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지역 주민이나 당원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유승민 전 의원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는데 여론조사에서 1위로 나온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경남에 지역구를 둔 한 국회의원이 최근 팬앤드마이크 기자와의 통화에서 차기 당 대표 선출과 관련해 전한 분위기다. 지역구가 대구인 또다른 의원도 “대구는 일반 시민과 당원들의 여론이 크게 다르지 않는 지역인데 유승민 전 의원이 대구에서도 선두권이라는 조사를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최근 거의 매일 당원들과의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경기도 거주 국민의힘 인사는 “ 현장 분위기는 분명히 김기현 대 나경원의 싸움인데 여론조사 결과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 의원이나 당협위원장, 핵심 당원들이 꼽는 차기 당 대표 결정의 가장 큰 고려요소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 이에따른 ‘윤핵관’ 권성동 의원의 출마여부, 윤핵관 핵심인 장제원 의원의 김기현 의원 지원, 나경원 의원에 대한 당원들의 전통적인 지지 등이다.

하지만 언론기관의 여론조사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초강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23일 뉴스토마토라는 매체가 여론조사 기관인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2.5%는 국민의힘을 이끌어갈 차기 당대표로 유승민 전 의원을 꼽았다.

‘친윤 단일후보’라고 답한 사람은 28.9%, ‘잘 모르겠다’가 28.6%였다. 미디어토마토의 조사는 유승민 전 의원과 친윤석열 단일후보 간 양자대결시 선택을 묻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친윤 단일후보 64.5% 대 유승민 9.4%로 나타났다. 자신을 ‘보수층’이라고 답한 사람들도 친윤 단일후보 56.2% 대 유승민 21.3%로, 절반 이상이 친윤 단일후보를 지지했다.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50명이며, 응답률은 3.7%다.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지난 21일 뉴시스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자자가 아닌 일반 국민층에서 당 대표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이 선두를 달렸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유 전 의원이 36.9%로 1위로 조사됐다.

이어 나 전 의원 14.0%, 안철수 의원 11.7%, 주호영 원내대표 5.7%, 김기현 의원 5.6%, 황교안 전 대표 4.1%, 권성동 의원 2.5%, 윤상현 의원 1.2%, 조경태 의원 1.0% 순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나 전 의원이 26.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안철수 15.3%, 유승민 13.6%, 김기현 10.3%, 주호영 9.4%, 황교안 5.3%, 권성동 4.3%, 조경태 1.7%, 윤상현 1.1% 순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유 전 의원이 58.3%로 압도적인 1위였다. 이어 안철수 6.3%, 나경원 5.5%, 주호영 3.3%, 황교안 3.1%, 권성동 1.4%, 윤상현 1.3%, 김기현 1.2%, 조경태 0.0% 순이었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유승민 41.2%, 안철수 13.9%, 김기현 4.7% 등의 순으로 지지경향을 보였다.

최근 이루어진 이 두가지 여론조사를 당원 100% 투표로 이루어지는 국민의힘 경선방식에 적용하면 유승민 전 의원이 차기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은 전무한 상황이다. 기존의 당원 70%, 일반국민 30% 방식으로도 유 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루어진 언론기관의 이같은 여론조사를 근거로 유승민 전 의원에 안철수 의원까지 전당대회 룰 변경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이 ‘당원투표 100%’로 전당대회 룰을 변경한 것은 ▲이준석 전 대표의 정치행태에 대한 당원들의 실망▲당원 수 100만명 돌파에 따른 일반국민과 당원의 구분 모호라는 상황변경에 따라 소속 국회의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한 일이다.

하지만 이같은 룰변경에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물론 조선일보 같은 보수 매체까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오자 MBC를 비롯한 적대적인 매체들은 국민의힘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여권의 내홍을 부채질하는 이슈로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차제에 여론조사기관들이 국민의힘 당원들의 여론을 왜곡없이 조사할 수 있도록 당원 명부 샘플을 제공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평론가인 홍경의 단국대 객원교수는 “여의도연구소를 제외한 일반 여론조사기관에는 당원명부가 없다보니 일반 국민중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마치 당원들의 여론인 것처럼 왜곡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현재 난립한 정파성이 강한 여론조사기관의 문제만 정리된다면 당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선에서 여론조사용 샘플을 만들어주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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