후반전에 강렬하게 플레이해서 다른 걸 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월드컵 결승전이다. 끝이라고'란 말도 덧붙였다.  아울러 '아르헨티나는 두 골을 넣었고, 우리는 두 골을 먹혔다'며 '우린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건 매 4년마다 오는 기회다'라고 강조했다.

수비에 잘 참여하지 않는 음바페는 전반전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총체적 난국을 느끼고 솔직하게 동료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후반전 30분부터는 거짓말처럼 프랑스가 경기를 주도해나가기 시작했는데, 음바페는 그 중심에 있었다. 3골을 연달아 터뜨려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음바페는 메시를 제치고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는데, 프랑스가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혈투 끝에 2-4로 패배하긴 했지만 그 개인에게는 한줄기 위로가 되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음바페의 로커룸 스피치가 후반전 프랑스의 변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알기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프랑스가 경기를 순탄하기 풀어나가기 시작한 것은 아르헨티나 디마리아의 교체부터였다. 또한 부진하던 앙투안 그리즈만을 과감히 빼고 킹슬레 코망을 투입하는 등 프랑스 데샹 감독의 용인술이 빛을 발했던 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음바페의 로커룸 스피치가 공개되자마자 주목을 끈 데엔 그의 짧은 연설에서 리더십이 엿보였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부진한 동료를 지명해 탓하거나 비난을 가하지 않고 전체 팀의 향상을 주문한 데서 나이에 걸맞지 않는 성숙함이 돋보인단 것이다. 이러한 역할은 지난달 26일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대표팀의 레나르 감독이 보여준 바 있다. 레나르 감독은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와 전반전을 끝냈던 사우디 대표팀에 정신이 번쩍 들 만한 로커룸 스피치를 했다. 

레나르 감독은 "메시가 경기장 한 가운데에 공을 가지고 있는데, 너희는 왜 수비수 앞에 서 있는가"라며 "자네는 가운데로 가서 메시를 마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핸드폰을 가져가서 (메시와) 사진을 찍고 싶은가. 그럼 그렇게 해라"라고 하기도 했다. 사우디 선수들이 '축신' 메시를 상대 선수로 인식하지 않고 스스로를 팬으로 여기는 정신 상태를 지적한 것이다. 

레나르 감독은 그러면서 "우리가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며 "너희는 그것을 못 느끼는가. 진정하고 플레이하라. 이것은 월드컵이다. 모든 것을 쏟아 부어라"라고 사우디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사우디 대표팀은 후반전 들어 후반 4분엔 동점을 이뤄내고 그 4분 뒤엔 역전 골을 만들어내 '루사일의 기적'을 이뤄냈단 평가를 받았다. 당시 국내를 막론하고 레나르 감독의 로커룸 스피치가 '기적'의 원인이었단 평가가 다수였다. 음바페의 로커룸 스피치 역시 그런 평가를 받지 못할 이유는 없단 것이다.

이로 인해 '음바페야말로 진정한 프랑스 팀의 리더다'란 평가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전반전에 아르헨티나는 공 뺏기면 바로 압박하고 어떻게든 공을 되찾아오려는 느낌이었다면, 프랑스는 너무 쉽게 뺏기고 정신 못차리는 느낌이었는데 음바페가 경각심을 줬다'는 것이다. '실력 뿐만 아니라 인성·리더십까지 증명해낸 음바페의 다음 여정이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와 별개로 일각에선 일개 축구팀의 리더십도 이리 중요한데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은 얼마나 더 중요하겠냔 지적도 내놓는 형편이다. 국민을 통합하고 국가의 더 나은 미래상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국민분열을 통해 그로 인한 정치적 이득만 취하겠다는 지도자가 다시 취임하는 일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음바페와 마찬가지로 사우디아라비아 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로커룸 스피치'를 했던 레나르 감독.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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