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전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1심 판결이 내려지자 세간의 여론은 엇갈렸다.

두 사람의 파경이 최 회장의 외도로 비롯됐다는 점 때문에 “30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한 아내가 요구한 액수의 5%도 안되는 재산만 분할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인정된 665억원이 거액이라는 점, 노소영 관장의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 등으로 “노씨의 욕심이 과한 것 아니냐”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1심 판결 후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인정한 재산분할액이 합리적으로 예상했던 바(40%정도)에 훨씬 못미치는 점 등을 들어 노씨의 항소를 예상했고, 실제 노씨의 대리인측 법무법인은 지난 20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노씨의 항소가 당초 요구한 1조4천억원 가량의 재산분할이라는 ‘돈욕심’을 넘어선 보다 큰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SK그룹의 미래, 지배권 문제라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사이에는 1남2녀의 자녀가 있다. 이들 중 장남인 최인근(27)씨는 2020년 SK E&S 전략기획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최씨가 소속된 SK E&S는 LNGㆍ도시가스ㆍ신재생에너지 등의 사업을 하는 회사로 SK그룹 지주사인 SK㈜가 9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로 인근씨는 SK그룹의 ‘4세 경영자’ 수업을 받고있는 것이다.

큰딸 윤정(33)씨는 SK바이오팜에서 일하다 휴직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로 유학을 떠났고, 둘째 딸 민정(31)씨는 SK하이닉스에서 근무중이다.

재계에서는 노소영 관장이 당초 최태원 회장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요구하면서 전체 재산을 산정하고 일정 부분을 요구하는 ‘총액기준’이 아닌, SK그룹 지주사인 SK㈜의 주식 42.29%(650만주)를 요구한 것을 장남 최인근씨 등 자녀들의 미래, 즉 후계구도와 연결시켜 해석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내연녀였던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10년 이상 사실혼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후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이 결혼을 하게되면 김 이사장은 SK㈜ 지분 등 최 회장의 재산에 대해 자녀보다 50% 더 많은 상속권을 갖게된다.

아울러 최 회장과 김 이사장 사이에 낳은 딸 또한 “혼외자는 상속에 있어 법률적 차별을 받지않는다”는 민법 규정에 따라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의 세 자녀와 같은 지분의 상속을 받을 수 있다.

노 관장이 왜 SK㈜ 주식을 요구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 회장이 추후 김희영 이사장과 결혼하거나 김 이사장이 그와 같은 법적지위를 가진 뒤 이건희 전 삼성회장처럼 별도의 유언없이 사망할 경우 김 이사장과 그 딸이 갖게될 지분은 노소영 관장의 세 자녀 보다 많게 된다.

만약 1심 재판부가 노 관장이 요구한대로 SK㈜ 주식 650만주를 전부 인정했다면 노 관장은 SK(주) 2대 주주(지분 7.7%)로 올라 장남과 두 딸 등 자신의 직계 자녀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노 관장에게 단 한주의 SK㈜ 주식도 인정하지 않았고 이것이 노 관장의 항소로 이어진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는 것이 재계와 법조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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