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의 연내 도입이 무산됐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지난 9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여야가 논의를 시작하지도 않은 채 해를 넘겨 후순위로 미룬 탓이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예산 편성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0%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는 정부·여당 안이다.

26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이달 1일에야 상임위원회인 기재위 안건으로 상정돼 경제재정소위원회에 회부됐다. 현재까지 소위원회 단계에서의 논의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의 목표는 정기국회 내 입법을 완료해 2024년 예산안부터 곧바로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내 법제화가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또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내년 임시 국회에서 논의하는 일정이 가장 빠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내년 국가채무는 1천134조4천억원에 이를 예정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4%로 절반을 넘는다.

문재인 정부도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했으나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재정준칙은 나라 살림의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범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만 도입 경험이 없을 정도다.

윤석열 정부 재정준칙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0% 이내로 관리하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때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0% 이내로 조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재정준칙[{(국가채무 비율/60%)×(통합재정수지 비율/-3%)}≤1.0]보다 강력한 수준이며, 재정준칙의 법적 근거도 기존 안인 시행령보다 격상된 법률(국가재정법)에 담자는 것이다. 

한편 그동안 거의 매해 추경 예산이 편성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 방안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국회 기재위 김일권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은 국가재정법에 따른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요건을 충족하면 재정준칙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2013년부터 2022년 사이 10년간 2014년을 빼고는 매해 추경이 편성됐다"며 "추경 편성 시 재정준칙을 배제하면 재정준칙 도입 의미가 없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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